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인간은 병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p.6)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의사로서 평생을 병든 사람들과 함께 보내며, 병과 씨름하는 살아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환자들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깨어남>, <편두통>, <환각> 10여권의 책을 냈다. 인간의 뇌와 정신활동에 대해 쉽고 감동적으로 글을 써서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 불렸다.

 

그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년에 발표되자마자 큰 호응을 받았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어느 날 갑자기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사람,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 후각이 예민해진 사람, 투렛증후군 등 신체()의 이상으로 인해 기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책은 총 4부로 24편의 이야기로 담겨있다. 기존의 신경학에서는 뇌손상으로 인한 기능의 상실, 결핍에만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 책은 1,2부에서 상실뿐만 아니라 과잉을 다룬다. 3부에서는 신경학과 의학에서는 주목하지 않던 회상을 다루고, 4부는 지적장애인들의 마음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법을 돕기 위해 신체적인 증상만이 아니라 내면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 환자가 이 병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생활 속으로 들어가 관찰하고,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 병이 한사람의 인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병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기존의 신경학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환자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이야기로 그려낸다. 기억력이 뛰어난 쌍둥이 형제에 대해 표면적인 접근만 하는 기존의 연구에 대해 그들의 심층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무엇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고자 해야 한다. 개방된 마음으로 조용히 관찰해야한다. 설령 그 모든 것이 기묘하게 여겨질지라도 오히려 공감하는 마음의 자세로 지켜보아야 할 따름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겠지만, 거기에는 비할 데 없이 신기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그건 필시 근원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어떤 힘이요, 심연이다.”(p.274) 라고 한다. 아마 이런 자세는 의사와 환자 사이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 사랑하는 연인 사이, 상대를 깊이 알고자 하는 관계에는 언제나 기본이 되는 것이리라.

 

그는 정신지체인 여성에게서 시인의 감성을 읽어낸다. 글은 읽을 수 없지만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내 속의 어딘가가 할머니와 함께 죽고 말았어요.” (p.257)라고 표현하는 소녀를 보며 슬픔에 젖은 완전한 인간, 인생을 이해하는 인간을 발견한다. 또한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여인에게서 병마와 싸우는 용감한 여장부를 찾아낸다. 수수께끼 같은 몇 마디 진단만 내리는 의사들과 달리, 그들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세계이기에 오늘날의 사회에는 그런 상태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으며 따라서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p.86)고 한다. 그는 환자들에 대해 상상을 뛰어넘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올리버 색스는 그 세계를 함께 여행하고 온 것 같다. 그러니 기이하고 낯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환자의 가족, 의료진, 교사, 사회복지사, 그들의 이웃이라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병을 통해 신비롭고도 질문투성이인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