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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삶에 제약이 생긴지도 어언 1년하고도 5개월이나 되었기에 이제는 행동에 제한이 있는 삶이 그냥 우리의 삶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사회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변화는 공간에 대한 가치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삶이 시작되면서 빛을 잃어버린 공간이 있는 반면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게 된 공간도 있다. 극장, 야구장, 공연장과 같이 다수의 인원들이 모여서 문화생활을 즐기던 공간은 대표적인 빛을 잃은 공간이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하며 즐거움을 만끽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코로나19의 위험으로 인해 가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기에 슬프지만 '갈 필요가 없어졌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반대로 집이라는 공간은 이제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나의 모든 삶을 함께 하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집에서 잠자고 일어나서 집에서 씻고 집에서 밥을 먹는 것 까지는 이전과 동일하나 이제는 집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듣는다. 집에서 영화를 보고 야구 경기를 시청하며 콘서트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즐긴다. 가히 현시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집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사라질까? 미래에는 어떤 공간들이 주목을 받을까? 뭉치면 죽는 사회에서 과연 도시는 해체될까?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의 가까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이전의 책에서 공간에 대해 질문하고 공간을 통해 문화를 살펴봤었다. 그러나 마지막 책을 출판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뒤바뀌었고 공간의 가치가 이전과 달라졌다. 이제 저자는 공간의 미래를 내다 보기 위해 한 걸음 내디디려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고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간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예측들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믿는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믿음을 담은 미래의 공간에 대한 책이다.
코로나로 인해 주 7일을 집에만 머물게 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1.5배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집의 크기가 1.5배 작게 느껴진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집에 있는 시간이 두 배 늘어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과부하가 걸리니 사용자가 불편해졌다. 쉽게 얘기하면 예전에는 집에서는 잠만 자고 일어나서 바깥으로 출근을 해서 집이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집에서 자고 일어난 이후에도 집에서 계속 일을 하므로 집이라는 공간이 점점 작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존에 기능에 따라 분리한 공간들을 하나로 묶는 방안과 부엌을 창가로 위치 변경하는 방안을 소개하였는데 가장 인상적인 방안은 사라진 발코니를 되살려 사적인 외부 공간을 만드는 방안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기 힘든 지금, 공간 확보를 위해 확장 시킨 1.5미터 발코니를 다시 복원하고 그 옆에 발코니를 1.5미터 더 증축하여 총 3미터의 발코니를 만들어서 비를 맞을 수 있는 테라스 같은 발코니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건축 법규로는 발코니 확장이 쉽지 않지만 자신만의 사적인 외부 공간을 확보한다면 타인과 거리를 둔 채 나만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므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방안이다.종교와 공간에 대해 다룬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종교는 눈에 보이는 공간을 많이 이용했다. 벽화를 그린 동굴부터 시작해서 교회, 성당, 절과 같이 다 같은 공간에 모여서 종교 활동을 했다. 종교 활동을 하는 건축물 안을 살펴보면 시선이 모이는 곳에 종교 지도자가 위치해 있고 이를 통해 권력 구조가 형성된다. 모이는 시간을 의무화해서 시간과 공간을 통제함으로써 이를 조정하는 주체가 권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다 같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온라인으로 종교 활동을 하게 되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종교 활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불가하다. 지금까지 형성해왔던 권력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이를 통해 종교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역설한다. 공간이 무너지고 권력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권력에 이끌려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종교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종교란 무엇인가? 나와 신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나는 무엇을 사유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지금이야말로 종교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코로나19는 공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위에서 언급한 집, 종교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상업 및 문화 시설 등 모든 공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들로 구성된 도시. 과연 도시는 코로나로 인해 해체될까? 저자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내 생각도 동일하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생활과 온라인 사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서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바뀐 세상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픈 본성이 자리 잡고 있는 이상 우리들은 다시 만나려고 할 것이다. 다만 이전과는 변화된 형태의 공간에서 만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분야별로 공간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공간에 대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인문학적 감성까지 느낄 수 있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지닌 채 읽어본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