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별 다섯개를 다 주고 싶지만 웬지 여운을 남기고 싶어 별 네개로 만족해도 좋을 책이다.

틈이라는 주제로 짜여진 이 책의 저자도 내가 틈을 남기고 별 네개를 준것을 오히려 고마워 할지도 모른다.

최근 여행 에세이집이 많이 발간되는 추세인것 같다. 서점을 돌아다녀도 눈에 띄는건 온통 여행 에세이집들 뿐...

이 책도 동경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쓴 여행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여기가 좋다, 여기는 이렇게 간다. 라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만, 두사람이 발길 닿는 곳에서 느낀것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형식이다.

그리고 시인과 연출가 답게 이 책 구석구석엔 시적인 표현들이 넘쳐난다.

같은 곳을 돌아다녔다고 해도 내가 느끼지 못할 구석구석까지 잘 담아놓은 듯한 책이다.

 

내가 현재 동경여행을 꿈꾸고 있기에 이책이 주는 감동도 무궁무진하다.

골목 골목을 누비며 자유롭게 여행한 티가 나는 책이다.

이들이 다녀간 곳에 눈길이 머문다.

나도 한번 꼭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이들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비밀은 간직되고 있을때에 빛이 나듯이, 숨겨진 명소를 찾아보라고 하는것만 같다.

 

영화 <M>에도 등장했던 루팡BAR는 일본에 가게된다면 꼭 한번 들려보고 싶어진다.

영화에서는 잠깐 스치고 지나갔기에 별관심을 보이지 않던 이곳이 책을 통해 나에게 손짓하는것 같다.

1928년에 개점한 작은 선술집 - 근대를 관통하고 현대까지 무수한 문인과 예술가들이 드나들며 객담을 나누는 곳.

단지 이 이유에서라기 보다는 이곳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역사때문에 끌리는지 모른다.

당시 건물의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이곳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계획은 정말 근사하다.

루팡의 공간을 건물에서 배내고 리모델링을 한후 다시 그대로 건물안으로 집어넣었다.

수술이 필요한 건물의 내장을 잠시 옮겨놓고 그 내장을 고스란히 넣어준 계획.

그래서 이곳은 사립문을 사이에 두고, 현재와 쇼와시대로 나뉜다.

이런곳에서 마시는 술맛은 어떤 맛일까?궁금해진다.

 

그밖에도 시인의 피라는 이름이 붙은 카페, 라이온 음악 감상실 등..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하는 관광보단, 차라리 이런 자유 여행이 더 끌린다.

나는 그래서 이책이 고맙다. 비록 찾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섭섭하지만, 맛은 보게 해주었으니까...

입맛을 다시면서 낯선 골목 골목을 찾아다니며 그곳이 주는 운치를 느껴보고 싶다.

아마 낯선 일본 땅에 도착하면 모든게 두려운 골목길이겠지만,

나도 카메라를 들고 이런 숨겨진 명소들을 찾아내고 싶다.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그 도시를 거닐어 보고 싶다.

 

동경아, 기다려라! 내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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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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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탕에 신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제목마저 연애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읽기 전부터 가슴이 뛰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배필을 만나 자식을 낳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그런데 그 시대에 자유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려던 신여성이 표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니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은 매우 컸다. 그리고 연애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이기에, 경성을 뒤흔든 연애사건이라고 하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내 눈과 귀가 온통 이 책에 집중 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속에 기록된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읽을수록 충격 그 자체였고, 이 책은 시대가 남긴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중세조선과 달리 근대경성은 서구사상들이 조선에 유입되면서 사랑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에 이른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연애사건을 다루었다. 최초로 '연애’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새로운 학문을 익히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젊은이들은 앨렌 케이의 자유연애론을 들여놓았다. “어떤 결혼이든 사랑이 있으면 도덕이고, 없으면 부도덕” 이라는 그녀의 사상은 당시 숨 막히던 결혼 관념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연애론 이였다. 그 연애론의 영향으로 새로운 지식계층인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의 대담한 사랑이 주를 이룬다.

책은 깔끔하게 연애연보를 4부로 정리해 놓았다. 

