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30년 만의 휴가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공경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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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떠나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일상에 메여 지냈던 것은 아닌가, 모험을 즐기던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나, 가족과 직장과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한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어디로 갔나, 나의 삶을 즐기고 싶다... 라는 충동이 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본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충실해 여행을 떠나겠는가, 아님 망설이다가 다시 일상을 살아갈텐가. 아마 자신의 내적 본능에 충실해 모든 것을 놔둔채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슬프게도 나 역시 그런 용기를 갖고 있진 않다. 그러나 적잖은 나이에 그런 모험을 강행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이 책의 저자 앨리스다.

퓰리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능력있는 기자였던 그녀는 어느날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짐을 꾸려 다다른 프랑스 파리, 그곳에서 유럽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녀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런던과 옥스퍼드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여행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리하여 이 책의 이야기도 여행의 장소에 따라 Paris / London & Oxford / Italy 로 이어지며, 각 단락에는 그녀가 그 곳에서 보냈던 소소한 일상들과 새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있다.


그녀의 이력답게 글 속에서 풍겨나오는 그녀의 이미지는 상당히 지적이고 매력적이다. 자신의 일에서 빛나는 경력을 쌓은 전문가이며, 훌륭한 아들들을 둔 어머니이고,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감성의 소유자이자 삶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을 가진 싱글이며, 글 속에 삶에 대한 통찰을 멋지게 담아내는 지성인이다. 실제의 앨리스는 어떤 모습인지 몰라도 어쨌든 책으로 다가온 그녀의 모습은 그랬다. 그런 그녀가 부러워 먼훗날 내가 저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녀의 모습을 닮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생각만 해도 너무 부럽다. ^ ^ 

여행은 언제나 새로움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찬다. 계속되는 일과 매일 보는 주변의 사람들이 아닌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는 그 기분좋은 긴장감! 낯섬에 대한 떨림을 즐기는 자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다. 앨리스 그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파리에서 지베르니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일본 남자 나오히로와 사랑에 빠지고, 런던에서는 삼총사- 빅토리아와 새라, 안젤라 -에게 정성어린 병간호의 고마움을 선사받으며, 옥스퍼드에서는 어느순간 다시 열여섯 소녀로 돌아간 듯한 희열을 느꼈던 댄스타임을 즐기고, 이탈리아에서는 캐롤린과 마티와 버니, 비비안, 해럴드와 함께 함으로써 만남의 기쁨을 누리는 채로 이 황홀한 여행을 마무리를 한다. 물론 프랑스에서 나오히로를 만난 뒤 가슴 떨리는 그녀의 사랑이야기는 그녀가 어디에 머물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든 계속 이어진다. 오~ 위대한 사랑의 힘이여! ^ ^!

중년 싱글 여성으로서 자신과 삶에 대해 품는 생각과 느낌들을 여행의 시간들과 함께 담아놓은 이 책은, 읽는 내내 인생의 선배로부터 듣는 삶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받았다. 편안하고 부드럽게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다만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여성인 앨리스의 여행길에는 경제적 여유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사실 그런 여유가 없다면 장기간의 여행을 계획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다. 하긴 처음부터 그녀가 <온 더 로드>의 배낭족들과 같은 여행을 할 거란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책 속 곳곳에서 그녀의 여유가 부러워졌다. 혹시.. 나만 그런건가;;; ^ ^;;

 


일상을 접고 갑자기 떠난 여행의 흥분부터 우연히 만난 사랑, 상냥하고 친절한 다양한 친구들, 뜻하지 않았던 여러 사건들과 함께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경험들까지.. 여행에 대한 떨림과 예찬이 가득 담겨있는 <앨리스, 30년 만의 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과감히 떠나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물론.. 그녀처럼 용감하지 못한 내가 못내 아쉽지만 말이다;;

 

 

  

 

+ 뒷담화;;

