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배경의 소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비장함과 장렬함이 서려 있는 작품이 많고 또 독자들 역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모던보이」를 읽기 전까진 나또한 그랬다. 나라잃은 국민들의 슬픔과 애환을 예상하며 미리 눈물흘릴 준비를 단단히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준비는 도통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주인공은 총칼에 맞서 피를 흘리는 대신 사라진 연인을 찾아 때로는 집요하게 때로는 멍하게 경성을 찾아헤매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까지 한 주인공의 행적은 다분히 희화적이다. 이에 맞서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다운 삶을 살고 있는 여자 조난실이 가진 비장함과 진지함이 이런 희화성에 불을 지핀다. 덕분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던 마지막 장면조차 폭풍같은 눈물보다는 코가 시큰하게 만드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