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1
강은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강은영 작가의 광팬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의미불명의 짧달막하게 완결난 책이 있길래, 친구가 밥을 해주겠다며 야단법석을 떠는 동안 읽게 되었다. 고2 여름부터, 공부를 하겠다고 만화와는 담을 쌓았다. 특히 그 중에서도 순정만화는 별 내용도 없는 주제에 권수가 많아 시간을 갉아먹는다고 매도해 버리고는 그야말로 손을 씻듯 그렇게 끊어 버렸다.(그러나 결코, 순정만화를 폄하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암시였을 뿐..) 수능 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만화를 읽었지만, 확실히 너무 매멸차게 끊었던 탓인지 순정만화 - 특히나 한국 순정만화에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아무생각 없이 앉아서, 물오징어가 타는 냄새를 맡으며 읽었던 만화, 야야. 감상을 한마디로 압축시키자면 '별로'였다.

나는 강은영의 그림을 좋아한다. 설명할 것도 없이, 예쁘니까. 만화에서 그림이 다는 아니라지만,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림이 안되고 스토리만 좋다면, 그건 스토리 작가여야 할 사람이 발을 잘못 들여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야야에서도 그림은 예쁘다. 동글거리고 쭉쭉 뻗어서 여간 깜찍하지 않다. 하지만, 매번 실망감을 느꼈듯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보이쉬한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강은영의 만화에서, 지금까지는 잘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가 주인공이였다는 것은 나름대로 신선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이었다는 것이다. 주제라면 주제이고, 소재라면 소재일 이야기의 핵심이 '젊은 총각 선생님과 여고생의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에 우선은 신선함에서 점수를 죄다 깎고 들어갔다. 나름의 변수를 얹으려고 했는지, 이래인 이라는 깜찍하기 그지없는 녀석을 등장시켰고 각각의 복잡한 가정사를 개입시켰으나 이것들이 별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한마디로 '오호 통제라'였다.

독자들을 조금 더 두근거리고 긴장시켜야 할 순정만화인데, 그런 감질맛 보다는 '뭐야, 대체'라는, 조금은 불만 섞인 말이 나오게 한다는 것에선 확실히 실망을 했다. 게다가, 강은영 만화의 최대 문제라 할 수 있는 '서둘러 마무리짓기'가 이번에도 역력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인데, 작가는 정말로 서둘러서 마무리짓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 나름대로는 제대로 그린 것을 나 혼자만 서둘렀다고 오해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서는 내가 작가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으니 뭐라 할 수 가 없지만, 분명 내 시점에서 볼때에는 이야기를 너무 서둘러 마무리 짓는 문제가 있다.

서두르다 보면, 손대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놓치게 된다. 조금만 건드리면 인상적일수 있는 부분마저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별거 없는 결말'을 가진 만화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말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이라, 끝이 별로면 그것 자체를 망각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망각이라니, 이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가! 기껏 피터지게 그려서 만들었는데 홀딱 잊어버리다니.. 그야말로 눈물을 쏟을 일이다. 흠, 헛소리가 조금 많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야야는 신선함이 떨어지고 엔딩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예쁜 그림과 '순정만화'에 딱 맞는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나처럼, 트렌디 드라마의 추종자들을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그냥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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