이 책을 읽으면서 유럽의 나라들의 모습에서 일본과 중국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드는 생각.
지베르니에는 모네의 그림에 나왔던 '일본식 정원'과 일본의 판화가 전시되어 있고,
앨리스는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식 드레스를 사입고선 흡족해 한다.
물론 앨리스가 사랑에 빠진 나오히로가 일본인이고 자신의 아들이 일본에서 지낸 적이 있는지라 일본에 대해 좀 더 친숙하게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일본과 중국은 서양에서 동양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나라들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지.. -_-;;
기욤 뮈소의 <구해줘>에서 작품 전체에 통틀어 딱 한 번 한국인이 언급되는 구절 -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을 봤을 때 만큼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물론, <시간 여행자의 아내>처럼 마음 좋은 한국인 아주머니 '킴'과 우리 음식들이 등장하는 반가운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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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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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맞이 조카들 선물용으로 구입한 책, <책 먹는 여우>
예전부터 평들이 좋아 사주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지금 '앗!'시리즈 책을 한 권 더 주는 행사를 하길래 냉큼 구입했다. 받고보니 '앗!'시리즈인 책은 조카들이 별로 좋아할 타입의 책이 아닌 것 같아 좀 슬펐지만 뭐 그래도 공짜는 좋은 것이여~ ㅎㅎㅎ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는 이 책은 선명한 캐릭터와 원색을 사용한 알록달록함에 아이들이 참 좋아할만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 거기다가 책을 먹는 여우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어찌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으랴! 그 호기심에 책을 펼쳐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라있다.

여우아저씨는 책을 먹고 산다. 그것도 책이라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는게 아니다. 책에 관한한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어 우선 냄새와 맛을 본 뒤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맞춰 맛있게 먹는다. 책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자신의 가구를 모두 전당포에 맡겨버린 여우아저씨는 어느날 집근처 도서관을 발견하게 되고 매일 그곳에 들러 수시로 맘에 드는 책을 골라먹고 또 빌려와서 신나게 먹어대지만 어느날 꼬리가 밟혀 쫓겨나고 만다. 도서관에도 못 가게된 불쌍한 여우아저씨, 궁여지책으로 광고지나 생활정보지 등을 먹다가 소화불량에 걸리게 되고 참다못해 일을 저지르게 되는데.. 책을 너무 사랑해 읽는 것도 모자라 먹어대는 여우아저씨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마지막엔 화려하게 부활하는 여우아저씨를 만나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 ^

 
어린이 책이다보니 너무나 친절하게도 마지막장엔 책에 담겨진 각 상황이나 사물의 상징적인 의미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친절한 옮긴이씨~! ^ ^) 여우가 책을 그냥 먹지 않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하는건 마음의 양식인 책을 읽을 땐 주는대로 받아먹지 말고 자기 나름의 양념을 해서 먹으라는 뜻이고, 소화불량에 걸린 여우는 아무리 읽어도 도움이 안되는 책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 여우의 화려한 재기는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한게 아니었을까. 많이 먹으면 언젠가는 영양분이 된 그것들을 활용할 곳이 생긴다 정도로.. ^ ^

귀여운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 속에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교훈까지 담고 있으니 이 책을 어찌 추천하지 않을 수 있으랴! 강추해본다. ^ ^
그리고 이 책을 받아들 조카가 반드시 재밌게 읽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해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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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멀리서 오신 분께 책선물을 보냈다.
오랫만의 한국나들이신지라 만나뵐 시간까지 찾진 못했지만 그래도 한국까지 오셨으니 책이라도 한 권 드리고 싶었는데 연락이 늦게 닿았다. 남은 시일이 너무 촉박한지라 인터넷 서점을 통해 바로 보내드리려 했더니 굳이 나의 친필(?) 편지를 받으시고 싶으시다고;; 땀삐질;;
글서 갖고 있는 책 중에 한 질을 골라 꺼내놓은 뒤 올만에 손가락에 힘 팍~ 주고 엽서 두 장을 썼다.
너무 오랫만에 쓰는 편지라 솔직히 처음엔 부담백배;; (곧 적응해서 써내려갔지만; ^ ^;)
내 편지의 특징은 잡담으로 가득하다는 거~~ ㅎㅎㅎ

