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걸]은 머피 다이아몬드를 찾는 헤로의 이야기보다는 머피 다이아몬드에 얽힌 셰익스피어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나 앤 볼린, 엘리자베스 1세의 일화가 더 재미있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번역출간된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엘리스 브로치의 책은 빠짐없이 읽어보고 싶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위미, 위슈, 위양 세 소녀의 삶의 이야기. 작가의 다른 작품인 [청의]도 재밌게 읽었지만 위미가 조금 더 취향에 맞았다. 강단있고 아름다운 위미의 이야기가 가장 끌렸고, 여유같이 요사스러운 위슈나 예민한 감각을 지닌 위양의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기 시작한 이후 '사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위미]는 소장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책이었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임에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던 까닭은 제목에서 오는 강렬하고 둔중한 충격 때문이었다. 읽고 나서 한동안 앓을 것 같은 분위기의 책이라 지레 짐작을 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재미있었다. 인간을 불신하고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 여기는 요조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만큼 유쾌하거나 즐거울 리 없었지만 그 기묘함이 자아내는 희극적 느낌이 좋았다. 비극 속에 있어서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희곡같은 느낌. 방학 동안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작품도 다 읽어봐야겠다.
민간 기업에 다니던 안도가 회사 내의 위기로 인해 교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담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교사와 학생간의 문제 해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학교라던가 교사와 교사 간의 관계를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중간즈음부터 등장하는 탐정의 존재가 뜬금없게 느껴졌다는 것과 마무리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점만 제외하면 꽤 괜찮았다.
일년 전만 해도 도서관에 갈 때는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들고 갔는데 요즘은 그냥 대출증만 가지고 가서 책을 주욱 둘러본 다음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전정보 없이 빌려온다. 누들 메이커는 표지가 화려해서 뽑아봤다가 내용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된 책이다. 마젠의 블랙유머가 가득한 책으로, 중국사회의 물질 만능주의와 부조리를 전업 작가, 전업 헌혈가, 자살극을 준비하는 여배우 등의 인물로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편이 가장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워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