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집 이야기 8899 땅콩집 이야기
강성률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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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이 책은 주인공을 통해 1988년부터 1999년까지의 삶을 소설로 풀어 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술술 읽힌다. 그리고 지나간 역사의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더욱더 박진감이 넘친다. 


독재 정권이 물러나고 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선출되었지만 그는 전두환과 친구였고 같은 군인 출신으로써 많은 의심이 있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였지만 사람들의 불신의 눈초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사람들은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에 더욱더 열광하게 되었다. 이것을 발전시킨 사람은 전두환이었지만 꽃은 노태우 정권일 때 피어난 듯 하다.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지만 지역간의 갈등과 전면적인 민주화를 위한 노력은 끊임이 없었다.


이 와중에 92년도 대선은 김대중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 했지만 막상 정주영의 출현과 김영삼의 배신(?)을 통해 정국은 혼란에 빠지고 결국은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고 김대중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정주영 역시 정계를 떠난다.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하나회 해체와 금융실명제 실시, 조선총독부 폐지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만 이면에는 IMF를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김영삼 정권 때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는데 마치 한국의 고속성장의 이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하다. 대표적인 예로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가 있다.


연속 된 정치인 세계 입문에 실패한 주인공의 아버지인 이신만은 도의원 당선자 김팔봉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는 지난 군농협장 시절 단위조합장 시켜 달라 뇌물 들고 찾아온 사람 앞에서 돈다발을 집어더닞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추천한 사람이 과거 뇌물수수의 경력이 있다며 단칼에 거부를 할 정도로 기개와 결기가 있었고 불의를 보면 팔 걷어 부치고 달려들던 정의감에 가득 찼었지만 이제는 다 사라지고 자신이 뇌물을 들고 찾아가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대학 졸업 후 잠깐 연합통신 기자로 활동 했었던 이신만은 유산으로 받은 땅을 처분하고 연탄공장을 차린다. 하지만 2년만에 그만 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이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을 하지만 그는 끝내 도의원에 오르지 못한다.


주인공은 여러 가지 난관을 거치면서 우여곡절 끝에 철학 교수로 임명이 된다. 책 서두에 나온 초등학교 은사는 그에게 넌지시 정치에 입문할 것을 권유 한다. 이 말 한마디가 그가 평생토록 가시밭길을 가게 될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성향과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정치 세계에 입문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은근히 자신의 아버지가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며 물신양면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아버지는 주인공의 기대와 달리 배신과 배반을 당하고 재산을 점차 탕진하고 지지세력을 잃기만 한다. 새로운 사업을 펼치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주인공에게는 부채는 자꾸만 쌓여간다. 주인공의 아내는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서 요식업에 뛰어들지만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결국은 망하고 만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주변에서 한 명쯤 있는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시골에서는 그럭저럭 잘 사는 집안에 외골수에 외통수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만 자식들로 인해 전전 긍긍하는 어머니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식들의 모습,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식과 세상을 떠난 자식, 변변치 않은 자식들 이야기.


주말 드라마에 나올 법한 소재들이지만 현실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부친의 재산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자식들의 싸움으로 번지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만약 부친의 상당한 재산을 남친 채 사망할 경우에는 유산을 가지고 자식들끼리 칼부림이 나기도 한다.


사람의 목숨이 돈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돈보다 명예나 지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이 지켰던 청렴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타협을 불허하였지만 결국은 권력의 욕심으로 비굴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 역시 교수라는 명예스러운 자리에 올랐지만 아버지의 정치인의 대한 바람과 한탕으로 인해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번뇌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은 시골에서 힘들게 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악착같이 책을 출판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스쳐가는 생각으로 두 번째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주인공은 부자가 되고 자신과 집안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의 명의로 되어 있던 12만평이라는 거대한 땅을 알게 되었고 이 중 상당수는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지만 이 땅을 통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버지가 손가락질을 받고 어려움에 처하자 아버지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초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부 다 희사하는 결단을 보이면서 다시금 부자의 꿈은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친척들이 벌였던 갯벌 매립 사업으로 인한 보상으로 인해 다시금 부자의 꿈을 꾸지만 매립 과정에 있었던 불법적인 일들과 도지사와의 마찰로 인해 이것도 결국은 헛된 꿈인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읽다 보면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과 욕심, 탐욕을 적절하게 끄집어 낸다.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철학 교수인 주인공은 항상 돈에 쪼달리고 부모님에게 시달리는 괴로운 인생을 산다. 결국 파산을 하고 월급이 압류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마치 경제 부흥기를 지나 IMF 직격탄을 맞은 한국 경제와의 상황과 유사하게 보인다.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 소설임을 밝히고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 속에 한국의 경제와 많은 한국인들의 숨은 심리까지 다 포함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80~90년대를 몸소 겪은 사람과 그 세대를 겪지 않은 이들 둘 다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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