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위한 취사선택의 기술
인나미 아쓰시 지음, 전경아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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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짓누르는 피로한 것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있다. 가지고 싶은 것을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고 삶을 살아가면서 채우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면서 물건들이 점점 쌓여만 가고 결국에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이 내 방안에 한가득 쌓이게 된다. 이러한 욕구는 비단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잘 해내고 싶고 성공하고픈 욕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내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성공하고 싶은 욕심에 짓눌려 하는 일이 부담스러워지고 하기 싫은 일도 성공을 위해 억지로 하게 된다. 저자는 이제 이런 욕심들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욕심은 우리의 삶을 짓누르며 피로하게 만든다. 이러한 욕심을 버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과감히 하지 않으면서 비우는 자세를 지녀야 내 삶이 더욱 가벼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인생을 위한 취사선택의 기술을 효과적이고 부담되지 않게 가볍게 알려주는 지침서다.

최근에 근무하는 곳이 바뀌면서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중이다. 생소한 업무라 열심히 배우고 관련 공문들을 읽으면서 익혀나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이 어렵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면서 계속 공부하고 업무를 숙지하기 위한 글들을 읽는 생활을 2주 정도 하다 보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밤 12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퇴근하는 길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실패하기 싫은 걸까?' 어찌 보면 둘 다인 것 같다. 상관에게 잘 보이고 싶기에 실패하지 않고 잘하는 모습만 보여줘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 생긴 것 같다. 저자는 실패야말로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처음엔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받아들인다면 마음의 짐은 덜 수 있고 나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라는 저자의 말이 참 따듯하게 다가왔다. 그 따듯함이 어지러웠던 나의 생각을 정리해 주고 불안했던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진정시켜줬다.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나의 사무실 인원들에게 일을 지시하기보다는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혼자 업무를 도맡아서 했었다. 여러 일을 시키면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고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는 변명에 불과하고 내가 일을 지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애써 부정했다. 결국은 맡은 일을 다 해내지 못해서 일이 밀리게 되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해낼 수 있는 일의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그 이상의 일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적절히 지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시하는 능력이다. 부탁하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 잠시 접어두자.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준다면 지시받은 사람도 불만 없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적절한 지시와 업무 분배를 잘 해낸다면 일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줄어든다. 내가 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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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저자는 버려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알려준다. 읽지 않는 책은 버려도 된다는 말은 책을 모으는 것이 취미인 나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책을 읽는 것이 취미였는데 어느새 책을 모으기만 하고 읽지는 않는 내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찰나 저자가 정곡을 찌른 것이다. 반성과 함께 앞으로 책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볼 생각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 역시 많은 욕심을 지니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평생을 채우기만 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비우는 삶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그러나 이제는 비워야 내 삶이 이전보다 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물건과 마음의 욕심을 비우면 빈자리에 편안함, 행복함이 들어오리라 믿으며 오늘부터 하나씩 내려놓고자 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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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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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80년, 눈앞에서 군인에게 죽임을 당한 어머니를 보고 제2의 인격이 생겨난 염지아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소설이다. 혜수라고 이름을 붙인 제2의 인격은 지아보다 똑똑하고 매우 영악했다. 지아가 피를 보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시 정신을 잃을 때 인격을 찾은 다음 온갖 악행을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 이후 정신을 되찾은 지아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또 빌었다. 때로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그렇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벽 끝까지 내몰린 심정의 지아는 결국 제2의 인격에게 정신을 완전히 내주고 만다. 이후 눈을 떴을 때 지아의 손에는 삽이 들려져 있었다. 눈앞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의 시체가 땅에 묻혀 있었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그동안 지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고 혜수는 무슨 짓을 해왔던 것일까?

