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래잡이 - 라말레라 부족과 함께한 3년간의 기록
더그 복 클락 지음, 양병찬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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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도네시아 사우 해의 화산섬에 사는 '라말레라'라고 불리는 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라말레라 부족은 오늘날 명맥을 이어가는 수렵채집 사회 중에서 가장 작고 갈수록 점점 위축되는 집단이며 고래 사냥으로 연명하는 유일한 부족이다. 이들은 1년에 평균 스무 마리의 향유고래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데, 5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나무 작살과 테나라는 목선을 이용해 고래를 사냥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현대화와 물질문명이 라말레라 마을의 신세대들에게 밀려들면서 부족의 전통적 생활 방식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라말레라 부족은 현대 문명 속에서도 그들만의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이 책에는 라말레라 부족의 과거 부족사회 시절부터 현재의 일상생활까지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장에 나오는 1994년 라말레라 부족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테티헤리라는 배를 이끄는 이그나티우스와 케나푸카라는 배를 이끄는 이그나티우스의 매부, 프란스가 향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로 떠났으나 태풍을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모든 배는 줄로 연결되어 있었으나 테티헤리의 선원들이 연결된 줄을 끊고 홀로 폭풍의 난기류를 뚫고 탈출한다. 연결이 끊어진 케나푸카는 망망대해로 표류하게 된다.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한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있었지만 테티헤리의 선원들은 자신들이라도 먼저 탈출해서 구조를 요청하겠다는 허울뿐인 변명을 핑계 삼아 동료들을 버리고 섬으로 대피한다. 테티헤리의 선장 이그나티우스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반대로 케나푸카의 선장 프란스는 분노에 휩싸인다. 동료들이 라말레라 부족의 정신을 위배하고 도망친 것도 화가 났지만 처남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은 이미 다 떨어졌고 죽음을 맞이하고자 마음을 비웠을 즈음에, 어디선가 스파이스 아일랜더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속선이 케나푸카를 향해 엔진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들은 선원들을 구조하여 치료해 주고 의식주를 제공해 주었다. 섬에서만 생활했던 라말레라 부족 선원들은 처음 보는 문명의 이기에 당황하였으나 이내 편안함과 편리함을 느끼며 회복한다. 그러나 프란스의 마음은 회복되지 않았다. 섬으로 다시 돌아왔으나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라'라는 조상님들의 명령을 어긴 테티헤리 선원들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 서로를 껄끄럽게 하는 요소로 남는다. 부족의 정신은 무너지고 현대 문명의 이기를 접한 라말레라 부족에게 물질문명의 세상이 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프란스는 이 모든 것들이 걱정되었다.

위의 이야기가 향후 라말레라 부족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한다는 정신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개인화가 만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현대 문명의 이기들을 접하면서 더욱 가속화된다. 실제로 프란스가 걱정했던 것처럼 바깥세상의 문화와 물건들이 라말레라 마을로 꾸준히 들어왔다. 그들의 생활방식을 바꾸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부족의 정신까지 바꾸려고 한다. 라말레라 부족의 신세대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부족의 정신을 받들어 조상님들의 방식을 따를지, 아니면 현대 문명을 받아들이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지. 욘이라는 청년은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자신의 꿈을 결정했다. 작살잡이인 '라마파'. 라말레라의 남성 사회에서 가장 높은 영예를 지닌 라마파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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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이야기는 욘이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라마파가 되어가는 과정과 이제는 중년이 된 아그나티우스와 프란스의 일화, 그리고 라말레라 부족들의 고래잡이 과정 등을 담고 있다. 욘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신세대들만의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사랑 이야기와 라마파로서의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한 고래를 잡는 과정은 읽는 내내 진땀이 날 정도로 치열했고 또 처절했다. 고래를 잡는 그들의 삶을 보니 현대 문명이 라말레라 부족에게 스며들더라도 그들의 부족 정신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부족의 정신을 가슴속에 새긴 채 오늘도 목숨을 걸고 배에 올라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라말레라 부족에게 위기는 찾아오겠지만 그때마다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서 서로를 위하고 지켜주며 부족의 정신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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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개정판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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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습격하면서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의 국가 간 이동을 금지하고 한 국가 내에서도 이동을 제한하여 최대한 집 안에만 머물게 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가장 타격을 받은 부분은 경제일 것이다.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침체가 왔다. 