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베스트 셀러가 되는 기분이 단순히 그 판매 부수뿐이라면 우리는 베스트 셀러를 믿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니, 완전한 불신을 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화꽃 향기의 내용은 이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가을동화와 열한번째 사과나무 등으로 이어지는, 최루성 멜로 연애소설의 대표적 형태이고 또한 공식에 가까울 정도의 내용이다. 베스트셀러로 올라와있는 최루성 멜로 연애소설의 완벽한 매너리즘 상태라고 해도 괜찮을 듯 싶다. 작가가 주변의 실화를 소설로 옮겼다고 했지만, 이것이 실화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혹은 진정한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단순한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어떤 이유를 대서든 나는 이 책에 대해 찬사를 보낼 수가 없다.

한권의 책을 두권으로 나눠서 낸 것이 눈에 보이도록 뻔하고, 복선아닌 복선을 깔아놓고서는 여린 독자들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듯한 기분.. 내 돈 주고는 절대 못 볼 책을, 친구의 것이기에 훑어 봐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책 자체에 대한 이러한 혹평을 하는 나도 우습지만, 이런 책을 베스트 셀러의 자리에 머물게 했던 이 나라의 정서도 우습다는 생각이다. 모두들 순정 만화를 욕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에 맞춰 쓴다는 트렌디 소설, 혹은 멜로 연애소설의 그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진짜 문학의 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진짜 문학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불쌍한 독자이며 가뭄이 들어버린 대지 위에 서 있는 목마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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