소설은 야밤의 검은 산속에서 시작된다. 눈을 떠보니 누군지 모르겠는 여성의 시체가 땅속에 묻혀 있다. 살려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다. 이 상황은 누가 봐도 내가 한 짓 같은데 나는 기억이 없다. 시체를 뒤져서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을 확보한 뒤 시체를 묻고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소설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갑자기 누구를 부르면서 설명해보라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을 저질렀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프롤로그 이후로 1부부터 쭉 읽으면 곧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의 역순으로 편집하여 잠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사건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이어지게 된다. 일련의 일들이 하나씩 발생하고 그 일들이 엮이고 엮여서 결국 현재에 이르게 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매우 짜임새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은 계속 역순으로 흐른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현재의 염지아를 둘러싼 이야기로 시작해서 흐름은 점점 지아의 과거로 향한다. 어렸을 때 가족과의 추억, 군인에게 쫓기는 청년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어머니, 그 이후 충격으로 제2의 인격이 생겨버리고 아버지와 그 청년과 함께 고향을 떠나게 된 일까지 현재의 지아를 있게 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제2의 인격인 혜수의 성격과 행동은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묘사되었다. 지아가 고등학생 때 처음 깨어난 혜수는 이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행동들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하고 다녔다. 아버지는 혜수의 인격이 발현될 때마다 모질게 매질했는데 그 매질은 지아의 인격으로 되돌아왔을 때도 이어졌다. 죄는 혜수가 저지르고 벌은 지아가 받았다. 과연 지아는 혜수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첫 번째 특징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우 잘 잡혀 있다. 혜수를 제외하고는 선과 악의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는 다들 똑같은 인간에 불과했다.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각자 살아가는 방식, 생각하는 가치관이 달랐고 그 차이가 뚜렷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든 어쨌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강하고 인물 묘사가 초반에 상세히 되어 있어서 이후 사건 진행에 따른 몰입도가 굉장하다. 이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인물 묘사 및 과거 이야기 조명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데 이 덕분에 이후 사건 발생 후 역추적하는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공감하며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다. 사건 진행 속도도 빠르고 흥미로운데 주인공의 감정에 푹 빠진 상태여서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추리/스릴러물이 갖추어야 할 장점을 고루 갖춘 소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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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및 서평에서 언급한 이야기 정도만 숙지하면 초반부의 상황들이 잘 이해되면서 더욱 빨리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의 추리는 흥미롭고 이야기가 극으로 가면서 스릴러의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긴장감은 최고여서 한 번 몰입하면 소설의 끝까지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필력 또한 매우 좋아서 간결한 문장임에도 상황 묘사가 눈앞에 그려지듯 잘 되었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도 문제없었다. 오랜만의 스릴러 소설이었는데 정말 푹 빠져서 읽었고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중인격이라는 소재를 다룬 스릴러물을 읽어 보고 싶었거나, 소설을 흥미와 긴장감 둘 다 느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적극적으로 추천해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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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오염 - 양극화 시대, 진실은 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가
제임스 호건 지음, 김재경 옮김 / 두리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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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가 판치는 양극화 시대에서 공적 담론이 펼쳐져야 하는 광장이 왜 오염되었는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너선 하이트, 놈 촘스키, 틱낫한, 달라이 라마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사상가 26인을 만나 어떻게 하면 오염된 광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간다. 왜 현 사회는 극단적인 주장만이 판을 치고 진실이라 믿은 가치들이 무너져가는지 우선적으로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 이러한 양극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여러 각도로 탐구하고 고민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광장'이란 우리가 공공의 문제를 토의하고 토론하기 위해 만나는 문자적인 혹은 상징적인 장소를 뜻한다. 광장이란 열린 마음으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수준 높은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현 사회는 그렇지 않다. 광장에는 거짓 정보들이 넘쳐난다. 특정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들이 진실을 뒤덮고 있다. 이러한 거짓 정보들은 특정 집단의 프로파간다, 즉 거짓을 선동하는 선전활동으로 인해 힘을 얻는다. 양극의 극단적인 입장을 지닌 집단일수록 이러한 행위들에 집착한다. 왜 이들은 가짜 정보를 만들면서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할까? 책에서는 여러 의견들을 사례와 더불어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냥 그들의 욕심 때문이다. 욕심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돈'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양심은 저 멀리 던져버린 채 광장을 오염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그들은 이러한 행동들이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욕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위한 사실만이 진실이고 본인이 봤을 때 빛나 보이는 것들만이 가치 있다고 여긴다.