 1부에서는 기생 강명화, 신여성 윤심덕, 여급 김봉자를 통해 연애와 정사의 주역이 변화됨을 드러냈다. 죽음으로써 맹세를 지킨 사회주의자 장병천과 기생 강명화, 사의 찬미를 노래하며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과 김우진, 죽음의 연애 공식을 실행에 옮긴 청년 의사 노병운과 카페 여급 김봉자. 그들 모두는 자살로써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했다.
2부에서는 여성화가 나혜석, 김원주, 김명순의 이야기를 통해 낭만주의 연애론을 실천한 신여성들의 사랑과 삶을 통해 자유연애가 어떤 사회적 적응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 정조란 아무것도 아니고 오직 취미에 불과한 것이라는 정조 취미론을 펼친 나혜석, 정조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신정조론을 주장한 김원주, 남성 문인들에 의해 억울하게 문란한 여인으로 낙인찍혀 모델소설의 희생양이 되어 불행한 삶을 살다 끝내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김명순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땐 언론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느꼈다. 정확하지도 않은 사건을 보도하던 시대가 빚은 오보가 그녀를 더욱더 약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나를 충분히 가슴 아프게 했다. 자유연애의 광풍이 불어 닥친 근대 조선에서 모든 연애가 곧 행복과 자아의 발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음을 김명순의 생애를 통해 알 수 있었다.

 3부에서는 홍옥임과 김용주의 동성애자 철도 자살사건과 독살미인 김정필에 관한 이야기들로 연애의 과도기에 나타난 색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주과 홍옥임의 자살 사건을 통해서는 현재에도 ‘커밍아웃’을 선언하면 세상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 마련인데, 당시엔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훨씬 관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이 시대에 존재했더라면 아마 욕을 꽤나 먹고 살았을 듯싶다. 또한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에서는 구여성들이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남편 살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데서 충격적이었다. 어린나이에 강제로 시집을 가서 절망적인 삶을 살던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이 들통 나지만 않으면 비인간적 취급을 받는 이혼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에서 저지른 남편살해라는 방법이, 구여성들에게 주어진 한 가지선택 이였다고 해도 정말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4부에서는 낭만주의 연애론을 부르주아의 연애라 비판하며 당시 혁명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프롤레타리아 연애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조국의 독립과 혁명을 꿈꾸며 경성 시내를 활보하던 삼인당과 여성 트로이카의 이야기, 일제하 운동사상 가장 낭만적인 로맨스로 기억되는 박진홍과 김태준의 연안행에는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러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조국독립운동에 희생된 그들도 사람이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 재혼도 했다. 그런데 박헌영과 똑같이 세 번 결혼했던 허정숙에게는 정조관념이 희박한 여성으로 동지들의 기억속에 남았다. 혁명가들 사이의 붉은 연애마저도 낭만주의 연애가 그러했듯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에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사랑과 혁명, 그리고 비극적 결말에 마음이 씁쓸했다.

이 책이 내 가슴에 남긴 여운은...
당시에도 지식에 눈뜬 사람들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세계를 넘다느는 세계인이었다는 사실, 비겁하지 않고 자신을 기꺼이 희생해가면서 독립을 위해 애쓴 사회주의자들,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름들이 등장하고, 그들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신문에 실려 있어서 당시의 사진도 함께 구경한 점. 그 시대가 만들어 낸 비극적인 사랑과 결말들.. 그것들 모두가 나에겐 흥미롭게 다가왔고, 나를 이 땅에서 편안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게 해준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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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신사임당. 그녀가 누구던가!

율곡이이의 어머니라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창피하게도 나는 신사임당을 한석봉의 어머니로 약간은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불을 끄고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하고 석봉을 조선제일의 명필가로 키워낸 그 어머니라고..
두 분 모두 훌륭한 어머니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얕은 나의 지식이 정말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 그녀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바로 잡고, 그녀가 왜 대한민국 여성 NO.1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책 소개를 통해서 그녀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은 조금 알게 되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녀에 대해 듣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아 읽게 되어 너무 기뻤다.

사임당 그녀는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예술가였다.
아버지는 신명화이며, 어머니는 용인이씨 사온의 딸 이였다. 꽃 같은 나이 열아홉에 부모님이 정해주신 사윗감 이원수와 결혼하여 4남3녀를 두었으며 그중 셋째아들이 바로 조선시대 대표학자 이율곡이다. 자녀들을 모두 사랑으로 길러냈으며, 특히 어릴 때부터 책을 읽도록 하는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엄격한 교육을 시켰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가정교육을 배울 시간보다 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시간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때론 이런 현실이 슬프게도 느껴진다. 왜냐하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선생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만 해도 학원을 2~3 곳, 많게는 5~7군데 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교육의 기회가 많아진 요즈음이 예전보다 무엇이 나아졌을까? 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배움의 길은 멀고도 꾸준한 성실함을 요하는 것임은 어쩔 수가 없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할아버지께 배우며 터득한 사임당은 항상 자신이 자녀들의 본보기라고 여기며 자애로운 성품과 행실에 주의하며, 항상 시간이 날 때 마다 배움의 길을 갈고 닦았다. 신사임당 같은 훌륭한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에게 이율곡 같은 훌륭한 학자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교에도 신경 썼으며, 맹자를 읽으며 율곡이이에게 가르치던 내용만 살펴봐도 그녀의 성품을 느낄 수 있다.

