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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Hardcover) - Fragile Superpower
Shirk, Susan L. / Oxford Univ Pr / 2007년 4월
평점 :
[알라딘에서 외서 리뷰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원래 외서에 대해서는 이곳에 리뷰를 쓰지 않았지만 이 기회에 좋은 외서들이 어서 번역을 통해 소개되어 더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싶은 마음에, 번역되면 좋을 책들을 중심으로 리뷰를 올리고자 한다.]
중국에 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수없이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클린턴 행정부 시기 미국 국무부에서 동아시아 문제,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담당했던 고위관료 출신 중국 전문가인 수잔 셔크(Susan Shirk)이다. 그녀는 대표적인 민주당 외교정책 전문가의 하나로 오바마 대통령의 캠프에 정책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고, 지금도 오바마의 측근 중 동아시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중국 위협론이 전세계를 휩쓸기도 했고, 이제 한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해버린 중국을 받아들일 준비를 서서히 하는 것 같다. 놀라운 속도의 경제성장과 지난 올림픽에서 보여준 그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새로운 강대국의 출현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셔크는 중국이 비록 강대국이지만 '부서지기 쉬운 강대국(fragile superpower)라고 지적한다. 개혁개방 노선의 채택 이후 30년간 압축적으로 일어난 경제 개발과 개방의 과정에서 축적된 모순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고, 중국 인민들에게 더이상 마오쩌둥 식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정치체제의 정당성을 지지할만한 설득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해 한국에는 잘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사실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던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중국 전역에서는 해마다 수만건의 소위 '군체성사건(群體性事件)'이 일어났다. 매일 수백건의 민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그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쪼개지거나 주저앉을 거라는 이야기일까. 아니다. 이 책에서 수잔 셔크가 주장하는 바는 한마디로 "중국의 위험이 위험한 중국을 만든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안정적인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경우 중국의 지도부가 호전적인 성향의 대외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선출된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기본적인 정치적 정당성의 위기를 상시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사회적 문제로 인해 중국 인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태에서, 이들이 대외문제에서도 유약하게 대처하여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감정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은 권력을 잃고말 것이다.
만일 대만에서, 혹은 한반도에서 미중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동아시아는 어떻게 될까. 중국 지도부가 여론을 의식하여 강경한 군사적 대응책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위험한 플래시포인트는 바로 대만이다.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쇠락한 지금, 중국 인민들의 강력한 민족주의적인 감정을 두려워하는 현 중국 지도부는 실제로 대만과 관련한 안보 이슈에서 언제나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의 국내정치가 불안정해지고 중국 사회의 모순이 심해질 수록, 중국의 대외정책은 민족주의적인 국민 감정을 만족시키는 배타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책의 결론이 주는 함의는 세계적 경제위기가 중국을 덮친 최근의 상황에서 더욱 큰 함의를 가진다. 미국이 사주는 수출품에 의지하여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중국은 이제 미국 시장의 경색으로 경제 성장 둔화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사회가 분열과 혼란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의 마지노선을 7%-8% 가량의 경제성장률로 두고 있다. 그 이상으로 빵이 커지지 않으면, 사회 내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리고 이제 그만큼의 성장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생겨나고 있고, 도시의 농민공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떠밀려나고 있다.
이제 이런 상황 속에서 외교적/군사적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 - 지난 유고 대사관 오폭이나 정찰기 추락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면 - 중국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중국 지도부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이것은 미국인들만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중국의 바로 옆 나라이자, 이어도 등의 문제로 잠재적인 해양 영토 갈등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만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났을 때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자동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다.
셔크는 중국이 위험해지면, 그것이 위험한 중국을 만들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중국 사회는 경제 위기를 맞아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