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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MISTY 6
변미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변미연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권이 막 나온 2003년 겨울이었다.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남자의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작가에 대해서나 작품에 대해서 사전지식이라곤 하나 없이 구입했다. 1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40여분의 시간동안 몇번을 감탄했는지 모른다. 신인작가의 첫 권을 잡고 이렇게까지 감탄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했었다. 그리고 어느새 6권이 나왔으니, 변미연이란 작가에 대한 관심도 벌써 햇수로 3년이 되었다.
1권을 낸 뒤 만화웹진 한 곳에서 이 작가에게 집중했고, 그 웹진을 자주 찾는 만화독자들에게 조금식 알려졌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본 만화독자들이 입에 침 튀겨가며 친구들에게 전도하여 지금은 제법, 작가의 팬이 늘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있는 만화잡지에 번듯이 연재한 경력도 없는 작가, 그저 단행본만 4달에 한권씩 착실히 내는 작가. 결국 2005년에는 윙크나 계간만화, 허브 등의 잡지에 단편이나 중편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문에 6권이 많-이 늦어졌지만 작가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 걸 탓할 수 없는 독자의 마음 -_ㅜ)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 하면, 신인답지 않은,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으흙!) 노련한 이야기 전개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음을 파고드는 그, 순간의 한 줄! 썩 잘 그리는 그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화면을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에 휘말려 작품 그 자체에 빠져들고 만다. 예전, 만화가 강경옥의 연출력의 핵심에 대해 "한 페이지에서 독자를 집중시킬 컷을 단 하나만 만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작가, 변미연이 그렇다. 독자를 집중시키고 싶은 컷, 독자를 빠져들게 하고 싶은 대사, 그 한 컷과 한 줄을 위해 페이지를 과감하게 잘라낸다. 그러면서 피식, 낮게 웃으며 "그 외에 뭐가 있어? 아무 것도 없잖아" 라는 대사를 넣는 것이다.
1권만으로는 Y물이라 일컬어지는 동성애물로 보일 수 있으나 2권으로 넘어가면 달라진다. 미모에 능력까지 갖춘 S대출신 학원강사가 등장하며 남자의 이야기 외에 여자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아니, 어떨땐 그 여자의 이야기가 본 주인공을 압도할 때도 있다(주객전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그리고 익숙한 재즈들, 익숙한 책들, 익숙한 거리들이 펼쳐진다. 6권에서는 그간 어렴풋이 짐작만 가능했던 조성배 작가의 옛 이야기와 그의 속내도 드러난다. 그러기까지의 노련한 작가의 펼쳐냄은, 왜 많은 만화평론가들이 이 작가와 작품을 주목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순정만화 지상주의자인 나로서는 이 작품 앞에 넙죽 엎드려 "팬이어요!"를 외치는 남성독자들을 보며 괜시리 어깨 펴지고 콧대가 높아진다. 여성독자들 만큼이나 남성독자들이 이 작품을 주목하고 좋아한다. (이럴 때면 역시 만화를 논하려면 순정만화를, 이라는 명제가 성립된...쿨럭) 언젠가 작가를 직접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생기발랄함과 역동적인 모습에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가 반해버렸다. 1권에 나왔던 1호선 백운역에 팬들끼리 가보기도 하고, 2권에 나왔던 인천 자유공원을 가보려고 2시간 걸려 인천을 가기도 했다. 굉장한 판매부수를 기록하진 못했더라도, 작품을 읽어본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란 쉽지 않은 법.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새삼 이 작품을 다른 많은 독자에게 소개할 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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