"선비는 뜻을 높이 가져야 한다. 뜻을 높이 갖는다는 것은 인仁과 의義에 뜻을 두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인이 아니요, 자기 소유 아닌 것을 빼앗는 것은 의가 아니다, 살 집은 인이요, 갈 길은 의다. 인에 살고 의를 따라가면 대인의 할 일은 다 갖추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자식들에게 효도 강조했다. 자신이 시부모님과 부모님께 정성을 다해 모셨듯이 자식들도 그것을 본받고 자라게 했다.

"한 번 가시면 돌아올 수 없는 게 어버이다. 나중 잘 모셔야지, 하고 미루다 보면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돌아가신 후 소 잡아 제사 지내는 것보다 살아계실 때 닭 잡아 봉양하는 게 낫다."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7남매는 그녀의 성품을 꼭 빼닮아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인격과 학식에 뛰어났다.

그녀는 시와 그림에도 뛰어난 재주를 타고 났다. 한 일화로 어린 시절 메뚜기 한 마리가 앉아있는 그림을 그렸는데, 닭이 보고 진짜 메뚜기인줄알고 쪼아 버릴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냈으면 닭마저 진짜 가짜를 구별해 내기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그림 솜씨는 타고난 것도 있지만, 어릴적 부터 갈고 닦은 그녀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만큼 그녀는 부지런한 여인이었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본보기를 보여준 훌륭한 어머니였다. 그녀의 부지런함 덕분에 우리는 그녀가 남긴 그림이며 서체를 감상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사임당은 논어나 맹자 같은 좋은 책들을 가까이 두고 학문을 닦기에 힘쓰며 살았다.
높은 덕과 인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추며 남편 내조도 아내로써 부족함 없이 해냈으며, 시어머니와 친정 부모님께도 효도하며 지낸 효녀였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효를 행함은 당연한 이치일지 모르나, 행동으로 행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녀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그녀의 역할을 잘 해냈기에 나는 그녀가 충분히 대한민국 여성 NO.1이라고 생각된다. 그녀에게는 그런 수식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녀에 대해 모르던 사실도 알게 해주고, 더불어 그녀가 살아온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고마운 은인이다. 그러기에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수많은 대한민국 사람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책을 읽고 나면 이번에 5만원권 고액 화폐의 주인공이 되신 우리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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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D의 뮤지컬 쇼쇼쇼
이지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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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 가을에 뮤지컬 <캣츠>를 관람했다.

당시 뮤지컬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TV에서 공연을 알리는 짤막한 공연모습만 보고 문득 '아 나도 뮤지컬 한번 보고 싶다...' 란

생각에 덜컥 비싼 돈을 지불하고 보고 왔었다.

다 보고나서 어땠는지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해 당시 내가 느낀 점을 말하자면,  제대로 보고 즐길 수가 없었다.

이유는 내 눈이 뮤지컬을 보기보단, 자막을 쫓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캣츠에 대한 감동이 남들이 말하는 것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그때 본 <캣츠>가 너무나 좋아서 지금도 메모리 노래만 흘러나와도 흥얼거린다.

보긴 봤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다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뮤지컬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제1권의 머리말 일부에 이런말이 있다.

 


『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 없이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 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이 말은 말 그대로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다.

뮤지컬을 보면서도 정말 이말 뜻을 뼈저리게 느꼈다.

눈앞에서 펼쳐진 멋진 장면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니...

 


그리고 이 책을 접했다.

다양한 뮤지컬 그림이 담긴 재미있는 뮤지컬 책. 나에겐 정말 재밌고, 유익한 책이었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보이는 뮤지컬들은 눈앞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책 군데군데 공연장면이 삽입되어 있어서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이PD - 그는 정말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을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내 눈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몸짓과 눈짓으로 표현해 내는 뮤지컬이라는 쇼. 이 책은 그 쇼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그리고 다양한 뮤지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비롯해 관람요령, 좋은 좌석 선택방법까지 저자가 알고 있는 뮤지컬에 대한 풍성한

지식을 정말 아낌없이 담아놓은 책이다.

 

뮤지컬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정도 적셔지면, 이제는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리라.

 


百聞 이 不如一見(백문이 불여일견) - 백번 듣는 것보다는 한번 직접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 생애 두 번째 뮤지컬을 관람하고 왔다. - <노트르담 드 파리>

이번엔 어땠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정말 비싼 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즐기고 왔다고.