그렇게 편지 쓰는데 약 3,40분 정도를 소요..한 뒤 포장에 돌입~~!!
책 앞에 몇 자 적고,
열심히 쓴 엽서 두 장을 겸재 정선의 그림이 담긴 우표 시트 두 장과 함께 노란색 봉투에 넣어 봉한 뒤 뒤에다 색연필로 글자 쓰고,
영화 미니 포스터(너는 내 운명, 내 머리속의 지우개)로 초벌 포장을 한 후 노란 색종이로 재포장.
조금 특이하게 사선으로 포장하려다 고생만 하는 바부짓까지;; - 0-;;
어쨌거나 혼자 난리 부르스 떨면서 겨우겨우 포장 완성;;;
포장지 위가 너무 심심해 색연필로 살짝 그린 후 그 위에 주소를 적고,
혹시나 번질지 모르니 투명 테이프로 꼼꼼히 다시 붙여주는 센스~!
앞면은 테이프 붙인 사선을 따라 글자 몇자 적고는 색연필로 밑줄 긋고
남은 공간에 나를 상징하는 해님 하나 그려 넣었으니.. 이제 끝~! (근데 해 그림은 실패; ㅠ ㅠ)
(사실, 이렇게 정성들여 포장해도 대개는 마구 뜯는다는 사실을 알긴 하지만;;)

편지 쓰는데 40분인데 포장 하는데 1시간이 넘는;; ㅡㅡ;
다 하고 나니 새벽 2시;; 헉;;
다음날 어렵사리 시간내서 우체국에 골인~!
(근데 요새는 배송비가 장난이 아니라 갖고 있는 책 보내느니 더 보태서 사는게 낫겠더라;; -_-;;)

 아~ 힘들다;;
이젠 늙어서 이런 것도 힘들어 못하겠네;;
예전엔 글두 정성으로 승부봤던 난데,, 역쉬 나이는 못 속이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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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으시다는;;
뭐 담날 바로 출국이라 그럴 경황이 없으셨겠지만 그래도 전화가 안되면 쪽지라도 주시리라 생각했건만;; 그건 나의 기대일 뿐;; 좌절모드 돌입;; orz;;;
그전에 오셨던 다른 분께는 직접 정성들여 만든 비즈폰줄과 책을 보내드렸었는데.. 역시나 잠잠;;
먼 길 오셔서 촉박한 일정 동안 스케줄을 감당하시느라 정신은 없으셨겠지만
온 맘을 담아 보냈는데 그냥 잘 받았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한데..
그런 초간단 연락조차 없으신 그 분들이 못내 섭섭해지는 내 좁은 마음이여;;
내 정성을 보였으면 그걸로 됐느니라,, 그렇게 마음을 비워낸다.
(속 좁은거 다 들켰당; 쿨럭;; ^ ^;;)

그러면서..
멀리서 온 그 분들에겐 몇 시간씩 정성들여 편지 쓰고, 포장하여 선물을 보내면서
정작 항상 내 곁에 있어 가끔씩 잊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겐 소홀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건 아니자나~ 이건 아니자나~~;;;
그래, 이건 아니다.
먼 곳이 아닌, 지금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챙겨야하지 않겠는가..

때는 바야흐로 세밑(연말)이니~
이는 마음을 비우고 생각 하나 해 보기에 좋은 시기!
좀 더 성숙한 마음가짐을 부록으로 가져보자. ^ ^

근데.. 벌써 2007년이 코 앞에 다다랐다. 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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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빨리 2배 많이 야무지게 책읽기 - 공부가 정말 잘되는 기적의 독서법
릭 오스트로브 지음, 정지현 옮김 / 수희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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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읽기 속도는 꽤 느린 편이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끝내려면 저녁시간 내내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가끔 지치기도 한다. 어려운 전문서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가벼운 소설을 읽을 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읽을 시간이 모자라 가끔 나의 느림보 읽기 속도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어쩌다 속독을 시도해 보지만 그때마다 눈은 열심히 움직이나 머리속은 새하얀 백지임을 곧 발견하곤 좌절모드에 허덕이다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오곤 한다.
 
