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체온 -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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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미 요시나가라는 작가는,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끝인 듯 싶다. 나의 경우가 그래했고, 또 주변의 여러 사람이 그러했으며, 인터넷에 뜬 글을 보아하니 결코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듯 싶다. 처음에는 많은 대사와 왠지 헐렁해 보이는 그림에 적응하지 못하여 실망도 하게 되지만, 그러나 그 고비를 넘겨야 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그 별것도 아닌 심심한 고통을 넘기고 나면 그 다음의 열매란..! 마치 그 달콤한 열매 속에 알콜이라도 섞인 듯 완전히 취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간, 동인지나 야오이 쪽에서 이름을 날렸는데 그것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작가였다가, 서양골동양과자점으로 드디어 메이저로 등극한 것이다. 보물이란 일찍 찾아내면 그 나름으로 기쁘고 늦게 찾아내면 더 빠져들 수 있어서 그 나름으로 기쁘다. 바로, 후미 요시나가가 그러한 보물인 것이다. 아이의 체온은 작가의 단편이다. 아내가 죽자 남은 가족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하나와 아버지. 이 두 부자가 사는 이야기인데, 두 부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이 주는, 그 체온의 따뜻함이랄까? 그런 것이 이야기 여기 저기에 잘 베어 있어 사뭇, 즐거운 마음이다. 후미 요시나가의 팬이라면 말 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짬을 내어 읽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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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아름다운 그림동화 2
코토카와 아야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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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해 보면 나는 동화책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이유는 별로 어린이 같지 않은 이유였다. 우리나라의 동화는 항상 착한 사람만 나왔지만, 나는 그렇게 착하기만 한 사람을 싫어했었고, 서양의 동화는 늘상 왕자와 공주만 나왔지만 나는 내가 서민이라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커서는 더 했다. 동화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마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알라딘과 왠지 모를 잔혹함에 이끌린 푸른 수염 정도가 내가 좋아하는 동화였다.

그래서였는지, 몇 해전 대 인기였던 '그림동화'라는 책이 궁금하긴 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공주, 왕자 이야기는 질색이라 그냥 무시했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 그림동화가 만화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정도면 시간도 별로 안 들겠다 싶어서 읽었는데, 실망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기대했던 대로 진행돼서 조금은 실망했다. 특히, 푸른 수염 이야기는 본래의 잔혹함을 저버리는 왠지 모를 몽상적 엔딩 처리에 조금 분노했다. 헨델과 그레텔 이야기의 해석과,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의 마지막 복수 장면이 좋았다. 인간적이라고 해야하나..? 기존의 이야기에서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착한 캐릭터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요즘 아이들은 동화의 모순쯤은 쉽게 지적해 내더란 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 하더라도, 개구리 왕자님 이야기는 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혈이 낭자한 피비린내 나는 부분은 없지만, '개구리와의 한 침대'를 어린애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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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 11
하시바 마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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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이를 아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누구처럼 야오이를 혐오하지도 않는, 나름의 무난한 사람인지라 별다른 거부감 없이 차분히 읽고 있다. 이 책은 아무런 생각 없이 읽었는데, 나중에 인터넷에서 이 책을 '보이 러브' 로 분류한 것을 보고 그때서야 이 책이 야오이인 줄 알았다. 그렇다. 이 책은 순하디 순하여 '러브'라는 말보다는 그저 '여자가 거의 안나오는 만화'정도가 딱 알맞다 싶은 그런 책이다.

