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Real 2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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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새삼 이노우에 다케히코라는 작가의 역량과, 그 브랜드 파워를 느끼고 있는 내게 리얼은 새로운 접촉이라 즐겁고도 떨렸다. 작가 자신이 고교시절 농구를 했던 경험을 살려 제작된 슬램덩크가 파릇파릇한 청춘 농구의 꽃이라면 리얼은 인간 드라마의 꽃이다. 골육종으로 다리를 절단한, 전 단거리 선수 키요하루. 농구를 그만 두고 학교에서도 떠나 버린 노미야. 트럭에 치여 골수에 생긴 이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 농구부 에이스 타카하시. 주인공 셋 중에 두 사람이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란 설정은, 어쩌면 진부한 옛날 드라마의 재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힘을 느낀다.
휠체어 농구를 하는 이들에게 일반인과 같은 시련을 주고 스스로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본다. 작가는 사랑스런 눈길로, 그러나 냉정한 펜으로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독자는 이들을 동정이 아닌 희망으로 대하게 되는 것이다. 리얼은 분명 감동스런 이야기가 넘처나는 만화지만 그것은 결코 싸구려 감정이 아니다. 단순한 감동 저편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두 권이 출판 된 리얼은 갈 길이 아직 멀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새 친구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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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15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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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브랜드 파워라는 말이 있다. 그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도 상품이 팔리고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보통의 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면 많은 노력과 큰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브랜드 파워라는 것은 비단 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화계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야 말로 일본 만화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힘있는 펜 선과 적절한 톤의 사용(그러나 톤의 사용은 드문 편이다) 그리고 입이 벌어질 정도의 연출력. 만화가의 기술적인 면에서 이노우에는 찬사를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그의 경이롭기까지 한 그 컷 연출력 앞에서는 감동으로 가득찬 나를 느끼기도 한다. 배가본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일본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타고난 기질과 야생마 같은 어린 시절. 그리고 천하 제일이 되고자 하는 그의 목표와 도전. 단순한 영웅의 성장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야기 구조를 '감동의 대 서사시'라는 이름으로 재생시키는 데엔 이노우에라는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야기의 서두에서 다케조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던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 될 수록 수작이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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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지마 20
후지사와 토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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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교 붕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말이다. 교사는 더 이상 교사로서 존재 할 수가 없어졌고 학생은 더 이상 옛날의 학생이 아니다. 학생과 교사의 유대가 끊어진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나 일본은 현재의 우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출판된 이 만화는, 만화 자체의 재미에 대한 것을 떠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 시대에 교사란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아있는 것인가를 말이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문제아는 한두명이 아니다. 한 반 전체가 문제아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는 학교의 비 정상적인 시스템과 낡아버린 사고의 교사들, 그리고 주인공인 폭주족 날라리 출신의 금발머리 교사 영길. 저마다의 상처와 그로인한 방황에 지친 아이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끌어안는 교사 영길을 보면 나도 이 사람의 학생이고 싶다는 - 지극히 만화에 빠져버린 듯한 상상을 하게된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회복아닌 회복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고리타분한 냄새가 나는 만화는 절대 아니다.

상상을 능가하는 충격적인 엽기 행각으로 고정관념과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을 때려 눕히는 영길. 그리고 영특하고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악동들이 우글대는 만화. 만화적 즐거움이 가득한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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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까지 조금만 더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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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능 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온 나에게 최근 흥미로운 작가가 생겼다. 바로 이작품의 작가 이마 이치코이다. 추천을 받아 읽었던 백귀야행에서 대단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지라 이 작품이 나왔단 말을 들었을 때는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었다. 실사같은, 순정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이나 브론드, 트렌디 드라마 같은 닭살스런 내용이 조금도 없는 만화. 하지만 그보다 훨씬 훌륭하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내뿜기 때문이다.

낙원까지 조금만 더 에서는 여행사 '낙원기획'이 나온다. 제목의 낙원이 과연 어떤 인물에 의해, 그리고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알 수 가 없다. 어쩌면 정말 낙원에 가자는 말일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바로 내 옆에 낙원이 있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주사가 남편을 때리는 것인 아내에게 이혼당한 주인공. 이 주인공이 운영하게 된 여행사 낙원기획. 그 여행사에 돈을 꿔준 사채업자와 그의 숨겨진 애인. 그리고 이 애인을 사랑하는 사채업자의 아내. 삼중, 사중으로 얽혀있는 이성 혹은 동성간의 미묘한 심리를 특유의 깔끔한 펜선으로 옮겨 놓았다. 게이가 등장하지만 끈적이는 불쾌감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독자에게는 참견할 틈을 주지 않지만 빠져나가게 놔두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미 다음권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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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2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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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을 필두로 하여 한때 그와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언뜻보면 '어른들을 위한동화'시리즈와 비슷한 것으로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작은 감동을 심어주는 이야기로 꽉 차 있는 그런 것들이었다.

연탄길 역시 마찬가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전에 M방송국의 박경림이 진행하는 코너에 연탄길의 작가가 출연했던 것 같다. 작가 자신도 어렵고 힘든 성장기를 거쳤고, 지금 작가가 가르치는 아이들 역시 달동네, 산동네에서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고 또 그렇게 힘들게 사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쓴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감동을 나눠받기 위해 이 책을 읽는 지도 모르겠다. 분명 감동할 수 있는 내용이고 또 따뜻한 이야기들이지만 난 왜 이 감동이 싫은 걸까?

겨울을 겨냥한 듯한, 의도야 어찌되었든 이제는 질리도록 많이 출간된 이 책의 감동스런 형식에 나의 뒤틀린 성격은 사뭇 매너리즘에 섞인 짜증도 느끼기 때문이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그래서 사람들은 메말라간다. 분명 우리는 우리의 정서를 채워줄 성적적인 아름다움에 목말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감동이 새로운 형식의 신선함으로 포자오디어 내게 전해지길 바란다. 내가 너무 욕심을 무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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