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 전2권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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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점심이 도착한 날, 진짜 점심 그러니까 먹는 점심 메뉴는 계란프라이를 올린 짜장라면이다. 풀무원에서 새로 나왔다는 파기름 짜장라면에 도전해보았다. 풍미가 깊은 짜장의 맛을 음미하며 책은 잠시 멀리 두었다. 자칫 흰 책장에 검은 짜장소스가 튀면 큰일나니까. 슬쩍 무작위로 한 페이지씩 열어 본다. 마음의 점-백은선의 시, 한자로 풀면 점심, 좋아. 산문집도 펼쳐 본다. '뒷산에서 잔디를 뜯어 된장찌개를 넣어 끓여 먹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잔디 된장찌개-심너울, 아주 좋아. 당분간의 점심에 이 두 권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제목부터 흡족하다. 나는 직장인이 아니고 점심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거인과 나의 나이 차이가 30년도 더 나기에 같은 메뉴를 고를 수 없다. 두 돌 아기의 점심을 먼저 챙겨준 뒤, 서른여섯돌 어른의 점심을 먹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밖으로 나간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식당을 찾아서.


길을 가다 흘러나오는 노래 같아요. 제가 선택하지 않았고 오래 감상할 수도 없지만, 예상치 못한 설렘과 소소한 기쁨을 주는.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점심의 의미에 대한 강지희 작가의 답-298쪽


점심은 마음을 점검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때론 어쩌면 자주 그렇습니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점심의 의미에 대한 김현 시인의 답-151쪽

나는 점심 메뉴 고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 한창 다이어트 한답시고 난리치면서 온갖 다이어트 이론을 끌어모을 때, 이론적으로 하루 한 끼 일반식을 먹을 수 있는 때가 점심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겼다. 그 결과 하루 세 끼 일반식을 먹고 그 중 점심엔 가장 먹고 싶은 것을 먹는 훌륭한 통통인으로 거듭났다. 칼국수나 라면, 비빔국수 등 면 요리는 반드시 점심에 배치한다. 명동교자의 마늘이 김치로 변신한 수준의 김치를 오물거리며 성다영 시인의 <점심 산책>을 음미한다.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 가득 올려진 라떼를 퍼마시며 한정현 작가님이 '점심 산책자'(269쪽)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라간다. 나 역시 점심이 좋고 산책도 좋고, 점심 산책이면 완전 좋고! 그리하여 책을 가방에 넣고 집까지 걸어간다. 1키로 이상 골목 산책을 하다 보면 부른 배도 충분히 가라앉을 테니까.


점심을 주제로 한 글이 있는가 하면 점심에 쓰인 시가 있기도 하고 점심과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글 같아 자세히 읽어보면 점심의 흔적이 느껴지는 글도 있다. 점심 하면 떠오르는 풍경, 점심에 급히 쓰인 글, 점심을 핑계로 하고 싶은 말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후식을 먹듯 하나씩 읽을 수 있는 산문과 시. 눈 앞에 신선한 메뉴판 하나가 둥실둥실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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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잠은 샌드위치처럼 쉽게 흩어진다-9.0

너의 신년 계획은 김밥처럼 위태롭고 무모하다-4.5

너의 허기는 들깨미역국처럼 불어난다-8.5

너의 앞날은 두유크림파스타처럼 뿌옇고 고소하다-13.0

너의 오후는 아보카도롤처럼 속이 편하다-9.0

오늘 기분은 김치찌개처럼 중간이 없다-7.5

오늘의 할 일 목록은 설렁탕에 먹는 깍두기처럼 제멋대로다-10.0

Dessert

티라미슈처럼 씁쓸하고 달달한 거울 보기-6.5

에그타르트처럼 푹 빠지기 쉬운 타임슬립-3.5


*금일 준비된 재료 소진 시 영업을 종료합니다


<알찬 하루를 보내려는 사람을 위한 비유의 메뉴판> 안미옥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 대사가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늘 먹던 걸로.'

알찬 점심 한 권, 오늘은 두 권으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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