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일수록 특히 중심에 살아온 사람일수록 사용하고 먹는 것들이 자기에게 오기까지 어떠한 정성과 필요로 이루어지는 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일이 드물다 인류의 (여러가지 의미로) 가장 놀라운 발명품인 도시안에서 어쩌면 평생을 살게될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일부러 만들어주지 않는 이상 직접 체험을 할 기회는 거의 없을거 같다. 어떤 자기개발강사가 초등학교에가서 강연을 하는데.. 초등학생들이 "나는 땀흘리는 노동은 하지 않을거에요"라고 했단다. 사회가 노동과 정성을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현상이다. 다행히 네살박이 우리 딸이 처음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직접 1년동안 텃밭을 돌보는 경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일들이 부모나 선생님들의 몫이긴 하지만 직접 흙에 씨를 심고 가꾸는 과정을 경험하고 그 정성이 담긴 것을 먹는 경험은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과 사뭇 다른 시선을 가지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텃밭옆에 근처의 노부부가 돌보는 벌통들이 있다. 하얀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별통 너댓개가 언덕배기 편평한 마루에 자리잡고 있다 그 벌통을 보더니 딸이 "머야"라고 묻는다. "벌통이야, 벌할아버지 책에서 봤지?"하니 "벌 하부지"한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붙인다 "꿀~!!" 사실 네살짜리 (아직 만 3세가 안된)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운듯하다. 글도 많고 생태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그래도 이책을 택한건 사실 옮긴이의 이름석자가 크다. <김현좌> 님. 머 일면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옮긴이들이 옮길 책을 선택할때 자신의 감성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리뷰를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 처럼, 옮긴이를 보고 책을 고르는거다. 울 딸하고 김현좌님은 꽤 코드가 맞는 듯하다. <엄마가 되어줄께>만 봐도 거의 매일 한번씩 꼭 보니까.. 이분이 옮기는 책은 동화지만, 머랄까 하늘 높이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 구름보다는 땅에 굳건히 뿌리를 두고 하늘을 품으려는 나무같은 이야기들이다. 일상의 이야기. <벌할아버지>도 일상의 이야기다. 벌의 생태이야기기도 하지만 ... 그러면서 우리에게 약이며 달콤한 유혹이기도 한 꿀이 우리에게 올때까지 어떠한 정성들이 들어가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벌들이, 벌을 기르는 이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그 한방울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지.. 그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느끼고 싶게 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책이다. 쉽게 쉽게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도시의 세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