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서평입니다(가제본)어떤 단편소설은 장편보다 더 오래 뒷맛이 남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이십 대 초반 내일로라는 프리패스 기차표를 끊고 이 도시 저 마을 돌아다니며 여행했을 때와 같이, 최은미의 단편집 [다른 사랑]은 독자를 태워 여러 장소에 데려다 준다. <상리>에서 고천군 상리 마을로, <무장하는 날>은 DMZ에 인접한 도시의 발굴지로, <정선>의 강원도 정선으로 정신없이 이동하며 따라가던 우리는 어느새 <김춘영>에서 폐광지역 4곳을 연결하는 길인 운탄고도의 김춘영 집에 도착해 넋을 잃는다. <그곳>의 말리산과 체육센터가 있는 한 도시와 <이 모든>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를 웃으며 여행한 우리를 소설은 마지막으로 <고별>의 은산시 장례식장에 데려간다. 꼭 영상매체만이 장소를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릴스나 유튜브 영상은 그 장소의 냄새만큼은 묘사할 수 없다. [다른 사랑]에서 전반적으로 강렬하게 느껴지는 여름의 냄새, 물러가는 과일 냄새나 폭염을 피해 시민들이 모여든 체육센터의 복잡미묘한 냄새들, 지진으로 무너진 가지안테프의 베이란 냄새 등이 소설을 다 읽은 뒤로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무색무취의 안전한 사랑 너머의 시큼하고 미지근한 ‘다른‘ 사랑의 향기가 배어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단 한 편만 읽어야 한다면 <김춘영>을 고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