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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 The Girl Who Cut Ti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시험 전이라거나, 개학 전에는 소설이든 영화든 만화이든 간에 무언가 어어엄~~~청 재밌고 감동적인, 그러니까 한마디로 "명작"이라 칭할만한 작품을 만나게 된다. 보물찾기를 할 때,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보물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려나- 각설하고, 이번 방학의 끝에도 역시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애니메이션을 발견해서 너무 행복하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그 시간을 넘어서서 달리는 콘도의 모습은 빛이 났다. 그녀가 비록 크고작은 실수를 저질렀으며, 이따금 바보같은 짓을 했다하더라도, 사실 그건 그 나이 때의 평범한 소녀의 모습일 테니까. 무엇보다도 화면이 어찌나 생생하던지, '절대로 그립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했던 낙서 가득한 책상과, 분필자국이 남아있는 칠판, 낑낑대며 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고 오가던 학교가... 아니, 그 학교 속에서 생활하던 날들이 그리워졌다. 게다가 소소한 말투까지 현실을 빼다박아 놓은 듯한 세 친구의 투닥거림과 행동들이 너무 부러워서 '아, 나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스토리, 화면, 음향 효과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서 97분 내내 마음이 물에 담근 종이처럼 붕 뜨고 무언가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노래가 나올 때는 찡~한 마음에 눈물이 나와버렸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문득, 오래전 앨범을 펼쳐보고 몇 시간동안 그 앨범의 사진들을 바라본 그런 기분.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실제 영화상에서의 시간이야 고작 며칠 지났을 뿐이니-) 이렇게 좋아하게 되고, 또 끝나자마자 그리움이 생겨버리는 작품은 아마 이후 오래도록 찾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