그런 나에게 귀가 번쩍 트이는 책소개가 있었으니 책카페의 어떤 분이 소개해준 바로 이 책 <2배 빨리 2배 많이 야무지게 책읽기>였다. 이제껏 느린 읽기 속도를 원망하긴 했어도 이런 류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고, 솔직히 이런 방법들을 크게 신뢰하진 않는터라 읽기가 조금 망설였다. 마침 반갑게도 시립도서관 목록에 이 책이 있는지라 바로 빌려 보았는데 나름 소득이 있었다.
 
 
지은이가 주장하는 '파워리딩법'은 빠른 속도 강화만 내세우는 다른 여타의 속독법과는 달리 '독해력'을 강조한다. 책을 아무리 빨리 읽어도 그 속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진정한 독서가 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나도 동의한다. 책은 글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속도까지 빨라지는 독서법을 4개의 단계로 나누어 4주일 과정으로 구성하고 있다.
 
첫 주의 핵심은 '미리보기 또는 전체보기'의 연습과 '손가락 조절기'를 통한 책읽기이다. 특히 '손가락 조절기'는 막 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책을 읽듯 책 속의 문장마다 손가락으로 그어가는 방법이다. 그러면 눈이 손가락을 따라가면서 전체적 속도와 독해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쉽긴 하나 솔직히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선 실행하기 민망한 방법이 아닌가;; 이런 우리들을 위해 저자는 '흔쾌히' 손가락 대신에 펜이나 연필을 써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상냥한지;; ㅎㅎㅎ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펜으로 각 줄마다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는데 책읽기 속도는 꽤나 빨라졌고, 나의 최대 약점인 '하위발성읽기(속으로 단어를 발음하면서 읽는)'의 정도도 낮아졌으며, 빠른 속도 중에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하다보니 집중력도 높아졌다. 다만 손가락과 손목이 좀 아프다는 거;; 특히 '하위발성읽기'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는 이야기에 어느정도 안심이 되기도 했당;; ^ ^;;
 
둘째 주는 손가락 또는 펜조절기를 좀 더 짧고 빠르게 그음으로서 속도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셋째 주는 앞에서 배운 기술(?)들의 숙성단계를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여러가지 공부방법론에 대해 꽤나 유익한 정보들을 싣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넷째 주에는 고수들이 행하는 '초고속 속독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다 이해하는 사람들이 마냥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큰 기대를 가진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방법들에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한 방법이라도 그것을 꾸준히 하는게 어려운 법.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파워리딩법도 꾸준한 연습을 요하는 속독법이다. 속독에 관한 다른 책은 접해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따라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한다면 정말 지금보다는 책읽기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나름 읽어볼 만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속독에 대한 방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여부가 아닐까.
오늘부터 열심히 연습해보려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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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된 만화가, 이현세 - 우리시대 마이스터 2
이현세 지음 / 예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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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나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영화도 그 당시 큰 성공을 거두며 흥행에서도 승승장구 했었다. 원작만화도 읽어보지 않은 채, 언니 손잡고 처음으로 영화관 나들이를 한 영화가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이었고, 상당히 어린 나이임였음에도 큰 감명을 받아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난다.(나중에 나이가 들어 그의 원작을 접했는데 그 감동의 임팩트는 영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눈에 배우의 연기나 영화의 만듦새가 보였겠는가. 그저 큰 화면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신기하고, 지고지순한 까치의 슬픈 사랑에 눈물 흘렸을리라. 그러나 그때 내 나이 정도인 내 조카가 지금 그런 액션을 선보인다면.. 나는 아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코웃음 치지 않을까. ^ ^;

어쨌거나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로 '까치'는 만화가 '이현세'를 말하면 자연히 함께 떠오를 그의 분신이자 동반자처럼 각인되었다. 붓으로 찍어낸 특유의 까치머리는 이현세 만화의 가장 강렬한 캐릭터이자 상징이 되었고, 더불어 그의 작품 대부분엔 까치 오혜성과 엄지, 마동탁이 시대와 역할만 달리할 뿐 단골 주연배우로 출연했다. 그래서 한 때는 다른 이름의 주인공을 만났으면 하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는데, 역시~ 이현세의 만화에서 까치가 없으면 고무줄 빠진 팬티요, 팥소 없는 찐빵처럼 왠지 허전한 건 어쩔 수가 없더란 말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주었지만 이현세는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매작품 새로운 소재와 시도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갔으며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해 나가기도 했다. 현대물과 시대물, SF와 스포츠 영역까지 그의 작품들을 돌아보면 거침없이, 그리고 힘차게 나아가는 작가 이현세를 만날 수 있다.

