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알라딘에서 예약판매 이벤트가 걸리길래 마지막까지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고민합며 질렀던 작품.
미나토 가나에의 첫 장편인 "고백"을 보고 너무 심취해서 계속 그것만 끼고 살았던 적이 있다.
그 뒤로 "속죄"가 나왔지만 "고백"때문에 "속죄"가 안팔리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을 만큼 "고백"은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뭐 나도 거기에 한 몫 하긴 했지만 ㅋㅋㅋㅋ 역시 작품 하나가 인생을 바꾸는구나. 작품 수에 비해 너무 빨리 거물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는데 지금 위치가 앞으로 작품활동에 있어서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자- 그럼 거두절미 하고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표지다. 책 분위기랑도 전체적으로 잘 맞고,
사진이 잘 안나온 것도 있는데 저 "소녀"라는 글씨는 빨강 박이라 왠지 요염해 보이기도 하고, 알싸하니 긴장감도 돌고.
은행나무에서 나온 표지는 거의 마음에 드는 편인데 이건 은행나무에서 나온 것 중 베스트에 속하지 않을까.ㅎ

미나토 가나에씨의 한정본 사인.
살짝 저 페이지를 손으로 들고 찍었어야 했다. 흰종이에 사인이 되어있는것이 아니고 기름종이임.
사인이 너무 솔직(?)해서 좀 놀라긴 했는데;;;
아직 본인의 위치를 실감하지 못해서 겸손하게 그냥 이름만 적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사인본이라고 해서 산 건 아니고, 이벤트라고 밟아볼까 해서;;;;;ㅎ
사인이야 뭐 인쇄본이면 다 똑같지 뭐ㅋㅋ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게 낫달까.
뒷표지. 상큼발랄한 청춘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사실 상큼하지도 발랄하지도 않다;;;
아 혹시 반어법으로 "상큼" "발랄"을 쓴 것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ㅋ

다 좋았는데 조금 실망한 것이 이것.
나는 잘 몰랐는데 최근 내가 행간 넓이에 집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빽빽한 편도 아니고 열어보면 오히려 좀 휑-한 느낌이랄까. 혼자서 헉- 하고 소리질렀다. 이렇게 썰렁할 줄은 몰랐는데.
내용을 보자면 음...
내가 "고백"에서 너무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나? 사실 "고백"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그 작품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실마리가 엄청난 복선으로 작용해서 후반에 굉장한 스피드로 진행되는 점과 내용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독자를 정신못차릴 마큼 즐겁게 해 주는 요소들이 가득가득가득가득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백"이 좋았던 이유는 매 챕터마다 각각의 사람들이 서술하는 그 특유의 문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썼지만 실제 성격이 다른 다섯 명에게 원고를 부탁한 것 처럼 매 챕터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이것은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백"이나 "속죄"처럼 서술자에 따라 챕터가 나뉘어 있지 않고 서로 왔다갔다 하며 몇 단락(?) 마다 술자가 바뀌지만 어체에 변화가 없어 초반- 중반부까지 지금 말하고 있는것이 누구인지 술자가 바뀔 때 마다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만큼 술자에 대한 캐릭터랄까 특징?이 문체에 나타나 있지 않다.
소녀들의 어두운, 혹은 잔인한 뒷면을 그린 소설 치고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 지금까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들과 비교해 봤을때 파격적이지도 않고 복선도 약하다. 아, 이부분은 수정. 복선이 약한지 약하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읽어 봤으면 이 작가의 수법이랄까, 다음에는 이것을 저것과 연결시키겠군 하는것이 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기대만큼 긴장감이 고조되지는 않는다.
굉장히 즐겁게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몇 가지 칭찬할 만한 점이 있다면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것, 가볍다는 것, 그리고 인물들의 날카로운 심경 묘사 하나는 괜찮다는 점이다. 정말 고등학교 소녀들이 할 만한, 별 생각 없지만 날카롭게 상대의 마음을 찌르는 말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왜, 그 나이때의 아이들은 별 생각 없이 남에게 상처주는 말과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보기에 섬뜩할 정도로 말이다. 남의 앞에서는 평범하지만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암흑세계, 잔혹함, 이런것들 묘사에는 상당히 공을 들인 듯 하다. 사실 보면서 소녀들의 생각 묘사에 몇 장면 섬뜩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나 역시 "소녀"였던 때가 있으니 그런 묘사가 "헉!"하고 다가오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그 엇비슷한 생각들은 누구나 해 본 적이 있으니까.
뭐, 재미있었다면 재미 있었겠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고백" 이 더 좋다. "고백"에 대한 기억만으로 앞으로 나올 미나토 가나에씨의 작품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솔직히 또 다른 제 2의 "고백"을 보기 전까지의 중간 과정이라 생각해 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