특히, 빨간딱지가 붙은 나름의 현란한 이야기들을 봐 온 사람이라면 왠지 아동물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야오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기대(?)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재미있는 책' 혹은 '명랑한 책' 정도에 초점을 둔다면 그때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콘과 싱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상반되는 캐릭터다. 그 공통점 중 하나는 둘 다 소위 말하는 킹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고징크스다. 이 사고징크스는 두 사람을 묶는 나름의 강한 끈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사정이 꼬이는 바람에 모델인 우콘의 보디가드를 맡게된 싱. 사고징크스라는 강한 유대감을 가진 그들을 현실적 상황이 함께 묶어 버렸으니, 무수한 사고와 일들이 생기는 것은 뻔한 일! 이렇게 생겨난 여러 에피소드들이 엮이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 하나, 나는 보디가드라는 설정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싱이라는 캐릭터는 그런 고리타분함을 날려버릴 만큼 상쾌한 녀석이라는 것. '완벽한 킹카'를 지향하던 수정만화의 캐릭터에 질린 사람에게는 조금쯤 재미난 캐릭터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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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사는 연애중독 1
카와조 마리코.토루 카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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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에 인터넷을 하다가 새로 나온 책이라는 소개를 받은 책인데, 내심 괜찮지 않을까 하고 나름의 기대를 품었더랬다. 우선, 표지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고, 재목으로 보아 골 아프게 심각한 내용이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출판사의 만화 중에는 그냥 예쁜 그림에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그런 만화들이 제법 많기 때문에 모처럼 만만한 만화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오후에 서점에 들렸을 때 마침 새로 들어와있길래 바로 집어 든 책이다. 역시 예상 대로랄까? 예쁜 그림에 부담 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흔히,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책을 대할 때 킬링타임용이라고 말하는데, 확실히 말하지만 그 정도 수준에서 빌빌거리는 것은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그야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연애중독'인 '선술사'는 유리선이란 사람인데, 아주아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재미난 서역의 선술사다. 선술사 유리선과 그가 기르는 까마귀 비추. 왠지 주종이 뒤바뀐 듯한 이 콤비가 겪는 에피소드들이 엮여 있는데, 담백하고 깔끔한 기분이다. 킬링타임용의 책에서는 뭔가 허무함을 느끼지만, 너무 큰 스케일의 장대한 이야기에 골이 아프기 싫은 사람에게라면 적격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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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하렘 3 - 완결
오다 아야 지음, 서수진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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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이(전제가 붙는다면, 다분히 매니아 적이어야 한다) 가끔씩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얼굴로 내뱉는 말이 있다. 내 소원은 '미소년 하렘의 주인이 되는 거야' 라고.. 그것은 마치, 남학생들이 '내 소원은 쭉빵한 누나들한테 둘러싸이는 거야'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조금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아니, 차라리 귀엽기까지 한 소문이다. 영화 '몽정기'를 얼마나 웃으며 보았던가!

그러나, 내가 고른 만화는 조금도 귀엽지가 않았다. 만화가 3권으로 끝났기에 망정이지 10권만 되었어도 이 만화는 조금의 미덕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라는 개념을 떠나, 3권이라는 숫자 자체로서 미덕이 있는 만화였기 때문이다. 내용은, 제목에서 말해주는 그것 그대로이다. 독자의 눈에는 그저 그런 여주인공이 있고, 이 여주인공에게 꼬여드는 일명 꽃미남이 있고.. 그리고 그 중에서 여주인공을 위해 모든 위험을 불사르는 한 명과 스파크를 튀기는 뭐 그런 내용이다.

이 만화를 보고 있자면, 다윈의 진화론이 생각난다. 처해진 환경에 맞춰 진화하지 못하는 것은 퇴보를 의미하고 이것은 곧 퇴행이다. 그리고 퇴행의 또 다른 이름은 멸종이 아니던가..! '순정만화'라는 말에 대한 고정관념을 사수하는데 나름의 좋은 본보기가 될 법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아래에 서평을 달아놓은 분의 말처럼, 요즘에는 워낙 탄탄한 이야기와 작품성을 자랑하는 수작들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로는 제대로 된 평가를 얻을 수가 없다. 짤막하고 코믹한 내용을 보고 싶은 생각과 만화책은 사서 본다는 나름의 신념으로 사서 보았으나,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에게 선물 할 생각이다. 재미있게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소장해 주는 것이 책에게도 기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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