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도 성향도 모든 것이 정반대인 여자와 남자가 우연히 만났다, 사랑에 빠진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래서 둘이 언제 사귀나 궁금해져 읽는 속도를 높였다. 결말에서 나는 나의 편협한 시선이 부끄러워 도라와 고테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인간에겐 사랑만이 필요한 게 아니지요. 우정, 더 크게 말하면 인간적 연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 우리가 자주 잊고 바이러스 앞에서 아예 잃어버린 것.
코로나 바이러스가 2년 간 부지런히 벗겨낸 인간의 민낯은 상상 이상이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온 세계가 바이러스 근원지를 혐오했다. 전 세계로 퍼져나가자 감염자를 혐오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자를 혐오하고,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는 자를 혐오하고, 백신을 맞지 않는 자들을 혐오했다. 전염병 앞에서 인간은 혐오의 감정에 몰두했다. 소설 본문에도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은 혐오의 직접적 발현이었다. 인간이란 혐오의 동물인가?
도라와 고테가 보여주는 기묘한 연대는 인간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정반대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에 대해 우월감을 드러내며 통제하는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주는 것. 죽음 앞에서 외롭지 않도록 예의를 갖추는 것.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그저 존재하는 것. 서로의 존재에 경의와 예의를 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