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의 나 자신을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저 두 문장으로 압축될 수 있지 않을까. 공립 고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번 돈을 분기별로 떠나는 여행에 쏟아붓는 그때의 나는 이곳만 아니라면 어디든 상관없었다. '이곳'의 나는 불행하다. 번듯한 직업 없이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공모전에 도전하는 족족 떨어지는 나는 이곳의 나. 글을 쓰기 위해 새로운 곳에서 영감을 얻으며 희망을 꿈꾸는 나는 저곳의 나. 방금까지 앙코르와트 사원의 폐허에 숨겨진 소설을 뒤적이던 나와 학교 맨 뒷자리에 서서 떠드는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나는 같은 사람일 리 없었다. 여기서 나는 행복하지 않아!
그런데 행복이란 뭘까? 불행하지 않은 상태(단순하다), 즐거운 상태(쾌락?), 원하던 것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 욕망의 충족, 대한민국 헌법으로 규정된 인간의 권리, 행복은 감정일까, 일시적인 상태일까, 명확한 권리일까?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힌다. 행복이라...로또에 당첨되거나 내 집과 차가 있으며 가족 모두가 평안한 상태...? 고민거리가 없는 상태...? 모든 고민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죽음. 하지만 우리는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
행복이란 선을 그어놓고 '저 선만 넘으면 행복해져!'라며 폴짝 뛰어넘는 걸로 정의될 수 없다. 여기까지가 불행하고, 저기서부터 행복한 완벽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의 의미를 찾아 전 세계를 여행한 작가 역시 이를 깨닫는다. '우리는 행복을 성취하고 싶어하지, 그냥 행복을 경험하기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같은 책, 46쪽) 불행을 제거한 상태가 행복이라면 술을 잔뜩 마시거나 약물에 취한 상태로 살아가면 된다. 아니면 돈이 아주 많거나. 전세계적인 벼락부자 나라인 카타르는 행복한가? 가장 돈이 많은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행복 지수는 비슷하다. 오히려 부탄 같은 나라의 국민행복지수가 더 높아 보인다. 물론 몰도바와 같이 가난한 나라는 대체로 불행하다. 특히 성실함과 미래를 향한 희망의 가치가 사라진 곳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내 마음을 끌어당긴 나라가 아이슬란드다. 악천후와 추위가 일상인 고립된 섬나라, 겨울엔 하루종일 해가 뜨지 않는 이 나라 사람들은 행복하다. 비슷한 조건의 러시아인들은 하루 종일 보드카를 달고 살며 절망에 빠진다. 아이슬란드인들도 매일 술을 마시지만 절망하는 대신 책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체스 게임을 한다. 춥고 어두운 이 작은 얼음나라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