국화꽃 향기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베스트 셀러가 되는 기분이 단순히 그 판매 부수뿐이라면 우리는 베스트 셀러를 믿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니, 완전한 불신을 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화꽃 향기의 내용은 이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가을동화와 열한번째 사과나무 등으로 이어지는, 최루성 멜로 연애소설의 대표적 형태이고 또한 공식에 가까울 정도의 내용이다. 베스트셀러로 올라와있는 최루성 멜로 연애소설의 완벽한 매너리즘 상태라고 해도 괜찮을 듯 싶다. 작가가 주변의 실화를 소설로 옮겼다고 했지만, 이것이 실화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혹은 진정한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단순한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어떤 이유를 대서든 나는 이 책에 대해 찬사를 보낼 수가 없다.

한권의 책을 두권으로 나눠서 낸 것이 눈에 보이도록 뻔하고, 복선아닌 복선을 깔아놓고서는 여린 독자들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듯한 기분.. 내 돈 주고는 절대 못 볼 책을, 친구의 것이기에 훑어 봐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책 자체에 대한 이러한 혹평을 하는 나도 우습지만, 이런 책을 베스트 셀러의 자리에 머물게 했던 이 나라의 정서도 우습다는 생각이다. 모두들 순정 만화를 욕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에 맞춰 쓴다는 트렌디 소설, 혹은 멜로 연애소설의 그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진짜 문학의 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진짜 문학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불쌍한 독자이며 가뭄이 들어버린 대지 위에 서 있는 목마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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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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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아직도,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지중해의 작은 반도인 그리스의 오래되어 낡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이 이야기 자체가 살아 숨쉬며 또한 너무도 크다. 결단코 무시할 수 없는! 그리하여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이야기 이다.

그간 수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나왔었고 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다르면 안되는 것이 었기에 다를 수가 없었다. 이번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또한 그것과 같다. 하지만, 이윤기라는 작가가 새로이 탄생시킨 책이란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선택의 가치가 있었다. 신화학자인 이윤기는 그 자신만의 시선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선으로 빚어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같지만 또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좋은 감촉의 종이와 수많은 그림은 책을 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까지 말 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뭍한 그림들이 실려있다.

이해를 목적으로 실은 그림이겠지만, 기존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던 사림이라면 그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갈 만큼 풍부한 자료들이었다. 또한 필요없다고 느꼈졌던, 예를 들면 전화번호처럼 두꺼운 책에 들어있었던 시나 지명에 관한 것들이 없어서 군더더기 없이 알맹이만 흡수 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새삼 말한다는 것 가체가 우스운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혹여 여직껏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스타일이건 그렇지 않건간에 그런 것들을 떠나서 꼭 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결단코, 후회란 없는 책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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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로 역사 읽기
신용구 지음 / 뜨인돌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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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콤플렉스로 역사 읽기'란 제목은 상당히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업으로 삼으려는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나 같은 사람이나 혹은 역사라는 말만 나와도 머리에 쥐가 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역사로 다가서는 약간의 지름길을 열어주는 듯한 기분을 주는 것이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나도 이 책을 빼들었지만 읽고난 지금은 상당한 실망감을 감추질 못하고 있다. 아니, 읽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읽었다기 보다는 훑어봤다는 말이 더 어울리리라 생각한다.

콤플렉스로 책의 첫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은 고구려 2대 제왕 유리왕이다. 유리왕 하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팔모 난 돌 위의 소나무'가 생각이 날 것이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초의 연가 '황조가'가 생각이 날 것이다. 책에서는 황조가와 같은 서정적인 연가를 지을 만큼 감수성과 예술성이 풍부했던 유리왕이 어째서 자기 아들을 죽였을까를 내걸고 그 이유를 아버지로 부터 받았던 거세불안증이라고 이야기 한다.

