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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다 ㅣ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두 달 전에 '더 개념 블랙 라벨 국어 독서' 문제집을 풀고 서평을 작성했었다. 그때 나왔던 비문학 지문 중에 인상 깊었던 지문이 '파생상품의 거래'라는 주제를 다룬 글이었다.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며 거래 대상의 미래 가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어떤 물건을 지금 정해진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특정 일자에 지금 가격으로 사겠다고 약속을 한다는 뜻이다. 사는 사람이 이 물건의 가치가 미래에는 더 오를 것이라 생각해서 살 것이고, 파는 사람은 반대로 생각해서 판매한다. 19세기 중반 이전까지는 '선도'라는 파생상품이 이러한 계약으로서 기능하였으나 이후에는 '선물'이라는 파생상품이 나타났다. 선물이 선도와는 다르게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공인된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걸쳐 활동한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1894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교수 취임 전후 발표한 거래소 관련 논문 2편을 실은 책이다. 거래소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논문을 작성하였으며 거래소에 관한 기초 지식과 거래소 제도의 순기능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막스 베버는 왜 거래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였을까? 1890년대 독일에서는 거래소를 통해 외국자본이 유입되고 일반 대중의 투기적 거래가 활성화되면 독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스 베버는 거래소가 있어야만 국제적 경제 권력 투쟁에 뛰어들 수 있으며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여러 순기능이 있으므로 거래소는 필수라고 주장한다. 투기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국가 간 전쟁 비용의 일부로 감수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거래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앞에서 언급한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의 거래는 거래소의 역할 중 일부에 불과하다. 거래소는 자본주의의 핵심이자 근대적인 시장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막중하고 거대하다. 첫 번째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거래 당사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사고 싶은 사람들과 팔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의 약속된 장소로 쉽게 모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서 거래의 매개적 역할을 한다.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자적 입장에서 상호 간에 목적이 일치하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 번째로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준다. 거래가 단순히 상호 간의 신용만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가 안정성을 확보해 주면서 거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거래소의 종류에는 상품거래소, 증권거래소, 어음거래소, 선물거래소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처음에는 상호 간의 거래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거래소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신뢰가 가는 거래소를 통해 투기를 마음 놓고 하기 시작한다. 선물거래도 원래는 미래의 손실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시작된 거래이지만 누군가는 수익을 얻기 위한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단기적인 투기의 증가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거래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거래를 보장함으로써 경제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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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거래소의 탄생 배경과 목적, 거래 방식 등 거래소와 관련된 기초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1890년대에 이미 이러한 개념이 완성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말 놀랍다. 개념이 완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때의 거래소와 관련 거래법이 현대까지 이어졌으며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주식 거래를 하면서도 이러한 주식 시장의 탄생 배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돈을 투자하기만 했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전 지식을 습득한 다음에 주식 투자를 해서 주식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왜 이렇게 굴러가는지 이해하면서 투자를 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