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껍질 돌려줘! 비룡소 창작그림책 36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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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과 윤정주 화가의 만남은 [누가 웃었니?](2003)부터라고 알고 있다. 그 뒤 최근까지 네 차례나 두 작가는 [말놀이 동시집]을 같이 냈다. 

정형화되지 않은 최승호 시인의 '어린이책 쓰기'는 동시 쓰기를 비롯해 그림책 쓰기까지 꽤나 신선한 자극을 어린이책 동네에 주었다고 본다. 그리고 윤정주 화가가 그러한 최승호 시인의 작업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렇다. 저 짧은 언어로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어낸 두 작가의 상상력이 그야말로 흥미롭다. 거침없는 상상력이고, 그래서 참으로 재미있다. 내가 작가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화가라면 이 글에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내가 작가든 화가라면 이런 구성을 짜낼 수 있을까. 어림도 없을 것이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귀엽게 잘 되었다. 아무래도 그림책이니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기울인 노력도 크리라 본다. 

그런데 한 가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게 있다. 바로 '껍질'과 '껍데기'를 구분하는 문제인데,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말을 이렇게 구분해놓았다.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 껍질: [1]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 / [2] =껍데기.

- 껍데기: [1]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 [2]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

내가 알기로도 이렇다. '껍질'은 주로 귤이나 사과, 양파의 '겉'과 같이 딱딱하지 않은 것을 가리키고, '껍데기'는 주로 달걀이나 조개의 '겉'과 같이 딱딱한 것을 가리킨다. 또 '껍질'은 앞서 든 예 같이 '겉'과 '속'이 밀착해 있는 것을 가리킬 때가 흔하고(과일 같이),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낼 수 있는 그 '겉'을 가리킬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조개의 겉을 '껍질'로 나타냈다. '껍데기'가 더 어울리겠는데 말이다. 물론 두 낱말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있지만(그래서 '껍질'의 사전상 두 번째 뜻이 '껍데기'와 같음으로 나온다), 정확히 하자면 사뭇 다르기도 하다. 이 책에서라면 '조개'에 어울리는 '껍데기'가 더 낫지 않았을까? 

무척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그림책이라 별을 다섯 개 넘게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한데, 저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을 감안해 네 개만 주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보기에는 이만한 책이 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그야말로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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