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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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이트비치]는 밤의 해변, 이 아니라 밤의 개(같은) 년nightbitch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을 암캐로 지칭해 비하하고 모욕하는 유서 깊은 욕설 '비치'를 씹어 삼켜 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날것의 이야기다. 소설 1부의 '여자'는, 예술가인 여자, 아들을 낳고 남편보다 소득이 적어 예술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된 여자는, 밤새 칭얼거리는 아들과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남편을 향한 분노에 휩싸인 어느 날 밤 '나이트비치'가 된다. 문자 그대로 커다란 개로 변해 한밤의 산책, 아니 사냥을 한다. 나를 개 같은 년이라고 해? 그래, 나는 진짜 개야. 단숨에 네 목덜미를 물어뜯어 숨통을 끊을 수 있는 동물이야.


-139쪽, 여자는 개가 된다는 생각이 좋았다. 짖거나 으르렁거릴 수 있고, 그것을 정당화할 필요도 없으니까. 원한다면 자유롭게 달릴 수도 있다. 그녀는 몸이 될 수도 있고, 본능과 충동이 될 수 있다. 배고픔과 분노, 갈증과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가슴이 두근대는 순수한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 여자는 아들을 출산할 때 그런 자유를 누렸다. 비명과 고함을 지르며 욕을 퍼부었고, 그럴 필요가 있었다면 아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레이철 요더, 나이트비치, 황금가지


나이트비치는 본래적 의미의 모성이다. 출산은 본래 동물적이다. 인간이 몸이 되는 순간, 피와 땀과 체액이 분수처럼 쏟아지고 짐승과 같은 비명이 난무하는 과정이다. 동물이 된 여자의 모습에 겁에 질린 남자들은 서둘러 모성을 신화화하여 여자를 거기 가둔다. 깨끗하게 관리되는 외모와 반짝거리는 집안, 점잖은 아이, 육아와 집안일에 본인을 동일시하며 자아를 잃은 인형과 같은 여자가 진짜 엄마라고 칭송한다. '여자들이 모든 일을 떠안게 하는 속임수, 그들이 피할 수 없는 속임수가 되었는지 말이다(31쪽)' 여자는 속임수를 알아챈다. 여자는 분노를 느낀다. 여자는 나이트비치가 된다.


-279쪽, 예술가이자 여자이자 괴물 엄마가 되고 싶다. 괴물이 되고 싶다.


여자는 나이트비치가 되고, 아이는 나이트비치가 된 엄마를 기꺼이 따라 자신도 개가 되고, 개가 되는 놀이에 열중하고, 남편은 점점 변화하는 여자를 보며 당황하고 끝내 매혹된다. 개가 된 여자가 느끼는 새로운 감각들을 세밀한 묘사를 통해 따라가다 보면 나이트비치가 우리 눈 앞에 나타난다. 여자는 다른 여자들 앞에서 나이트비치로 변신한다. 변신은 하나의 행위 예술이 된다. 여자는 예술을 되찾는다.


나이트비치는 왜곡된 모성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죽은 토끼와 날고기가 내뿜는 피와 야성과 죽음의 냄새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나이트비치는 자신이 사냥한 동물을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물려준다. 모성은 동물이다. 나이트비치는 예술이다. 우리는 나이트비치다. 무서운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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