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개념이 변화하는 역사적 흐름에 떠밀리는 줄도 모르고, 소설가와 시인의 재능이 없음에도 성실하게 소설과 시를 썼던, 이제 아무도 읽지 않는 수많은 책을 쓴, 플로베르의 재능을 질투한 '범용한' 인물로만 남아버린 막심 뒤 캉은 그 자체로도 '소설적인' 인물이다. 자기 자신을 특별한 예술가로 상상하며 성실하게 글을 쓴 범용한 예술가의 일생은 불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며 끝내 실패하고 마는 소설적 주인공의 전형이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학술서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범용한 인물에게 나 자신을 투사해 깊이 감정이 이입된 상태로 읽게 되기 때문일수도 있다.
문학사는 플로베르와 빅토르 위고, 보들레르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뿐 막심 뒤 캉과 같은 범용한 예술가에겐 이름 하나 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플로베르가 아닌 막심 뒤 캉이다. 우리는 평범하다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대체로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범용한 인간이다. 우리는 우리의 범용함을 되새기고 연구해야 한다. '범용하다'는 단어가 특별해지는 기묘한 경험을 [범용한 예술가의 초상]은 해내고야 만다. 그것조차 전형적인 해석이라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범용한 독서 감상문을 남길 수밖에 없는 나 자신도 범용하다고 쓰면서 범용함의 범용함에 대하여 반복하는 문장은 끝이 나질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