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북] 달을 삼킨 코뿔소 모래알 빅북 4
김세진 글.그림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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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세상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바치는 진혼곡

이 책은 죽음에 대하여,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초원은 아기 코뿔소의 놀이터이다. 아기 코뿔소는 엄마처럼 멋지게 달리고 싶었다. 아기 코뿔소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리고 또 달렸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어서 더 좋았다. 매일매일 즐거웠고 하루가 다르게 커 갔다. 엄마 코뿔소도 아기 코뿔소의 뛰노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아기 코뿔소는 비 오는 날에도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비가 오면 초원은 생기가 넘쳤다. 아기 코뿔소는 강으로 첨범첨벙 뛰어 들었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강물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거친 물살은 무엇이든 삼킬 듯 했다. 아기 코뿔소가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엄마 코뿔소가 강물에 뛰어 들었지만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갈 수 없었다. 과연 아기 코뿔소는 어디로 갔을까? 엄마 코뿔소는 아기 코뿔소를 구할 수 있을까?

엄마 코뿔소는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만나는 동물마다 물어봤지만 다들 엄마 코뿔소의 물음에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강은 잠자는 아기 숨소리처럼 잦아들었다. 엄마 코뿔소는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곳에 아기 코뿔소가 있었다. 하지만 아기 코뿔소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엄마 코뿔소는 아기 코뿔소가 아닌 강물에 비친 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 코뿔소는 화가 났다. 무심히 강을 비추는 달이 미웠다. 엄마 코뿔소는 달을 꿀꺽 삼켜 버렸다.

달이 사라지고 초원은 모두를 잃은 듯 고요와 어둠만 가득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컸다. 그리움의 시간이 덧없이 흐르는 동안 엄마 코뿔소 배 속에는 새로운 생명이 자랐다. 얼마 뒤 아기 코뿔소가 태어났다. 초원에는 달이 돌아왔다. 달 속에서 아기 코뿔소가 마치 '엄마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코뿔소는 내내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올 해 MBC 스페셜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가 방영 되었다. ‘너를 만났다자식을 잃은 부모가 가상 현실(VR)을 통해 자녀를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본 방송은 차마 볼 수 없었다. 이미 예고편을 보고 하염없이 흐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부모를 하늘 나라에 보내고 부모를 하늘 나라에 보내본 경험이 있는 나 이지만 아직 자식을 먼저 하늘 나라에 보낸 다는 생각만으로도 슬픔을 감출 수 없다. 슬픔, 이별, 죽음 과 같은 감정은 피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동화는 아이와 부모에게 다시금 삶에 대해 현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강물에 떠밀려 죽음을 당한 어린 아기 코뿔소를 잃은 엄마 코뿔소의 마음과 그것을 전혀 이해 못해주는 주변의 시선, 그리고 달로 마치 다시 이야기 하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읽으면서 뭉클함을 넘어 울컥함이 치솟게 된다. 책을 읽는 아이에게 죽음은 무섭고 슬픈 것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임을 다시금 알려줄 수 있는 동화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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