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 해석의 긴 주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내게 결핍된 것을 욕망한다. 나의 연인, 소설, 도달하고자 목표한 높은 정신, 지혜, 욕망은 결핍이 충족된 순간 사라지고 그 순간 내 손에 쥔 것은 욕망의 대상 자격을 상실한다. 그래서 욕망은, 에로스는 충족의 순간을 유예한다. '-142쪽, 상대 연인은 연인에게 말한다. 그렇게 욕망이 손을 뻗는 행위는 계속 이어진다. 역설이란 무엇인가? 역설이란 손을 뻗어보지만 그 끝에는 결코 이르지 못하는 생각의 일종이다.'
에로스는 동사다. 에로스는 우리를 욕망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만든다. 이룰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영원히 손을 뻗게 만든다. 손을 뻗었는데 그 대상이 잡히는 순간이 오는 걸 두려워하게 만든다. 에로스는 날개다. 예고 없이 날아와 나를 덮쳐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나를 철저히 부수고 파괴한다. '-247쪽, 에로스는 날개를 달고서 난데없이 나타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욕망을 부여하고, 그의 몸에서 주요 장기와 물질적 실체를 빼앗고, 그의 정신을 약화하고 생각을 왜곡하며, 정상적인 상태의 육체적 건강과 온전한 정신을 질병과 광기로 대체한다.' 에로스는 나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에로스를 피해야 할까?
책 후반부에서 작가는 [파이드로스]에 등장하는 뤼시아스의 '사랑하지 않는 사람' 이론을 소개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욕망에 장악되지 않고,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도록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이 바람직한 인간인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는 마음, 그건 학생의 마음가짐이다. 지식을 갈망하며 지혜로움을 사랑하는 자, 그리스에서 탄생한 철학의 어원. 그리스인은 에로스와 함께 철학을 발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 소크라테스를 낳았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사로잡힌 자신을 인정한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사랑은 우리를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