화려한 무대만 보는 것이 아닌, 알고 보는 것에 대한 재미는 모르고 보던 것의 두배 였으며,

공연에 대한 답례로 손바닥이 뜨겁도록 박수도 치고 커튼콜도 보고 왔다고....

하지만 이PD가 말한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면서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아직은 감수성이 부족한가 보다.

그렇지만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다음에 볼 뮤지컬마저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아직도 비싼 공연료로 인해 뮤지컬 보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과감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의 뮤지컬에 대한 갈망도 충족시켜 줄뿐더러, 당신이 뮤지컬을 한번쯤은 꼭 봐야 되겠다고 결심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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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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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자전에세이.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이스탄불 - 이 도시에 대한 경험도 없을 뿐더러, 지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난 이 책을 접했다.
그래서 먼저 지식인을 통해 간단히 알아보고 책을 들었다.
옛이름은 콘스탄티노플. 그리스시대에는 비잔티움이라 불렸다고 한다.

“위도 41도에 위치한 이스탄불의 기후는 지리와 극심한 빈곤이라는 측면에서 열대 도시에 전혀 비유되지 않더라도 삶의 나약함, 서양의 중심부에서 멀다는 점, 인간관계에서 서양인이 첫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분위기’ 그리고 비애라는 감정은 레비 스트로스가 사용한 의미에서의 슬픔( tristesse)과 비슷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한사람의 병적인 고통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사는 어떤 문화, 환경 그리고 감정에 대해서 언급하기 위해서는 비애도 슬픔처럼 아주 적합한 단어이다.”

이책은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을 그린 오르한파묵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자전에세이이다.

“사이프러스 나무, 계곡에 있는 어두운 숲, 방치되고 아무도 살지 않는 해안 저택, 무엇을 운반하는지 알 수 없는 허름하고 녹슨 배의 색에 대해, 보스포루스 배와 해안 저택이 있는 이 바닷가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에 대해, 한때 거대하고 강력하며 지극히 고유한 스타일에 도달핰 문명의 폐허 사이에서 삶의 맛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역사와 문명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이처럼 행복하고, 즐겁고 , 이 세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 쉰 살 먹은 작가의 망설임과 아픔, 삶이라는 희열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인사를 도시의 변천사와 함께 담은, 빽빽한 글씨로 채워진 두꺼운 책이다. 한 공간에 대한 기억력을 더듬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에 나는 감동받았다.
또한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는 어두운 가정사, 열등감, 첫사랑과 첫경험 까지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라웠다. 그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이 책속에 낱낱이 들어있는 것만 같다.
책속에 수록된 이스탄불의 다양한 사진과 그의 성장기 사진이 모두 흑백사진이여서인 모르지만,
나는 회색이 갖는 어두침침하고 습한 기운이 이 책속에 스며져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가 말하고자했던 터키어로된 hüzün. - 우리말로 하면 비애, 침울, 우울, 우수, 깊은슬픔, 암울, 음울 등으로 표현되는 광범위한 의미의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비애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스탄불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느낌을 동반한 도시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18세기 오스만 제국의 화려함과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가 멜링의 작품들은 옛도시의 기록 그 자체였다. 사라진 건물, 거리, 도시가 그림 속에서 웅장했던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었고, 파묵은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라져간 그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듯했다.

“멜링이 그린 보스포루스 풍경을 보는 것은 단지 어린시절 허허벌판이었다가 사십년만에 아파트 건물들로 뒤덮여 이제는 허허벌판이었다는 것도 잊어버린 보스포루스 언덕을, 구릉을, 계곡을 이것들을 처음 보았을 그 상태의 어린시절의 풍경으로 되돌아가는 마법만을 내게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뒤로 갈수록 페이지마다 열리는 보스포루스의 아름다움 뒤에는 천국같은 역사가 있고, 나의 삶도 과거의 이 천국으로부터 온 몇몇 추억들, 풍경들, 장소들로 만들어졌다는 슬픔과 행복감으로 가득 찬 생각을 하게 된다.”

그곳에 가보진 않았지만, 파묵의 글을통해 나는 이스탄불을 거닐고 있었다
세밀화를 그리듯 자세히 표현된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말한 도시, 길, 그리고 거리 풍경까지도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은 결코 쉽게 읽혀질 책은 아닌것 같다. 그가 가진 비애감을 충분히 피부로 느낄때에야 비로소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을 읽으며 내가 태어나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있는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파묵이 살고있는 이스탄불처럼 피폐하게 변해버린 시골마을이라 파묵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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