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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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에 소름이..
내 이웃의 이야기 혹은 내 이야기 일수도…

몇 번인가 차바퀴와 자갈이 부딪쳐 튕기는 소리가 리듬감을 갖고 요진의 몸을 경쾌하게 흔들었다. 불규칙적이고 불안하며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음악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법한 소리였고, 변변한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택시는 상향등에의지한 채 당장 무엇이 마주 덮쳐 올지 모를 어둠 속을 더듬어 나가고 있었음에도, 요진은 이 순간 공단 이불에 몸을 부리면 꼭 이럴 듯싶게 편안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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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화법에 익숙해지는 순간 순식간에 몰입해 읽어 나가게 되는 소설..
오언은 아가씨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아가씨는 그의 상처를 통해 무엇을 읽었을까? 계속 그 결말을 상상하게 되는.. 상처를 읽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둘의 관계는 달랐을까?

사람 사이로 범람하는 급류 한가운데 놓인 다리의 안정성과 길이를 우리는 알 수 없으며 다리가 끊어졌거나 애초에 다리 따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사이를 건너서 다가가야 할 때도 있고 채워야 할 때도 있는 한편 그것이 사이임을 모르는 채 사이를 두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사이란 파헤치고 들쑤시는 방식으로만 좁히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이란 서로의 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영원한 암실 속에서 서로를 보고 듣고 헤아린다는 착각과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 P63

그의 일기를? 혹은 그의 편지를? 에움길로 둘러갈 것 없이 알것 같았습니다. 그의 머릿속을 그 자신을. 그때는 어디까지나 아가씨의 재능을 두고 짐작한 바일 뿐, 보스가 읽히기를 원하는 단 한 명의 독자에게 열람을 거절당한 한 권의 책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까지는 안 했답니다. - P75

단지 글자를 해독하는 것, 글자가 모여 이룬 낱말의 부유를 응시하고 낱말이 모여 이룬 문맥을 붙드는 것, 물을 머금은 빨래를 햇빛 아래 널어 말릴 때처럼 의미를 머금고 무거워진 행간을 털어서 밝혀내는 것까지. 그러는 동안 어떤 사람은 의미의 목록을 작성하여 분석하게도 되고, 나아가 그중 누군가는 의미의 무의미함까지 닿게 되기도 한다고요. - P165

"신이라는 건 있잖아. 그냥 하나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생각해." - P285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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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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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어."
투데이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기도했다. 울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눈물이 비집고 나오려는 걸꾸역꾸역 참아내며 다짐하듯 말했다.
"내가 너를 놓지 않을 거야."
은혜는 지금이야말로 잠적을 끝낼 시기이며, 세상에 한 방 먹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오랜만에 일기장을 펼쳐 은혜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강하다.
나는, 지킬 수 있다. - P190

보경은 꿈을 접어둠과 동시에 소방관을 잃었고, 그 꿈을 영영 펼칠 수 없게 되었다. 독립적인 사건들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든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 수면 위의 파동 같았다. 넓고 잔잔한 파동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연속되는, 그 에너지가 끝내 물살을 만들어버리는. 이왕이면 앞으로는 좋은 일의 파동만 생기기를 보경은 자주 기도 했다. - P274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는 이론에 대해서는 연재가 말해줬어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라고요. 제가 투데이와 함께 달릴 때 느꼈던 시간이 접힌 듯한 현상은 실제라고요.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 P283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 P284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콜리가 보경을 향해 조금 더 몸을 틀었다.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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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외출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준비를 한다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의지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끝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렵거든요. 도움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들이 많으니까요. 누구는 쉽게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수술은 누군가에게 불가능과 같은 비용이거든요. 그리고 또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 P338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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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ㅣ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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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가족이 되길 실패하고 난 후.. 영원히 하지 못한 말들과 남은 감정들.. 하지만 어딘가에선 잘 지내길 바라는.. 제목 그대로 책 글귀 그대로 어딘가에 무언가를 놔두고 온 느낌..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38p

그녀의 어깨가 조용히 떨렸습니다. 제게 등을 진 채 어머니는 한참 울었습니다. 고여 있던 것을 흘려보내듯 잠잠히. 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 묽게 만들뿐이라는 것을요.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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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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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감정을 표현 하지 않고 지내는 엄마와 딸들.. 콜리라는 로봇이 그들에게 감정을 묻고 깨닫게하고 콜리에게서 위로를 받는.. 빠르게 변화하는 삶속에서 천천히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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