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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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제부턴가 유쾌하지 않고, 정의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주인공에 이렇다 할 긴장감 넘치는 사건없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서도 외모로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이 음울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달의 제단」은 눈에띄는 존재였다. 조부가 일으켜세운 종가의 종손이지만 태생에 문제가 있는 주인공. 애타게 사랑 혹은 정을 갈구하던 그의 외로움이 불러들이는 광기와 파멸. 마지막의 파멸이 그토록 돋보였던 까닭은 스러지기 직전의 순간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그 어느 때보다 허무했던 망국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말했다시피 지구를 구하거나 전인류를 위해 싸우는 등의 엄청난 사건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그 다음 부분에 대한 궁금증으로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기묘한 음울함과 더불어 몇 백년 전에 쓴 서찰의 내용이었다. 모든 정황을 세세하게 알 수 없는 편지글임에도 그것을 받는 이와 쓰는 이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옛 문체가 주는 고상함과 향수가 정말 인상적이어서 시간만 있다면 통째로 어디 옮겨적고 몇 번이고 보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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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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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배경의 소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비장함과 장렬함이 서려 있는 작품이 많고 또 독자들 역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모던보이」를 읽기 전까진 나또한 그랬다. 나라잃은 국민들의 슬픔과 애환을 예상하며 미리 눈물흘릴 준비를 단단히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준비는 도통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주인공은 총칼에 맞서 피를 흘리는 대신 사라진 연인을 찾아 때로는 집요하게 때로는 멍하게 경성을 찾아헤매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까지 한 주인공의 행적은 다분히 희화적이다. 이에 맞서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다운 삶을 살고 있는 여자 조난실이 가진 비장함과 진지함이 이런 희화성에 불을 지핀다. 덕분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던 마지막 장면조차 폭풍같은 눈물보다는 코가 시큰하게 만드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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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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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대개 궁궐이 주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당시 백성들의 삶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절반 이상이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삼고있기 때문에 신라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도대체 옛 사람들을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다면「서라벌 사람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실제로 이랬다.'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사람사는 모습만큼은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만큼 사극에서 보여지는 점잖음만이 그들을 표현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더욱이 각 에피소드마다 적절히 담아내고 있는 희노애락이 주는 즐거움과 아련함은 그냥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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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무신
우정디앤피 편집부 엮음 / 우정디앤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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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꼬박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꽤 좋아했던 텔레비전 프로 중 하나인 [신화창조의 비밀]과 상당히 흡사한 느낌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분야에서 열정과 끈기로 "장인"이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일화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성장기-현재의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끝없는 도전"이라는 똑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인지라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흠을 제외하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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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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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의 연애소설과는 코드가 많이 달랐다. 원래 연애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덕분에 꽤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두 남녀가 만나고 투닥거리다가 사랑에 빠지고, 주위의 방해로 위기를 겪다가 종래엔 영원한 사랑을 이루고야 만다는 일일드라마가 흔한 연애소설의 전형이라면 「이현의 연애」는 드라마시티 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기이한 능력과 그 능력을 통해 보여지는 지극히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들, 그리고 어쩌면 세상 사람들 모두와 조금씩 닮은 이현과 이진의 관계가 묘하게 어우러져 다른 어떤 것과도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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