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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평화 - 박기범 이라크통신
박기범 지음 / 창비 / 2005년 10월
평점 :
출판사는 이 책의 정가를 수정해달라. 9800 + 200, 200원은 이라크 전쟁피해 아동을 위해 쓰입니다... 이렇게 말이다. 책을 읽고서 나의 감상은 책 값이 너무 싸다! 라는 거였으니.
지구촌 어디든 울음 없는 곳이 없고 100평 빌라에 사는 월 용돈 300만원의 사람에게도 눈물은 있는 법이지만, 그래선지 다른 이의 고통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현대인이다. 타인의 고통에서 나를 떼어내어 무연한 관계로 남고 싶은, 치졸한 자기 본위. 살아가려니 어쩔 수 없이 타인의 고통에 둔해져야 했더라, 라고 나 역시 말하고 그렇게 충고하지만. 그렇더라도 고통받는 타인을 도우려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죄가 될 것이다. 벌써 몇년째 뉴스에선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의 피해를 말한다. 당장 그곳에 달려갈 수 없으니 뉴스를 무심하게 지나치는 우리에게 박기범은 그러지 말라고, 달려가지 않더라도 그 뉴스를 지켜봐 달라고 간곡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 전쟁으로 다쳐가는 아이들의 이름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들어보라, 그들도 당신의 자녀와 형제와 친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라고 말이다. 순간 순간 도망치고 싶은 상황- 미사일 폭격이 계속되고 군인들의 총 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곳에서 박기범은 구도의 길을 걷듯 자기 자신을 들여다봄으로 타인을 들여다본다. 간곡한 그의 글을 읽다보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라크와 그리고 이라크만이 아닌 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학살과 눈물의 현장을. 그리고 그 뉴스들에 갈수록 무심해지는 나와 우리를.
[어린이와 평화]는 이라크에 파병 중인 한국인이라면 어떤 대의명분으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죄라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매섭게 질타하지 않는다. 그저 울고 또 울어 부은 눈으로 간곡하고 애절하게 부탁하고 속삭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글이다. 당장 이라크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지 않더라도, 자신의 죄, 우리 모두의 죄가 무엇인지 잊지 말라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정치적인 분석은 다른 책에서 읽더라도 인간 본연의 정으로 읽어야 하는 이라크 상황은 무엇인지-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