각 국가의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추어서 시장에 현금이 돌도록 유도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긴급 자금을 수혈하여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아주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찾아온 경제 침체이기에 국가가 제 기능을 발휘해서 경제를 부양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현금이 시장에 많이 풀리게 된다면 분명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경제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이 책은 20년간 투자가, 은행가, 경제 전문 기자, 경제학 교수로 활동한 독일 최고의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하노 벡을 비롯한 독일의 경제학자들이 뭉쳐서 인플레이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소시민들이 금융위기 시대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함을 깨닫고 독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흥미로운 역사 사례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썼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와 숨겨진 비밀을 깨닫고 돈의 미래를 내다보며 투자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가 상승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재화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제품의 생산 비용이 증가해서 물가가 상승한다. 그러나 책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사례는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화폐를 무리하게 발행하여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즉,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자국 통화의 구매력이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화폐 가치는 끝없이 하락하고 결국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물건 하나 제대로 사지 못하는 파탄 난 경제에 이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개념을 잡은 채 책 속에서 소개되는 국가별 인플레이션 사례를 읽으니 정말 흥미로웠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 계기와 발생하였을 때의 상황과 실제로 돈의 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이후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 쉽게 풀어서 알려주니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해하기 수월했다. 설명만으로는 체감이 잘 안되었는데 사례를 통해 국민들의 삶이 어디까지 추락하였는지 읽고 나니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 가치는 하락한다. 현금을 은행에 보관만 하고 있다면 점점 손해라는 뜻이다. 저금리 시장일 것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상황 속에서 어떠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할까? 가치가 하락한 화폐가 자본 시장에 무수히 많이 나온 상황에서 이 돈들이 어디로 향할지를 예측하면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물건의 가치는 상승한다. 금, 은과 같은 귀금속,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하므로 돈은 이쪽으로 몰린다. 자연스럽게 자산 인플레이션이 뒤따라온다. 그렇기에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자산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어디에서 타느냐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거품이 빠지면서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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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그저 저축만 하다가는 큰일 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금융 위기는 계속될 것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의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인플레이션 상황은 지속될 것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이 정확하게 있는 것은 아니나 최소한 우리는 이러한 경제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의 흐름 속에서 내 돈의 방향은 어디로 흐르게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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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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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삶에 제약이 생긴지도 어언 1년하고도 5개월이나 되었기에 이제는 행동에 제한이 있는 삶이 그냥 우리의 삶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사회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변화는 공간에 대한 가치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삶이 시작되면서 빛을 잃어버린 공간이 있는 반면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게 된 공간도 있다. 극장, 야구장, 공연장과 같이 다수의 인원들이 모여서 문화생활을 즐기던 공간은 대표적인 빛을 잃은 공간이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하며 즐거움을 만끽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코로나19의 위험으로 인해 가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기에 슬프지만 '갈 필요가 없어졌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반대로 집이라는 공간은 이제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나의 모든 삶을 함께 하는 유일한 공간이 되었다. 집에서 잠자고 일어나서 집에서 씻고 집에서 밥을 먹는 것 까지는 이전과 동일하나 이제는 집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듣는다. 집에서 영화를 보고 야구 경기를 시청하며 콘서트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즐긴다. 가히 현시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집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사라질까? 미래에는 어떤 공간들이 주목을 받을까? 뭉치면 죽는 사회에서 과연 도시는 해체될까?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공간의 가까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는 책이다. 저자는 이전의 책에서 공간에 대해 질문하고 공간을 통해 문화를 살펴봤었다. 그러나 마지막 책을 출판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뒤바뀌었고 공간의 가치가 이전과 달라졌다. 이제 저자는 공간의 미래를 내다 보기 위해 한 걸음 내디디려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고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간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예측들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믿는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믿음을 담은 미래의 공간에 대한 책이다.


