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쪽, 내가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내가 소설을 쓰면서 계속해서 시달리게 되는 또다른 한 가지,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지만 저항할 생각이 없고 되도록 저항하지 않는, 말을 가장 무용한 방식으로 쓰고 싶은 유혹 때문이고, 나는 말을 유용하게보다는 무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그리고 무용하게 사용할수록 더 흥미롭기도 하고, 이 소설은 말을 얼마나 무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기도 하고,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소설에도 삶에도 핵심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옆으로 새는, 아무런 핵심이 없는 하나마나 한 거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길게 하다보면 때로는 생각 자체가 없어지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되며 일종의 명상 상태에 들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그런데, 라는 이 단순하고 보잘것없어 보이고 별로 하는 것도 없어 보이고 그래서 무시해도 좋을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접속부사에 대해서라면 할말이 꽤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까지 얘기할 것은 없는 것 같고, 그런데 나는 약간의 정신적 자유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으로 괜찮은 것으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게 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을 과도하게 하는 것으로, 그 부작용으로 정신과 몸이 뻐근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