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거의 쓰지 않는 시대, 과거에 쓰인 편지를 모은 서한집을 읽는 이유는, 먼 미래 sns를 거의 하지 않을지 모를 시대, 과거에 업로드된 sns의 글과 사진을 읽는 후손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지, 그러니까 호기심. 직접 만날 수 없는 과거의 인물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최대한 가깝게 듣고 싶다는 호기심으로부터.
생전에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 독일의 대표 시인으로 재발견된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서한집을 읽었다. 이름만 겨우 알고 '궁핍한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빵과 포도주)정도의 인용문만 들어본 시인의 편지들은, 살아 있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어머니와 동생에게, 헤겔과 노이퍼 같은 절친에게, 실러 등 존경하는 이에게 보낸,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속 횔덜린의 '목소리'는 다정하고, 열렬하며, 애정이 가득하고, 때로 불안하고, 이따금씩 고독했다. 시인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고뇌하고, 자신의 작품이 크게 인정받지 못해 우울해 하고,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면서 동시에 실망하는 그의 목소리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