특정 집단이라 부르지만 사실상 대부분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다수가 양극단의 집단에 속해 있다. 그만큼 현 사회는 중도의 가치는 외면받고 극단의 보수 또는 진보의 자극적인 의견들이 각광받고 있다. 극단적인 의견들로 대립하고 있는 오염된 광장 속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깨달음을 준 문장은 "진실을 버리고 주장을 비교해라"라는 말이었다. 거짓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맞서서 진실을 강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했던 나였기에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의견을 읽어보니 그의 말이 상당히 일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견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사회에서 사실을 들이대며 이것을 진실이라 주장하는 논쟁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이 사실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각자 관심 있는 부분이 다르고 그 의견이 다를 때 대립하는 것이기에 사실 여부의 논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진실이란 낡은 개념을 포기하고 상호 간의 주장을 가지고 논쟁해야 한다. 부정적인 스탠스는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주장을 비교하며 의견을 주고받을 때 결론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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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광장이 오염된 이유와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방법은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중 극히 일부다. 그만큼 책에는 세계적인 석학과 사상가 26인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다. 저자의 한 가지 의견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여러 의견들이 있어서 생각의 방향을 여러 갈래로 퍼뜨릴 수 있었다. 누구는 논쟁보다는 화합을 추구하여 의견을 조화하는 데 초점을 두지만 다른 사람은 양극단의 의견 대립과 논쟁을 통해 궁극적인 해결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답은 없다. 이들의 의견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구축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반드시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이 마음 하나만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 하나하나가 모이면 오염된 광장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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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 - 시대의 전환을 이끌어낸 역사적인 기후 소송이 펼쳐진다!
리처드 J. 라자루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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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영세한 환경 단체 변호사이던 조 멘델슨이 신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해달라고 환경보호청에 청원하면서 시작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임기 내내 기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자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한 조 멘델슨은 지구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에 혼자서 청원서를 작성 후 제출했다. 조 멘델슨 혼자서 환경보호청과 맞서고자 시작한 기후 소송이 매사추세츠주 대 미국 환경보호청의 구도로 확장되고 이 소송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을 때에는 조 멘델슨 옆에는 수십 명의 변호사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산화탄소 전사들'이라고도 불린 이들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후 소송 과정 및 결과가 이 책에 상세히 담겨있다.

지구의 환경과 기후는 인간의 삶과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야 좌우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지키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는 격변의 시대에 미국 정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는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누구나 알고 있고, 경제와 과학의 발전이 환경 보호와 발맞춰 갈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 모두 환경 보호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90년대에는 끝을 모를 정도로 과학이 발전하고 경제가 이에 발맞춰 급성장하는 시절이라 경제 발전을 중요시 여기는 보수당은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를 과학 및 경제 발전의 방해요소로 여겼다. 진보당은 상대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섰지만 시대에 따라 그러지 못했던 때도 많았다. 그러므로 기후 소송의 시작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당시 미국의 정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고 앨 고어가 부통령이던 90년대 시절, 민주당이 미국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왜 환경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을까? 빌 클린턴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성향이 좌측이 아닌 중도 계열인 점, 환경 보호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앨 고어가 부통령이 되고 나서 정치적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에 나서지 않았던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90년대는 진보와 보수 논리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앨 고어만 믿었다가 배신 당하고 규제 완화를 막지 못한 많은 환경 전문가들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그럼에도 행동으로 나서기보다는 앨 고어가 다음 대선 때 대통령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조 멘델슨은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환경보호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멘델슨은 환경보호청에 신규 자동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규제를 강화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을 한다. 이미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과학계에서 환경이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한계치라고 본 350ppm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추세라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1, 2도가 아니라 5에서 10도 이상 상승해버리고 지구의 육지가 바다에 잠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멘델슨은 기다려보자는 환경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환경보호청에 청원하고 이를 통해 역사적인 기후 소송이 시작된다.

