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s and Influence: With a New Preface and Afterword (Paperback)
Schelling, Thomas C. / Yale Univ Pr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이 20세기 사회과학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게임이론(game theory)의 기반을 닦았고, 정치, 외교, 경제, 사회, 군사 부문에서 그의 이론들이 실제로 활용되었으며, 2005년에는 그가 발전시킨 게임이론이 경제학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요즘의 게임이론은 수학적인 세련화가 고도로 이루어진 관계로 복잡한 수식과 그림들을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지만, 셸링의 작업들은 복잡한 수식들로 독자들을 난처하게 하는 책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전략적인 행동과 그것이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친절하게 차근차근 소개한다.   

셸링이 워낙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들을 썼지만, 이 책에서의 주제는 제목 그대로 외교, 특히 협상에 있어서 무기가 가지는 영향력이다. 무기란 가장 기본적으로는 전쟁에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어떤 무기들의 경우 - 특히 핵무기의 경우 - 그것은 사용 그 자체보다 그것의 보유와 활용 가능성을 두고서 벌어지는 전략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할 때가 많다.  

책 속의 내용들을 보면 우리가 북핵 협상의 지난한 과정에서 보았던 여러 가지 전략들이 등장한다. '야금야금 전략(salami tactics)'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것은 상대방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조금씩 야금야금 전진하는 방식으로,  협상의 대상을 잘게 쪼개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상대로부터 얻어내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폐기를 위한 단계들을 조금씩 쪼개어 나아갔다 조금씩 물러섰다를 반복하며 협상을 힘들게 해왔음을 우리는 이미 지켜보아왔다. 셸링은 이것을 어렵게 설명하기보다는 엄마에게 졸라대는 아이의 예를 들며 일상 생활 속의 전략(?)들과 협상에서의 전략을 연결시켜 설명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단순히 그의 설명만을 읽고서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북핵 문제의 진전 과정들과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전략들을 비교해보아도 흥미로울 것이다.  

북핵문제라는 중대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핵무기를 둘러싼 전략적인 협상 전략들을 소개한 셸링의 이 고전적 저작은 아직도 많은 함의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높은 명성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인해 셸링의 책들이 여러 권 번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루 빨리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