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읽는 한시명편 1 (봄-여름편)
이병한 엮음 / 민음사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를 읽고 가장 먼저 생각 난 것은 지난 해 봄에 엄마가 담가둔 매실주였다. 토속적인양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결코 토속적인 그런 책은 아니다. 무릉도원을 연상 할 수 밖에 없는 화려하고도 청아한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 한문이라고 하면 어렵게만 생각한다. 전체 언어의 50%이상이 한문인 것을 뻔히 알고 또 우리 나라가 한문문화권안에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문을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내 또래의 아이들 중에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들도 제법 여럿이다. 한문이라면 그저 지긋지긋하고 알 수 없는 그림과 같다는 것이 우리들의 평소 생각이기에 그 한문이 한줄 꽉꽉채워져 이것이 한 페이지를 넘어 한권의 책이 되었다는 말만 듣고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시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책은 다르다. 제목과 작가를 기재 한 후(물론, 제목은 시의 한 구절 중 임의로 따온 것이지만) 먼저 한시를 번역해 놓은 것을 적는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한문을 적고, 한시특유의 비유, 에를 들면 '무릉계구'와 같은 어떤 고사에 얽힌 어구 등을 주석처럼 달아 놓아 이해를 돕고 있다. 옆 페이지로 가보면 이 시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이 언급되어 있고 그 밑에는 작가가 써 놓은 듯한 기분이 드는 말들도 적혀있다. 시에서 느껴지는 감흥을 대필해 놓았다면 올바른 표현이 될까..?

2권 중 상권이라 할 수 있는 이 봄, 여름 편에서의 내용은 다분히 한시다운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봄에 피는 복사꽃이라든지 진달래라든지 하는 것들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달이라든지 술이라든지 하는 관용적 소재들도 즐비하다. 어떻게 보면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 같지만 한페이지 한줄 한 단어씩 여유를 두고 조금씩 읽어나가면 자기도 모르는 새 감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치자빛, 쪽빛이 서로 풀어져 어울려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그런 색채가 가득한 그런 책이다.

책을 덮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한문을 배워보고 싶다는 것이다. 4언 절구라도 하나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 책을 읽다보면 한문문학의 고고한 미학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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