2000년 11월, 공화당의 조지 부시가 민주당의 앨 고어를 제치고 대통령이 된다. 부시 대통령은 처음에는 기후 규제와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듯 보였지만 결국엔 규제 완화 정책에 서명하고 공화당 의원들과 의견을 함께 한다. 환경보호청은 조 멘델슨의 청원에 답변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거부한다. 이를 근거로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한 조 멘델슨은 과연 어떻게 소송을 이끌어갔을까? 소송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조 멘델슨과 함께한 이산화탄소 전사들은 어떻게 소송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을까? 정부, 환경보호청, 법원, 대법관, 환경전문가 등 각자의 입장과 생각은 어떠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심리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용감한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정말 추천한다. 과거의 이야기로 머물러 있지 않고 2015년의 파리 기후 협약까지 이어지기에 더욱 흥미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협약을 탈퇴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왜 취임 첫날에 바로 파리 기후 변화 협약에 재가입 했는지 궁금하다면 파리 기후 협약의 탄생 배경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으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함양하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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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다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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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더 개념 블랙 라벨 국어 독서' 문제집을 풀고 서평을 작성했었다. 그때 나왔던 비문학 지문 중에 인상 깊었던 지문이 '파생상품의 거래'라는 주제를 다룬 글이었다.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며 거래 대상의 미래 가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어떤 물건을 지금 정해진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특정 일자에 지금 가격으로 사겠다고 약속을 한다는 뜻이다. 사는 사람이 이 물건의 가치가 미래에는 더 오를 것이라 생각해서 살 것이고, 파는 사람은 반대로 생각해서 판매한다. 19세기 중반 이전까지는 '선도'라는 파생상품이 이러한 계약으로서 기능하였으나 이후에는 '선물'이라는 파생상품이 나타났다. 선물이 선도와는 다르게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공인된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걸쳐 활동한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1894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교수 취임 전후 발표한 거래소 관련 논문 2편을 실은 책이다. 거래소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논문을 작성하였으며 거래소에 관한 기초 지식과 거래소 제도의 순기능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막스 베버는 왜 거래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였을까? 1890년대 독일에서는 거래소를 통해 외국자본이 유입되고 일반 대중의 투기적 거래가 활성화되면 독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스 베버는 거래소가 있어야만 국제적 경제 권력 투쟁에 뛰어들 수 있으며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여러 순기능이 있으므로 거래소는 필수라고 주장한다. 투기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국가 간 전쟁 비용의 일부로 감수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거래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앞에서 언급한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의 거래는 거래소의 역할 중 일부에 불과하다. 거래소는 자본주의의 핵심이자 근대적인 시장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막중하고 거대하다. 첫 번째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거래 당사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사고 싶은 사람들과 팔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의 약속된 장소로 쉽게 모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서 거래의 매개적 역할을 한다.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자적 입장에서 상호 간에 목적이 일치하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 번째로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준다. 거래가 단순히 상호 간의 신용만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가 안정성을 확보해 주면서 거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거래소의 종류에는 상품거래소, 증권거래소, 어음거래소, 선물거래소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처음에는 상호 간의 거래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거래소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가 가는 거래소를 통해 투기를 마음 놓고 하기 시작한다. 선물거래도 원래는 미래의 손실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시작된 거래이지만 누군가는 수익을 얻기 위한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단기적인 투기의 증가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거래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거래를 보장함으로써 경제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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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거래소의 탄생 배경과 목적, 거래 방식 등 거래소와 관련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1890년대에 이미 이러한 개념이 완성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말 놀랍다. 개념이 완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때의 거래소와 관련 거래법이 현대까지 이어졌으며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식 거래를 하면서도 이러한 주식 시장의 탄생 배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돈을 투자하기만 했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전 지식을 습득한 다음에 주식 투자를 해서 주식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왜 이렇게 굴러가는지 이해하면서 투자를 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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