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중력에 맞서 - 과학이 내게 알려준 삶의 가치에 대하여
정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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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중력에 맞서>에서의 중력은 중의적 의미를 가집니다. 인생을 지배하는 운명의 힘을 뜻하기도 하고, 객관적 언어의 큰 목소리를 의미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내 생의 중력에 '맞서'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어요. 과학은 소수의 백인 남성 과학자, 엘리트나 전문가가 독점하는 지배 또는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정인경, 내 생의 중력에 맞서, 서문


읽으리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책과의 우연한 만남을 위해 내가 서평단 활동을 하는구나, 정인경의 [내 생의 중력에 맞서]를 읽으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중력'이라는 단어에 지시적 의미 그대로 이끌려 선택한 이 책에 말 그대로 푹 빠져버렸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실존하는가? 행복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팬데믹과 기후 위기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추상적인 것 같다가도 삶에 필수적인 질문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학책 읽기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과학을 향한 부드러운 접근.


저자가 소개하는 과학책들을 정신없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넣고 나니 50권도 넘는 새 책들이 긴 목록을 만들고 있었다. 가장 첫 번째 책은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스피노자의 뇌]가 차지했다. 자존, 사랑, 행복과 예술, 건강과 노화, 생명과 죽음이라는 책 속 다섯 주제 중 지금의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은 '자존'이라는 키워드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


우리는 힘들고 괴롭고 슬픈 감정의 상태를 견디다가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 기쁨의 감정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노력이 바로 우리 삶의 가치이자 목적이라고, <에티카>에서 말하고 있지요.

'덕의 일차적 기반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행복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우리는 스피노자를 감정의 철학자, 기쁨의 윤리학자로 부릅니다. 그건 기쁨이라는 감정을 올바른 가치, 도덕의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자기 보전과 좋은 감정을 유지하라고 주문합니다. 감정은 자신의 삶을 이롭게 하거나 해롭게 하는 상황에 대처하게 만들잖아요.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삶이 자신을 위한 좋은 삶입니다.

정인경, 같은 책, 60쪽


[내 생의 중력에 맞서]를 읽으며 나의 감정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악화되어가는 세계 속 나를 짓누르던 무거움이 조금씩 가벼워지며 튀어올랐다. 어렵고 낯선 과학책을 읽으며 노력하는 삶 역시 나를 위한 좋은 삶이다. 이 책은 삶의 태도를 알려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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