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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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80년, 눈앞에서 군인에게 죽임을 당한 어머니를 보고 제2의 인격이 생겨난 염지아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소설이다. 혜수라고 이름을 붙인 제2의 인격은 지아보다 똑똑하고 매우 영악했다. 지아가 피를 보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시 정신을 잃을 때 인격을 찾은 다음 온갖 악행을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 이후 정신을 되찾은 지아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또 빌었다. 때로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그렇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벽 끝까지 내몰린 심정의 지아는 결국 제2의 인격에게 정신을 완전히 내주고 만다. 이후 눈을 떴을 때 지아의 손에는 삽이 들려져 있었다. 눈앞에는 누군지도 모르는 여성의 시체가 땅에 묻혀 있었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그동안 지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고 혜수는 무슨 짓을 해왔던 것일까?

소설은 야밤의 검은 산속에서 시작된다. 눈을 떠보니 누군지 모르겠는 여성의 시체가 땅속에 묻혀 있다. 살려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미 숨을 거둔지 오래다. 이 상황은 누가 봐도 내가 한 짓 같은데 나는 기억이 없다. 시체를 뒤져서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을 확보한 뒤 시체를 묻고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소설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갑자기 누구를 부르면서 설명해보라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일을 저질렀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프롤로그 이후로 1부부터 쭉 읽으면 곧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의 역순으로 편집하여 잠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사건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이어지게 된다. 일련의 일들이 하나씩 발생하고 그 일들이 엮이고 엮여서 결국 현재에 이르게 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매우 짜임새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은 계속 역순으로 흐른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현재의 염지아를 둘러싼 이야기로 시작해서 흐름은 점점 지아의 과거로 향한다. 어렸을 때 가족과의 추억, 군인에게 쫓기는 청년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어머니, 그 이후 충격으로 제2의 인격이 생겨버리고 아버지와 그 청년과 함께 고향을 떠나게 된 일까지 현재의 지아를 있게 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제2의 인격인 혜수의 성격과 행동은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묘사되었다. 지아가 고등학생 때 처음 깨어난 혜수는 이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행동들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하고 다녔다. 아버지는 혜수의 인격이 발현될 때마다 모질게 매질했는데 그 매질은 지아의 인격으로 되돌아왔을 때도 이어졌다. 죄는 혜수가 저지르고 벌은 지아가 받았다. 과연 지아는 혜수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첫 번째 특징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매우 잘 잡혀 있다. 혜수를 제외하고는 선과 악의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는 다들 똑같은 인간에 불과했다.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각자 살아가는 방식, 생각하는 가치관이 달랐고 그 차이가 뚜렷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든 어쨌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강하고 인물 묘사가 초반에 상세히 되어 있어서 이후 사건 진행에 따른 몰입도가 굉장하다. 이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인물 묘사 및 과거 이야기 조명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데 이 덕분에 이후 사건 발생 후 역추적하는 주인공의 심리에 완전히 공감하며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다. 사건 진행 속도도 빠르고 흥미로운데 주인공의 감정에 푹 빠진 상태여서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추리/스릴러물이 갖추어야 할 장점을 고루 갖춘 소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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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및 서평에서 언급한 이야기 정도만 숙지하면 초반부의 상황들이 잘 이해되면서 더욱 빨리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의 추리는 흥미롭고 이야기가 극으로 가면서 스릴러의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긴장감은 최고여서 한 번 몰입하면 소설의 끝까지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필력 또한 매우 좋아서 간결한 문장임에도 상황 묘사가 눈앞에 그려지듯 잘 되었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도 문제없었다. 오랜만의 스릴러 소설이었는데 정말 푹 빠져서 읽었고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중인격이라는 소재를 다룬 스릴러물을 읽어 보고 싶었거나, 소설을 흥미와 긴장감 둘 다 느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적극적으로 추천해본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서 읽은 뒤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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