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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오르한 파묵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자전에세이.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이스탄불 - 이 도시에 대한 경험도 없을 뿐더러, 지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난 이 책을 접했다.
그래서 먼저 지식인을 통해 간단히 알아보고 책을 들었다.
옛이름은 콘스탄티노플. 그리스시대에는 비잔티움이라 불렸다고 한다.
“위도 41도에 위치한 이스탄불의 기후는 지리와 극심한 빈곤이라는 측면에서 열대 도시에 전혀 비유되지 않더라도 삶의 나약함, 서양의 중심부에서 멀다는 점, 인간관계에서 서양인이 첫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분위기’ 그리고 비애라는 감정은 레비 스트로스가 사용한 의미에서의 슬픔( tristesse)과 비슷한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한사람의 병적인 고통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사는 어떤 문화, 환경 그리고 감정에 대해서 언급하기 위해서는 비애도 슬픔처럼 아주 적합한 단어이다.”
이책은 유년기부터 현재까지의 자신을 그린 오르한파묵이라고 불리는 작가의 자전에세이이다.
“사이프러스 나무, 계곡에 있는 어두운 숲, 방치되고 아무도 살지 않는 해안 저택, 무엇을 운반하는지 알 수 없는 허름하고 녹슨 배의 색에 대해, 보스포루스 배와 해안 저택이 있는 이 바닷가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에 대해, 한때 거대하고 강력하며 지극히 고유한 스타일에 도달핰 문명의 폐허 사이에서 삶의 맛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역사와 문명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이처럼 행복하고, 즐겁고 , 이 세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 쉰 살 먹은 작가의 망설임과 아픔, 삶이라는 희열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인사를 도시의 변천사와 함께 담은, 빽빽한 글씨로 채워진 두꺼운 책이다. 한 공간에 대한 기억력을 더듬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에 나는 감동받았다.
또한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는 어두운 가정사, 열등감, 첫사랑과 첫경험 까지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놀라웠다. 그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이 책속에 낱낱이 들어있는 것만 같다.
책속에 수록된 이스탄불의 다양한 사진과 그의 성장기 사진이 모두 흑백사진이여서인 모르지만,
나는 회색이 갖는 어두침침하고 습한 기운이 이 책속에 스며져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가 말하고자했던 터키어로된 hüzün. - 우리말로 하면 비애, 침울, 우울, 우수, 깊은슬픔, 암울, 음울 등으로 표현되는 광범위한 의미의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비애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스탄불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무거운 느낌을 동반한 도시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18세기 오스만 제국의 화려함과 위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가 멜링의 작품들은 옛도시의 기록 그 자체였다. 사라진 건물, 거리, 도시가 그림 속에서 웅장했던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었고, 파묵은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라져간 그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듯했다.
“멜링이 그린 보스포루스 풍경을 보는 것은 단지 어린시절 허허벌판이었다가 사십년만에 아파트 건물들로 뒤덮여 이제는 허허벌판이었다는 것도 잊어버린 보스포루스 언덕을, 구릉을, 계곡을 이것들을 처음 보았을 그 상태의 어린시절의 풍경으로 되돌아가는 마법만을 내게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뒤로 갈수록 페이지마다 열리는 보스포루스의 아름다움 뒤에는 천국같은 역사가 있고, 나의 삶도 과거의 이 천국으로부터 온 몇몇 추억들, 풍경들, 장소들로 만들어졌다는 슬픔과 행복감으로 가득 찬 생각을 하게 된다.”
그곳에 가보진 않았지만, 파묵의 글을통해 나는 이스탄불을 거닐고 있었다
세밀화를 그리듯 자세히 표현된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말한 도시, 길, 그리고 거리 풍경까지도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은 결코 쉽게 읽혀질 책은 아닌것 같다. 그가 가진 비애감을 충분히 피부로 느낄때에야 비로소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을 읽으며 내가 태어나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있는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파묵이 살고있는 이스탄불처럼 피폐하게 변해버린 시골마을이라 파묵의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