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 속의 유령 암실문고
데리언 니 그리파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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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다른 누군가의 옷을 개는 동안에 쓰였다.내 심장이 이것을 단단히 품으면, 이것은 내 두 손이 자질구레한 일들을 수없이 수행하는 동안 부드럽게, 천천히 자라난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죄책감과 욕망에서 태어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에 꿰매진 텍스트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존재하는 것조차 작은 기적인 텍스트다. 이것이 활자라는 평범한 경이를 만나 또 다른 의식까지 들어올려진 지금 이 순간처럼. 평범, 그래, 지금 내 몸에서 튀어나온 생각이 당신의 몸을 덮치는 것, 그 또한 평범한 일이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21세기에 쓰였다. 얼마나 늦었는지. 얼마나 많은 게 변했는지. 얼마나 변한 게 없는지.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또한 애가 caoineadh이기 도 하다. 장송곡이자 노동요, 찬양을 위한 송가, 노래이자 통곡,애도이자 메아리, 합창이자 성가다. 함께하라.

데리언 니 그리파, 목구멍 속의 유령, 을유문화사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네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인의 텍스트,

시인이 추적하는 200년 전 단 한 편의 시를 남긴 그녀의 텍스트,

그녀들이 낳은 아이들이라는 텍스트,

그 아이들을 먹이고 키워낸 모유라는 텍스트,

여성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텍스트,

여성의 이름이라는 너무나 쉽게 지워진 텍스트,

그 모든 텍스트.


아기띠에 아기를 안아 재우며 빈 손에 책을 들어 본 여성이라면 이 책의 첫문장을 읽는 순간 직감한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텍스트text는 실을 엮어 직물을 짠다는 단어로부터 기원한 개념이다. 실과 같은 유방의 유선으로부터 생산된 모유를 아기 입에 물리고 실로 아기 옷을 엮어 내듯 키우는 감각을 아는 여성이라면, 작가라면, 200년 전의 시인과 현재의 시인이 합창하는 이 책, 이 책의 텍스트는 곧 나의 것이 된다. '이것은 나의 텍스트다'


기꺼이 네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이들이 흘린 빵가루를 줍기 위해 마룻바닥을 기어가며 나 자신이 아닌 그림자로 존재하는 것에 순응하면서도 한 가닥의 분노 속에 붙잡는 지푸라기.


나는 소설이었고 그녀는 시다.


아일랜드의 학교에서 배우는 긴 시 한 편, 아일린 더브라는 여성이 살해당한 남편을 기리며 썼다는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라는 시와 시인을 추적하며 작가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텍스트를 쓴다. 아일린 더브의 희미하게 지워진 인생을 다시 쓴다. 아이를 키우며 희미해지는 자기 자신을 쓴다. 텍스트는 쓰여진 것과 쓰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이 책은 쓰여져 완성되는 동시에 계속해서 쓰여진다. 책을 읽는 여성 독자들로 인해, 반복된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다. 수수께끼는 계속된다.


만약 하루하루가 글자들로 가득한 페이지라면 나는 거기 적힌 글자들을 문질러 닦으며 내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그 속에서 내 노동은 내 존재를 지우는 행위가 된다.

같은 책,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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