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 외딴 집에
이상교 지음, 김세현 그림,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기획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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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여백과 쉼표가 있는 동화



이 책은 여백과 쉼표 그리고 반전과 재미, 해학(諧謔)과 풍자(諷刺)가 있다. 밖에는 바람이 불고 시냇물이 어는 어느 겨울, 외딴 마을 외딴 집에 늙은 쥐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흙벽 구멍 속에 사는 쥐도 컴컴한 방 안 할아버지도 이 집은 내 집이라 중얼댔다. 과연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 할아버지와 흙벽 구멍 속 사는 쥐는 공존할 수 있을까?





구멍 속 쥐는 잘 먹질 못해 털이 꺼칠하고 눈은 흐리멍덩했다. 할아버지는 친구가 없어 볼이 축 늘어졌고 얼굴은 누랬다. 할아버지는 아침이면 먹을 걸 구하러 밖으러 나가 저녁에 돌아왔다. 굳은 빵이나 생선 구이 토막 김치 쪼가리 같은 걸 주워 왔다. 구멍 속 쥐는 할어버지가 주워 온 걸 훔쳐 먹으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밖에 나갔단 할아버지가 손에 무얼 들고 왔다. 그것은 바로 ‘아픈 쥐’였다. 할아버지는 굳은 빵, 생선 구이 토막, 김치 쪼가리도 아픈 쥐에게 나눠 주었다. 구멍 속 쥐의 배에선 쪼로록 쫄쫄쫄 소리가 났지만 아픈 쥐 앞에는 언제나 먹을 것이 수북했다. 구멍 속 쥐는 아픈 쥐를 내쫓으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쥐가 아니었다. 먼지투성이 실장갑 한 짝이었다. 눈이 어두운 할아버지가 먼지투성이 실장갑을 아픈 쥐로 알고 데려온 것이다. 구멍 속 쥐도 똑같이 생각했다. 쥐는 먼지투성이 실장갑을 물어서 내다 버리고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쥐가 없어진 걸 알고 할아버지가 실망할 걸 걱정했다.





쥐는 할아버지가 놓아 주는 먹이를 야곰야곰 잘도 주워 먹었다. 기분이 좋아진 쥐가 노래를 불렀다. 쥐는 털이 반들반들해지고 눈빛은 맑아지고 할아버지는 볼이 퉁퉁해지고 이마는 불그레해졌다. 봄 햇볕이 나른나른한 외딴 집 마당에 쥐와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꽃 그림자가 들판에 출렁거리는 것을 보며 같이 흔들거렸다.





구멍 속에 몰래 사는 쥐, 그리고 친구 없이 동냥으로 먹고 사는 할아버지. 둘은 닮았지만 서로를 외면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행동으로 구멍 속에 사는 쥐는 같이 할 수 있음을 깨닫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책은 마무리된다.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을 혐오스러운 쥐와 늙고 힘없는 할아버지라는 것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함으로써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동화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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