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게 읽는 제로베이스 철학
이인 지음 / 그린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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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책이 도착했다. 한글날 연휴가 끝나기까지 2주 간 느긋하게 하루 두 명에서 세 명의 철학자를 만났다. 사실 부지런히 읽은 셈이다. 이인 작가님의 [게으르게 읽는 제로베이스 철학]은 하루에 한 명의 철학자를 만날 수 있도록 총 31개로 구성된 , 한 달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루에 한 명 한 달에 서른한 명이면 나 이제 철학 좀 안다고 뽐낼 수 있다. 온라인서점에서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인 스티커와 모의고사 학습지로 철학의 기초를 확실히 다질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

철학자의 이름에 스티커를 붙이며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이 알차고 재미있는 철학 입문서를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을까...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가 권하지 않아도 이미 읽고 있을 것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표지를 보고 '핑크색 애벌레(동네서점 판은 핑크색이다) 귀엽네...'하다 내려놓을 것이다. 내려놓는 손을 덥썩 잡고 이렇게라도 말을 걸어보고 싶다.

헥토파스칼을 아십니까?
누구세요?
이 짤 한 번이라도 보신 적 없어요?
아니, 이건 아는데 갑자기 왜...
헥토파스칼에서 파스칼은 철학자 이름으로 그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으며....
(이미 도망감)

우리는 철학을 왜 알아야 할까?
먹고 살기 바쁜 이 세상에서 철학이 존재 가치가 있을까?

간결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지혜로워지기 위해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내가,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세부적으로 주석을 달면 이렇게,

철학이고 뭐고,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96쪽,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을 원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모르는 셈이다. 불행한 사람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활동을 통해 행복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월성에 따르는 행위는 그 자체로 즐겁고 좋으며 고귀한 것이다. 탁월성을 획득한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다. 예를 들어서 춤꾼이라면 최고의 춤을 출 때 행복하고, 작가라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탁월한 작품을 완성할 때 행복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이 곧 행복이다.

지긋지긋한 정치인들...이런 똥밭에 굳이 내가 투표를 해야 해?
322쪽, 랑시에르는 자신의 정치철학 이론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어쩌면 문제는 답답한 현실의 정치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정치를 거론하면 곧장 인상을 찌푸리도록 습관화된 우리의 감성이 아닐까? 정치를 잘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넌덜머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감성이 치안 질서에 사로잡혀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정치인들을 모두 나쁜 놈이라고 욕하면서도 나쁜 놈들을 내버려 두는 우리야말로 어쩌면 진정으로 나쁜 놈들인지도 모른다.

하...나는 누구이고 왜 살아야 하는가...
66쪽,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찾아서 열어 밝힐 수 있다. 어둠 속에 은닉되어 있던 우리의 존재에는 밝게 빛나는 본래의 가능성이 있다. 나의 존재를 열어 밝히는 일은 자기 자신에 대해 걸고 있던 '위장'이라는 빗장이 풀리며 수행된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런 질문을 하이데거는 '존재물음'이라고 지칭했다. 존재물음이란 묻고 있는 자를 그 존재에서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모든 동물 가운데 오로지 인간만이 존재물음을 한다. 그동안 '나의 존재'는 쓸데없는 이야기에 뒤덮여 있었다. 그러다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질문으로 쓰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질문으로 폭발한다. 그제야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된다고 하이데거는 설명했다.

기타 등등, 질문은 많고 그 질문에 대한 철학의 답은 무수하다.

책을 읽은 뒤 특히 나와 '통했다!'고 생각되는 철학자를 골라 그가 직접 쓴 원전을 찾아 읽으면 그때부터 진짜 시작이다. '나, 철학 좋아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내 경우엔 원래 좋아하는 철학자(니체, 쇼펜하우어, 하이데거)에서 이번에 새롭게 눈이 맞은 철학자들(칸트, 가다머, 찰스 테일러)이 추가되면서 서점 장바구니가 묵직해졌다.

게으르게 철학의 기초를 차곡차곡 쌓았으니, 이제 부지런하게 나만의 철학을 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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