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아름다운 그림동화 2
코토카와 아야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생각해 보면 나는 동화책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이유는 별로 어린이 같지 않은 이유였다. 우리나라의 동화는 항상 착한 사람만 나왔지만, 나는 그렇게 착하기만 한 사람을 싫어했었고, 서양의 동화는 늘상 왕자와 공주만 나왔지만 나는 내가 서민이라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커서는 더 했다. 동화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마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알라딘과 왠지 모를 잔혹함에 이끌린 푸른 수염 정도가 내가 좋아하는 동화였다.
그래서였는지, 몇 해전 대 인기였던 '그림동화'라는 책이 궁금하긴 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공주, 왕자 이야기는 질색이라 그냥 무시했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 그림동화가 만화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정도면 시간도 별로 안 들겠다 싶어서 읽었는데, 실망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기대했던 대로 진행돼서 조금은 실망했다. 특히, 푸른 수염 이야기는 본래의 잔혹함을 저버리는 왠지 모를 몽상적 엔딩 처리에 조금 분노했다. 헨델과 그레텔 이야기의 해석과,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의 마지막 복수 장면이 좋았다. 인간적이라고 해야하나..? 기존의 이야기에서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착한 캐릭터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요즘 아이들은 동화의 모순쯤은 쉽게 지적해 내더란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 하더라도, 개구리 왕자님 이야기는 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혈이 낭자한 피비린내 나는 부분은 없지만, '개구리와의 한 침대'를 어린애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