코로나로 인해 주 7일을 집에만 머물게 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1.5배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집의 크기가 1.5배 작게 느껴진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집에 있는 시간이 두 배 늘어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과부하가 걸리니 사용자가 불편해졌다. 쉽게 얘기하면 예전에는 집에서는 잠만 자고 일어나서 바깥으로 출근을 해서 집이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집에서 자고 일어난 이후에도 집에서 계속 일을 하므로 집이라는 공간이 점점 작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존에 기능에 따라 분리한 공간들을 하나로 묶는 방안과 부엌을 창가로 위치 변경하는 방안을 소개하였는데 가장 인상적인 방안은 사라진 발코니를 되살려 사적인 외부 공간을 만드는 방안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기 힘든 지금, 공간 확보를 위해 확장 시킨 1.5미터 발코니를 다시 복원하고 그 옆에 발코니를 1.5미터 더 증축하여 총 3미터의 발코니를 만들어서 비를 맞을 수 있는 테라스 같은 발코니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건축 법규로는 발코니 확장이 쉽지 않지만 자신만의 사적인 외부 공간을 확보한다면 타인과 거리를 둔 채 나만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므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방안이다.

종교와 공간에 대해 다룬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종교는 눈에 보이는 공간을 많이 이용했다. 벽화를 그린 동굴부터 시작해서 교회, 성당, 절과 같이 다 같은 공간에 모여서 종교 활동을 했다. 종교 활동을 하는 건축물 안을 살펴보면 시선이 모이는 곳에 종교 지도자가 위치해 있고 이를 통해 권력 구조가 형성된다. 모이는 시간을 의무화해서 시간과 공간을 통제함으로써 이를 조정하는 주체가 권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다 같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온라인으로 종교 활동을 하게 되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종교 활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불가하다. 지금까지 형성해왔던 권력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이를 통해 종교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역설한다. 공간이 무너지고 권력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권력에 이끌려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종교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종교란 무엇인가? 나와 신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나는 무엇을 사유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지금이야말로 종교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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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공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위에서 언급한 집, 종교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상업 및 문화 시설 등 모든 공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들로 구성된 도시. 과연 도시는 코로나로 인해 해체될까? 저자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내 생각도 동일하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생활과 온라인 사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서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바뀐 세상에 적응하며 사는 것이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픈 본성이 자리 잡고 있는 이상 우리들은 다시 만나려고 할 것이다. 다만 이전과는 변화된 형태의 공간에서 만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분야별로 공간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공간에 대한 지식을 얻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인문학적 감성까지 느낄 수 있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지닌 채 읽어본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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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어떤 상황에서든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법칙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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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사람들 간에 관계를 형성할 때 '말'은 필수이다. 언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말'로 특정 지은 이유는 사람과 마주하며 소통할 때는 글쓰기나 읽기가 아닌 말 하기를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말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말 재주가 좋은 사람은 인간관계가 좋고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들을 순조롭게 풀어 나간다. 반대로 말 재주가 좋지 않거나 말실수가 잦으면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어진다. 상호 간에 오해가 생기고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말의 위력은 상당하다. 그렇다면 말의 위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켜서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고 나만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직면하는 '말하기' 능력과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담았다. 일상 교제, 대화, 감정 교류, 설득, 연설, 토론, 협상, 구직 등 총 8가지 상황으로 구분 지어 일상의 사례에 이론과 실천을 결합했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어휘, 말뿐만 아니라 행동 등 대화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 등 말하기와 관련된 여러 기술들을 소개한다. 책의 내용들은 실생활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높은 실용성을 지니고 있어서 말재주를 단련시켜 주는 말하기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다.

