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의 선물>과 같이 구입한 책. 읽기 전에는 <새의 선물>과 <모순>의 분위기를 서로 다르게 짐작했다. 제목이 더 직관적이고 짧아서 <모순>이 더 시니컬하고 블랙유머가 가득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펼쳐보니 <모순>의 안진진이 굉장히 감정적인데다 그를 둘러싼 상황도 드라마틱해서 예상을 빗나간 재미가 있었다. 대사는 90년대 드라마 느낌이 나는데 배경이 그러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를 별개의 인물로 생각할 때와 같은 인물로 생각했을 때 시야가 달려져서 흥미로웠다. 평생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살았던 안진진의 이모나, 소통이 과한 나머지 홀로 너무 많은 것을 책임져야 했던 안진진의 엄마.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안진진이 택한 모순적인 결정도 이해는 갔다. 안진진이 이종사촌과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 엄마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지. 안진진이 더 늦게 태어났다면 어느 쪽도 성에 차지 않는 두 남자를 저울질하지 않고 당당하게 혼자 살아갔을 것이다.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 P75

철이 든다는 것은 말하자면 내가 지닌 가능성과 타인이 가진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 P142

숨겨놓은 치부를 고백하고 있는 마당에도 자신도 모르게 육성 대신 가성을 사용하고 있는 진모. 무엇이 육성이고 무엇이 가성인지 분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면 분별을 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 이제는 그렇게 사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 P248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 P2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자 밑에 피가 고인 듯한 표지 디자인인데, 커버를 제거하면 보이는 이미지가 흥미롭다.

이름만 듣고 지레짐작했던 성별과 홍학에 얽힌 의미가 만나 ‘아하!’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

마지막까지 읽으면 첫페이지로 돌아가게 된다는데, 그보다는 이름만 보고 인물들의 성별을 정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놀라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10만부 기념 행운 에디션)
박여름 지음 / 히읏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했던 에세이는 아니었다.

일러스트에 글 몇 줄을 곁들인 에세이가 인기를 끌 때가 떠올랐다.

그 시절 책과 다른 점은 일러스트가 없다는 것 정도?

당시에 유행했던 책도 안 맞았는데 이번에도 취향은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 지하철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하철을 주제로 한 단편 앤솔로지. 정해연 작가의 단편이 있다고 들어서 보았다. 웹소설 단골 소재인 회귀 설정이 들어간 부분도 있어서 헝미로웠다. 타임루프물은 반복을 몇 번 하답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 2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옷차림의 변화를 서술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성공에 집착하는 주인공 남자의 몸부림을 지켜보다가 회귀가 거듭할수록 만병의 근원인 남자의 존재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천성이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작가의 책. 읽으려고 기억해뒀던 책인데 기대한 것만큼 재밌게 읽었다.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면에 깊이 공감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때로는 나와 나의 거리가 타인과의 그것보다 훨씬 멀었다. 나는 나의 고향이자 타향이었고, 모국이자 외국이었으며, 그 어딘가의 경유지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삶이란 집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재는 집 밖에 있음을 인식하게 되는 여행일지도 몰랐다. - P006

사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좋다고 하는 것들이 하나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누구도 내 삶에 나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 P017

한 사람의 악행에 어째서 두 사람의 순수를 해하는 힘이 실릴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지독한 억울은 거의 통증에 가깝다는 사실을 배웠다. 실제로도 가슴속이 아렸고, 그 부분에 얹힌 울분을 빼려고 팡팡 두드리다 보면 겉도 아파졌다. - P028

사랑은 어감이 예쁜 글자를 취한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다하여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남은 거라곤 어떠한 추잡이나 멸시나 포기 따위의 축축한 심정인 것만 같았다. - P037

나를 꼭 닮은 사람이란 초상화라기보다 필터가 하나도 적용되지 않은 셀카 같은 것이었다. 아름다움보다 아름답지 못한 결함을 비춘다는 얘기였다. - P38

부모님은 진작 ‘네 멋대로 살아라’라며 포기했는데, 의외로 또래 친구들이 열띤 말을 보탰다. 부모님은 절대적 공경의 대상이고 드높은 태산일 뿐 시시때때로 클라이밍하는 암벽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이 더 높아지려고 나를 낳지는 않았다고 믿었다. - P117

공포는 마비의 형태로 온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 P121

이제는 아파트 단지 불빛이 디즈니랜드보다 비현실적이야. 진정한 꿈과 환상의 세계는 놀이동산이 아니라 수도권 24평형 신축 아파트인 거야. - P132

너무 깊은 우정과 너무 맞는 말의 조합은 어쩐지 재수가 없다고 느껴졌다. - P1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