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사랑을 한다 1
서문다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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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문다미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때로 기억한다. 그때는 서문다미가 데뷔한지 오래 되지 않았던 때였던 듯 하다. 1년에 계절별로 4번 출판할 것을 목표로 나왔던 '화이트 스페셜'에서 그녀가 그린 단편을 처음 대하게 된 것이다. 별로 새로울 것도, 특별히 대단한 것도 없는 평범한 단편이었는데(그러나 분량은 중편에 가까웠던 듯 싶다) 왠지 나중에는 전화번호부 보다 두꺼웠던 그 책에서 계속 그 작품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특별히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예명인지 본명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특이한 이름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얼마전 신문에서 무슨 만화 대상을 받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조그맣게 실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서문다미의 '그들도 사랑을 한다'라는, 조금은 길고 또 조금은 왠지 우울할 것 같은 제목의 작품이었다. 원래가 귀가 얇은 나였기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대단히 후회를 했다. 남들보다 빠르다면 조금 빠르게 이 작가를 알아 놓고서는, 지금껏 팬이 아닌채로 있었던 걸까 하고 말이다. 이제 겨우 두 권이 나왔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토리의 궤도에 오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나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그저 깔깔거리며 웃게 하는 재미가 아니라, 감탄을 지르며 웃을 수 있는 재미였다. 정의문과 은묘령, 금반하와 사천파를 내세우고 거기에 의문의 마와룡까지 앞세워 나를 공격하는 그녀, 서문다미. 요리계를 주름잡는, 정말로 괜찮은 녀석 정의문. 괜히 부려보는 심술도 귀여운, 우울한 타로트 점을 치는 은묘령. 전교 1등의 특급 날라리,

그러나 알고 보면 제법 좋은 녀석 금반하. 멀쩡하게 생긴 날라리지만, 알고보면 호모끼가 가득한 사천파. 그리고, 그야말로 알 수 없는 녀석 마와룡. 무대에 올라와 있는 배우는 지금까지 이 다섯. 하지만 마와룡은 왠지 출연하고 싶을 때만 출연하는 것 같기에 정확하게는 넷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자가 둘이고, 여자가 둘이다. 여기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생각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두 커플이라든지, 아니면 이렇게 저렇게 꼬이고 엮여서 삼각, 사각 관계가 된다든지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이 만화에서는 후자쪽에 서 있다. 하지만, 삼각 혹은 사각 관계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너무나 둔한 녀석들이 종종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녀석들. 연애가 얽히면 짜증나고 식상하기 마련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최소한 이 작품에서는 말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이 분명 있다. 당장에 2권 끝에 이름만 비춰졌던 녀석도 있기 때문이다. 3권이 너무나 기다려 진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면 안된다. 정말로 오랜만에, 기다리는 것 마져도 즐거운 '순정'만화를 만났기 때문이다. 재미! 역시,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는, 그야말로 '깊은 맛'의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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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1
강은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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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은영 작가의 광팬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의미불명의 짧달막하게 완결난 책이 있길래, 친구가 밥을 해주겠다며 야단법석을 떠는 동안 읽게 되었다. 고2 여름부터, 공부를 하겠다고 만화와는 담을 쌓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순정만화는 별 내용도 없는 주제에 권수가 많아 시간을 갉아먹는다고 매도해 버리고는 그야말로 손을 씻듯 그렇게 끊어 버렸다.(그러나 결코, 순정만화를 폄하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암시였을 뿐..) 수능 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만화를 읽었지만, 확실히 너무 매멸차게 끊었던 탓인지 순정만화 - 특히나 한국 순정만화에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아무생각 없이 앉아서, 물오징어가 타는 냄새를 맡으며 읽었던 만화, 야야. 감상을 한마디로 압축시키자면 '별로'였다.

나는 강은영의 그림을 좋아한다. 설명할 것도 없이, 예쁘니까. 만화에서 그림이 다는 아니라지만,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림이 안되고 스토리만 좋다면, 그건 스토리 작가여야 할 사람이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야야에서도 그림은 예쁘다. 동글거리고 쭉쭉 뻗어서 여간 깜찍하지 않다. 하지만, 매번 실망감을 느꼈듯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보이쉬한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강은영의 만화에서, 지금까지는 잘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가 주인공이였다는 것은 나름대로 신선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이었다는 것이다. 주제라면 주제이고, 소재라면 소재일 이야기의 핵심이 '젊은 총각 선생님과 여고생의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에 우선은 신선함에서 점수를 죄다 깎고 들어갔다. 나름의 변수를 얹으려고 했는지, 이래인 이라는 깜찍하기 그지없는 녀석을 등장시켰고 각각의 복잡한 가정사를 개입시켰으나 이것들이 별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한마디로 '오호 통제라'였다.

