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오염 - 양극화 시대, 진실은 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가
제임스 호건 지음, 김재경 옮김 / 두리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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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짜 뉴스와 프로파간다가 판치는 양극화 시대에서 공적 담론이 펼쳐져야 하는 광장이 왜 오염되었는지,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조너선 하이트, 놈 촘스키, 틱낫한, 달라이 라마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사상가 26인을 만나 어떻게 하면 오염된 광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간다. 왜 현 사회는 극단적인 주장만이 판을 치고 진실이라 믿은 가치들이 무너져가는지 우선적으로 살펴본다. 그러고 나서 이러한 양극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여러 각도로 탐구하고 고민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광장'이란 우리가 공공의 문제를 토의하고 토론하기 위해 만나는 문자적인 혹은 상징적인 장소를 뜻한다. 광장이란 열린 마음으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 수준 높은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현 사회는 그렇지 않다. 광장에는 거짓 정보들이 넘쳐난다. 특정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들이 진실을 뒤덮고 있다. 이러한 거짓 정보들은 특정 집단의 프로파간다, 즉 거짓을 선동하는 선전활동으로 인해 힘을 얻는다. 양극의 극단적인 입장을 지닌 집단일수록 이러한 행위들에 집착한다. 왜 이들은 가짜 정보를 만들면서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할까? 책에서는 여러 의견들을 사례와 더불어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냥 그들의 욕심 때문이다. 욕심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돈'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양심은 저 멀리 던져버린 채 광장을 오염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그들은 이러한 행동들이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욕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위한 사실만이 진실이고 본인이 봤을 때 빛나 보이는 것들만이 가치 있다고 여긴다.

특정 집단이라 부르지만 사실상 대부분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다수가 양극단의 집단에 속해 있다. 그만큼 현 사회는 중도의 가치는 외면받고 극단의 보수 또는 진보의 자극적인 의견들이 각광받고 있다. 극단적인 의견들로 대립하고 있는 오염된 광장 속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깨달음을 준 문장은 "진실을 버리고 주장을 비교해라"라는 말이었다. 거짓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맞서서 진실을 강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했던 나였기에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의견을 읽어보니 그의 말이 상당히 일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견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사회에서 사실을 들이대며 이것을 진실이라 주장하는 논쟁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이 사실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각자 관심 있는 부분이 다르고 그 의견이 다를 때 대립하는 것이기에 사실 여부의 논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진실이란 낡은 개념을 포기하고 상호 간의 주장을 가지고 논쟁해야 한다. 부정적인 스탠스는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주장을 비교하며 의견을 주고받을 때 결론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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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광장이 오염된 이유와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방법은 책에 나와 있는 내용 중 극히 일부다. 그만큼 책에는 세계적인 석학과 사상가 26인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다. 저자의 한 가지 의견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여러 의견들이 있어서 생각의 방향을 여러 갈래로 퍼뜨릴 수 있었다. 누구는 논쟁보다는 화합을 추구하여 의견을 조화하는 데 초점을 두지만 다른 사람은 양극단의 의견 대립과 논쟁을 통해 궁극적인 해결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답은 없다. 이들의 의견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구축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반드시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이 마음 하나만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 하나하나가 모이면 오염된 광장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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