본문의 내용은 '거절'하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말하기 기술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거절하는 방법부터 다루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으며 대화함에 있어서 '잘' 거절하는 방법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상호 간에 소통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험난한 사회 속에서 힘을 합쳐 살아나간다. 서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도와주면 제일 좋겠지만 서로의 사정이 있기에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거절을 해야 하는데 친분이 두터울수록 상대방이 서운할까 봐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거절은 난도가 높은 소통 방식이다. 상대의 이해를 구하면서 실망과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완곡한 거절법을 사용한다면 상대방도 거절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에 재치와 위트를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호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되 품격을 잃지 않는 거절 방법이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다른 내용들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내용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챕터였다. 사람 간에 대화의 시작이자 끝인 인사이지만 우리들은 그동안 인사의 중요성을 모른 채 살아왔다. 눈 마주치지 마자 좋은 아침이라고 먼저 건네는 인사 하나면 오늘 하루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하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인사이거늘 우리들은 그저 부끄럽다, 창피하고 민망하다 와 같은 생각에 인사를 주저했다. 나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상대방이 모른척할까 봐 두려워 일부러 눈을 안 마주치거나 인사를 안 한 적이 있었다. 결국 나중엔 인사할 걸 후회할 거면서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인사 안 하고 후회할 바에야 인사하고 당당해지자.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기쁜 마음을 담아 인사부터 잘 해보자. 이 책에 나오는 말하기 기술들을 사용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바로 인사이지 않을까. 그만큼 인사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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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교제할 때의 말 하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설득할 때, 강연을 하거나 토론하고 협상할 때의 말 하기부터 취업 면접 시의 말 하기까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말하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로 실용적인 방법을 잘 알려준다. 어떠한 내용을 담아서 말해야 하는지부터 어휘 선택, 목소리, 제스처 등 말하는 자세까지 코칭 해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 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 이 책을 통해 말하는 방법의 지침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작게는 말하는 기술을 향상시켜줄 것이고 크게는 사회적 관계를 비롯한 삶의 질까지 향상시켜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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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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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전거 도둑조차 없는 조용한 작은 도시에서 갑자기 발생한 인질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인질극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된다. 사건은 은행에서 6천5백 크로나를 훔치려 하는 은행 강도로부터 시작된다. 배우자의 바람으로 이혼 당하고 아이들과 생이별한 것도 억울한데 월세 6천5백 크로나조차 없어서 제대로 된 집에서 거주를 못하고 아이들도 만날 수 없다는 답변을 받는다. 삶이 절벽의 끝자락으로 내몰린 느낌을 받은 은행 강도는 총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은행에 가서 6천5백 크로나를 요구하지만 그 은행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다. 경찰이 출동하자 도망쳐 나온 강도는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옆 아파트 오픈하우스로 들어갔고 거기서 부동산 중개업자를 비롯한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총을 들이밀며 잠시만 인질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은행 강도와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반박하는 인질들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이 소설에는 인질극과 관련된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초반부에는 인질극을 수사하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찰관 야크와 짐의 이야기가 나온다. 야크는 짐의 아들로서 부자지간이지만 사건 수사 내내 부딪힌다. 의견 충돌이 잦아지며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은행에 가서 푼돈인 6천5백 크로나를 달라고 강도 짓을 한 은행 강도의 과거 이야기는 꽤 서글펐다. 물론 범죄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범죄는 범죄이고 과거 이야기로 무마시켜서는 안되겠지만 우리 모두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그들의 사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법률 용어에도 정상 참작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은가?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은행 강도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외에도 자기만의 가치관이 확실하고 말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 은행 고위 간부 '사라', 은퇴 후 낡은 아파트를 산 뒤 리모델링해서 판매하는 부부인 '로게르'와 '안나레나',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집을 고르는 신혼부부인 '로'와 '율리아' 등 오픈하우스에 있다가 인질이 된 이들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각자의 사연이 사건의 이야기와 교차로 구성되어 서서히 드러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 읽으면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신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정말로 정신이 없다. 이야기는 이쪽 저쪽을 오가며 스피디하게 진행되며 등장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그리고 쉴 새 없이 말한다. 기본적으로 제정신인 사람들이 별로 없다. 경찰서에서 목격자 진술을 하는 인질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가 제대로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나 의문이 들 정도인데 신기한 건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스며든다. 인질극이 벌어진 당시의 상황이 퍼즐 한 조각씩 맞추어지듯 이야기가 천천히 완성되어간다. 인질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처음에 보이지 않았으나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작가의 놀라운 필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소설은 한 편의 연극 같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정신없이 따라가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음 약한 강도와 더럽게 말 안 듣는 인질들이 만나면서 심각한 인질극이 아닌 대 환장 소동극이 되면서 더욱 연극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정신없고 왁자지껄 웃으면서 보다가 마지막에는 모든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감동의 메시지를 주는 완성된 연극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서로 관계없는 삶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낸다. 작가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삶을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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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연극을 보듯이 한 번의 호흡으로 쭉 읽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스피디한 이야기 진행을 따라가는 데에 급급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공감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 인질극의 결말이 궁금해질 것이다. 결말이 주는 교훈과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진하게 스며들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 준 좋은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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