독자들을 조금 더 두근거리고 긴장시켜야 할 순정만화인데, 그런 감질맛 보다는 '뭐야, 대체'라는, 조금은 불만 섞인 말이 나오게 한다는 것에선 확실히 실망을 했다. 게다가, 강은영 만화의 최대 문제라 할 수 있는 '서둘러 마무리짓기'가 이번에도 역력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인데, 작가는 정말로 서둘러서 마무리짓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 나름대로는 제대로 그린 것을 나 혼자만 서둘렀다고 오해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서는 내가 작가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으니 뭐라 할 수 가 없지만, 분명 내 시점에서 볼때에는 이야기를 너무 서둘러 마무리 짓는 문제가 있다.

서두르다 보면, 손대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놓치게 된다. 조금만 건드리면 인상적일수 있는 부분마저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별거 없는 결말'을 가진 만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말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이라, 끝이 별로면 그것 자체를 망각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망각이라니, 이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가! 기껏 피터지게 그려서 만들었는데 홀딱 잊어버리다니.. 그야말로 눈물을 쏟을 일이다. 흠, 헛소리가 조금 많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야야는 신선함이 떨어지고 엔딩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예쁜 그림과 '순정만화'에 딱 맞는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나처럼, 트렌디 드라마의 추종자들을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그냥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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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킥 아카데미 9
아키 카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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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연히,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꺼내든 이 책에서 익숙한 제목을 발견해냈다. 표지에 써 있는 작가 이름 위에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라고 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 유명한 아키상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를 너무나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나는 말 그대로 부푼 기대감을 안고 앉은자리에서 이 만화를 펼쳐들어 끝장을 내버렸다. 시대적 배경은 근 미래. 주요 소재는 오라. 사이킥 아카데미란 오라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인 '자연력 수도학관'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정도 조건이 갖춰졌으면 으레 이 곳에는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가 등장해야 한다.

이 만화도 그 공식을 피해가지 못한 채 주인공 '아이'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이 본인보다, 이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의 형 '제로타임'이 더 유명하지만 말이다. 영웅 주변에는 미인이 꼬이듯 아이의 주변에도 여자들이 머물고 있다. 뮤우와 사아라가 바로 그들인데, 반대의 캐릭터를 구사하고 있는 데다 뮤우의 경우엔 비밀마저 숨기고 있다. 그리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둘 사이에서 아이는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자신의 힘을 각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세 사람의 묘한 관계는 계속 연장되고, 게다가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또 다른 사건의 움직임. 이 정도라면 뻔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된다. 거기에, 어설픈 할렘의 분위기까지 가끔씩 풍기지만, 예쁜 캐릭터와 수준급의 컷 연출력. 그리고 아이를 너무나 아끼는 제로타임이란 재미있는 캐릭터는 이 만화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전작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혹은 '할렘혁명'에 비하면 별 감흥이 없는 만화가 될 테지만, 끝에서의 반전을 기대하며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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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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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은 '최'이고 별명은 '교수'이기에 주변 사람의 대부분이 나를 부를 땐 '최교수'라 부른다. 3년이 다 되도록 이렇게 불린 탓인지 이제는 이름보다 귀에 익는다. 이런 별명 때문이었을까? 추천이나 권유와는 무관하게, 나는 꿋꿋하게 이 만화를 읽게 되었다. 단숨에 다 읽어 내린 나의 감상! 나는 유교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화책 속에 그려진 캐릭터에 불과한 유택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어디까지나 호모-사피엔스로서의 사랑이지만 말이다. 그는 자신과 가족과 그리고 세상에 충실하다. 자신의 학문에 열정을 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시간을 사랑한다. 교수로서의 권위보다는, 함께 생각하는 조언자로서의 자리를 택하고, 조금도 부끄럼이 없는 바른 생활을 영유하고 있다. 물론, 그는 다분히 천재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나 이것은 한 뻣뻣한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따뜻한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다.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 그림과 다소 촌스러워 보이는 표지 때문에 망설였던 때문에 망설였던 사람이 있다면 '당신 실수한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에 대한 교훈과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긷든 만화. 그것이 이 만화이기에 별 다섯 개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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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신 13
호카조노 마사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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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 책방에서 알바를 하는 나는, 요즘 엄청난 수의 만화책들을 거의 매일 접하고 있다. 만화책만큼이나 사람들도 많이 접하게 되면서 그 중 매니아라고 해도 좋을 녀석이 이 책을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읽고 난 후의 기분을 정리하자면, 우선은 놀랍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개가 주요 등장인물로 쓰이고 있다. 학습능력은 물론이고 언어 사용 능력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살상능력을 가진 개가 이야기의 중점에 서 있다. 13권이나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왠지 아직까지 발단, 혹은 전개에서 맴돌고 있는 기분이다. 느슨함이 없는 속도로 스토리를 엮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 조금밖에 보여주지 않는 듯한 기분 - 흡사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만한 전율감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전율감 대신에 느껴지는 신선한 충격이 있었다. '견신'이란 존재를 사실로 끌어내는 것으로 '이 세계(다른 세계)'란 존재 역시 현실로 끌어냈다. 그리고 '너무 발전한 인간이란 종족의 멸망'이란 사실을 표면화하여 완전한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오만하게 변질된 인간이란 존재에게 믿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그 믿음을 가진 주인공 소년 후미키를 내세워 이야기가 시작된다. 130권이 나온다 해도 놓칠 수가 없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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