아버지 주몽에게서 자신이 부정되어 온 듯한 기분에 시달리면서 오이디푸스적인 성향, 그리고 거세불안증으로 유리왕이 상당히 히스테릭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뭔가 신선한 해석같으나, 나름대로 역사를 접해보았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또 나름대로 인문서적을 탐독해봤던 사람이라면(특히 심리학계열) 이는 그다지 새로운 해석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간에 있어왔던 역사적인물에 대한 이견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 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나의 이러한 감상과는 상관없이, 역사를 꺼려했던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 책의 문장에 흡수력이 없다. 나름대로 문장을 탐해보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시각에서 이 책의 문장은 새로운 해석을 내새우는 당당함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일기를 쓰는 듯 늘어지고 엉기며 중복되는 부분에 너무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있다.

새로운 해석에 대한 시도에는 찬사를 보내나 '고증'과 진짜 역사를 탐독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결단코 추천하지 않겠다. 이런 이견을 먼저 접하는 것 보다는, 먼저 정사를 탐독하길 추천한다. 정사를 탐독하길 몇번 되풀이 하다 보면 자신 역시 이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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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마재로 돌아가다
서정주 지음 / 미래문화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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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당의 타계는 한국 문단에 있어 매우 큰 슬픔이다. 천재라는 칭호로 미당을 대신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재능과 노력의 응집체라고 나는 감히 이야기한다. 새삼, 미당의 시에 대해 또 다시 설할 필요가 뭐 있을까 싶다. 이미 그의 시는 전 국민의 애송시 가운데 하나가 되어 있고 인생의 첫 고비라는 수능에서도 종종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교과시간에 배우는 것 만으로는 그 감성을, 그 감동을 다 채울수가 없는 여러 문학을 하는 청소년들 중에서도 미당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기도 한다.

그런 미당의 타계에 맞춰 발간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 익숙한 작품들과 잘 모르던 작품들이 적절하게 들어있다. 수험의 준비를 위해서라도, 갈증하는 가슴을 위해서라도, 상식있는 이들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라도 이 시집만큼은 꼭 추천하고 싶다. 시대적 환경으로 인해 미당의 문학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나, 그런 외부적 요인으로 미당을 부인하기에는 이미 미당의 자리가 우리 문학사에선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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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읽는 한시명편 1 (봄-여름편)
이병한 엮음 / 민음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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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를 읽고 가장 먼저 생각 난 것은 지난 해 봄에 엄마가 담가둔 매실주였다. 토속적인양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결코 토속적인 그런 책은 아니다. 무릉도원을 연상 할 수 밖에 없는 화려하고도 청아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한문이라고 하면 어렵게만 생각한다. 전체 언어의 50%이상이 한문인 것을 뻔히 알고 또 우리 나라가 한문문화권안에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문을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내 또래의 아이들 중에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도 제법 여럿이다. 한문이라면 그저 지긋지긋하고 알 수 없는 그림과 같다는 것이 우리들의 평소 생각이기에 그 한문이 한줄 꽉꽉채워져 이것이 한 페이지를 넘어 한권의 책이 되었다는 말만 듣고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시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책은 다르다. 제목과 작가를 기재 한 후(물론, 제목은 시의 한 구절 중 임의로 따온 것이지만) 먼저 한시를 번역해 놓은 것을 적는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한문을 적고, 한시특유의 비유, 에를 들면 '무릉계구'와 같은 어떤 고사에 얽힌 어구 등을 주석처럼 달아 놓아 이해를 돕고 있다. 옆 페이지로 가보면 이 시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이 언급되어 있고 그 밑에는 작가가 써 놓은 듯한 기분이 드는 말들도 적혀있다. 시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대필해 놓았다면 올바른 표현이 될까..?

2권 중 상권이라 할 수 있는 이 봄, 여름 편에서의 내용은 다분히 한시다운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봄에 피는 복사꽃이라든지 진달래라든지 하는 것들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달이라든지 술이라든지 하는 관용적 소재들도 즐비하다. 어떻게 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 같지만 한페이지 한줄 한 단어씩 여유를 두고 조금씩 읽어나가면 자기도 모르는 새 감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치자빛, 쪽빛이 서로 풀어져 어울려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그런 색채가 가득한 그런 책이다.

책을 덮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한문을 배워보고 싶다는 것이다. 4언 절구라도 하나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 책을 읽다보면 한문문학의 고고한 미학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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