 

<신화가 된 만화가, 이현세>는 그간 출간됐던 그의 작품 이름을 내세운 10 개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대중적으로 이현세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 <활>, <천국의 신화>, <국경의 갈가마귀>, <남벌>,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블루엔젤>, <아마게돈>, <지옥의 링>, <카론의 새벽>이 그것인데 각자 그 작품에 얽힌 비화와 함께 만화가로서 겪었던 에피소드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중 특히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천국의 신화>에 대한 법정시비 이야기였다. 지난 세월동안 만화를 천시해 온 우리 사회에서(사실 지금도 만화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만화가로서 겪어야 했던 온갖 수난들은 둘째치고, <천국의 신화> 사건은 우리 사회가 만화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한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던 편견을 뛰어넘어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성인만화의 태동은 우리 만화가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논란거리였고, 그 와중에 검찰은 마녀사냥처럼 '음란죄'라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죄목으로 <천국의 신화>의 만화가 이현세를 법정에 세웠다. 6년 여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고 그는 자유로워졌지만 그동안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고. 100권을 목표로 시작된, 우리의 상고사를 다룬 <천국의 신화>는 법정싸움과 함께 멈춰서 버릴 수 밖에 없었고, 그 동안 작품에 대한 열정과 시선 등이 바뀌어져 우여곡절 끝에 재연재를 시작했지만 원래의 의도했던 방향과는 많이 달라졌단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가장 절정의 꽃을 피울 수 있는 40대를 그렇게 저당잡힌 것이 아닐까 한다. 만약 처음 의도대로 <천국의 신화>가 단군부터 발해건국까지 100권을 모두 채워서 출간되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할수록 짙은 아쉬움만 배어나올 뿐이다. 

또한 <아마게돈>에서는 애니메이션 <아마게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당시 열악했던 우리의 애니메이션 현실이 다시 한 번 안타까웠고(사실 요즘이라고 별반 더 좋아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영화 <아마게돈>의 실패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했다던 기사가 떠오르며 씁쓸했다. 작가의 바람대로 처음부터 TV시리즈물로 나왔더라면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으로 준비중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 <별빛속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현재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중인 천계영의 <오디션>은 몇 년째 개봉이 미뤄지는 상황이라 그 앞날이 걱정스럽다;;)

 

만화와 함께 한 지 30여년. 그간 그는 만화계가 겪어야 했던 온갖 좋고 나쁜 일들과 동고동락하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그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 만화계의 질곡의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 '대중적인 만화가'라고 지칭하는 이현세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만화가이지만 여전히 겸손하다. 자신에게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안다. 또한 대본소를 통해 만화가 유통되던 시절, 문하에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분담체제로 작업을 하는 '만화공장 시스템'을 운영한 작가로서 그에 대한 문제점과 책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만화가 이현세. 만화가 라는 길을 걸으며 그로 인해 행복했던 날들과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만화가고 만화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 한 열심히 만화를 그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가 좀 더 오래, 좀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길 바래본다. 더불어 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을 위해 이젠 술도 좀 줄이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라 당부드리고 싶다.

신화가 된 만화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적인 만화가 이현세.
이 시대에 그가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 ^ ^

 

- 먼 길을 갈 때면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가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느낌이다. 페달을 노흐면 자전거는 그 자리에 선다. 꾸준히 밟지 않으면 멈추고 만다. 누구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 혼자 힘으로 줄기차게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렇게 힘차게 밟을수록 자전거는 더 빨라지고 힘도 덜 든다. 그래서 내 인생은 자전거와 닮았다. 어지간히 열심히 밟지 않으면 멈출 수 밖에 없었기에 쉬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먼 길을 넘어지기 싫어 달리고 또 달렸더니 여기까지 왔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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