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나의 화두는 단연 "제목, 트릭, 반전"이다
훌륭한 추리, 스릴러 소설을 그 주제를 제목에 확실히 명시해야 하며 제목에서 풀린 트릭의 실을 돌돌 말아 플롯과 인물 간의
숨어 있는 물리 화학적 긴장감을 잘 조절해야 한다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클라이막스와 함께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야 한다
라는게 일단은 나의 지론이다
그러나 지론이라는 맹점에 막히게 되면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첫번째 티켓을 놓치고 말아서 무척 아쉽다
2.
책을 읽기 전에 "페이드 어웨이"라는 제목이 무척 인상 깊었다 스릴러 소설의 제목이기에는 시적 감각이 느껴지는 어구니까
전직 농구스타 마이런과 스포츠 에이전시를 둘러싼 소설이라는 줄거리가 어쩌면 "빛바래지다, 퇴색하다"라는 제목은 너무 많은
것을 암시할 수도 혹은 그렇지도 못할 수 도 있으니까 나는 첫장을 읽기도 전에 이 제목이 거대한 반전의 문을 여는 열쇠가 틀림
없다고 단정지어 버렸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구절구절을 빛바래지다라는 의미에 대입을 시켜버렸다
왕년의 잘 나가던 농구스타의 몰락인가
그렇다면 이 사람 주변의 그 수많은 이야기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가
과연 하나의 귀결점이 있기는 한 건가
너무나도 제목에만 긴장한 나머지 나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소홀히 여기는 오류를 범해버렸다
그래서 이 두꺼운 책을 넘길수록,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수록
아-버겁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 책이 받았던 유명한 트로피(에드가,셰이머스)에 눈이 멀어 훌륭한 속도감과 이야기 전개 능력, 치밀하게 계산된 인물들의 표정, 엔돌핀을 상승 시키는 사건들과의 장면을 모두.... 놓쳐버렸다 ;ㅁ;
3.
페이드 어웨이는 정. 말. 재. 미. 있. 다.
이야기는 마이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렉이라는 또 다른 주인공이 숨어 있다
숨어있는 그렉은 아내, 같은 팀 동료, 구단주, 내연녀, 스포츠 기자등의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등장해서 마이런이 알았던 과거의 그 모습, 마음만을 닿아있었다는 마지막 우정을 박살내고 현실로 나타난다
처음부터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마이런이 그렉의 대타로 농구팀에 들어가서 실종된 그를 찾아내는 이야기와 함께 주변인물의 입을 통해서 사건파일에서 마이런의 인생을 소용돌이로 몰게 한 장본인이 되어 중심에 서게 되는 그렉
이 두명의 꼭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타원을 그리며 돌게 되고 두 꼭지점을 이어주는 타원상의 점들은 그렉이 마이런에게,
마이런이 그렉에게 주는 과거의 현재의 의미를 추적하면서 실종, 살인, 은행강도, 이혼, 에이전시, 농구스타, 은퇴, 경기,
스포트라이트, 사랑, 질투, 죄의식을 모두 서술하고 있다
4.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너무 많은 사건과 너무 많은 개연성들은 이야기를 자칫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할런 코벤은 적재적소에 개성 있는 캐릭터를 배치해 유며와 심리트릭을 동시에 노렸다
그렇기 때문에 우와-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고 복잡하게 휘돌아가던 이야기들이 퍼즐을 맞추듯 딱딱 자기자리에 들어가면서 시원하고 명쾌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5.
농구코트를 주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농구에 무지해도 즐길 수 있다
(나도 농구라고는 슬램덩크 밖에 몰라 ㅡ,.ㅡ)
멀더... 당신이 틀렸어요
(진실은 저 너머에?)
이거 영화로 제작되면 윈은 누가 맡을 꺼야
(완소캐릭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