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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ㅣ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
신웅진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의 외할머니께서 공부에 대한 당부 대신 주신 소중한 말씀이다. 집안의 장녀이자 장손인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실 텐데도 할머니께서는 묵묵히 나를 믿어주고 계셨다. 그 때, 나는 내 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고, 사춘기였고, 성적에 대해 엄청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공부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마지못해 받아든 이 책이 나에게는 <마시멜로 이야기> 만큼이나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깨우침을 받았다.
나에게는 영어를 공부하게 된 동기가 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야기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의 영어수업은 아주 기본적이어서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외국인 선생님이 처음으로 우리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나의 영어실력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모두가 이해하는데 자신만 이해하지 못해 본적이 있다면 그 느낌이 어떨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말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그날, 내가 나 자신을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나는 영어를 너무 못해서 바보 같다.”라고 말한 뒤, 엄마는 이곳저곳 학원도 알아보고 과외도 알아보셨다. 엄마는 현명하셨다. 학원이나 과외를 보내는 것이 바보 같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엄마는 내가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그래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2년 동안 열심히 영화를 보고 오디오북을 들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사실 꽤 만족스러웠다. 학원을 다닌 아이들보다 더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 말이다.
며칠 전, 우리학교 영어선생님께서 어떤 영어 연설 영상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처음에는 화면을 보여주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주었는데, 나는 딱딱하고 전형적인 한국인의 발음을 내심 비웃었다. 연설이 끝난 후 켜주신 화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연설의 주인공이 반기문 총장님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전 세계인들이 반기문 총장의 영어실력에 항상 놀란다. 그것은 영어실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발음이 아닌 풍부한 어휘력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는 부끄러움과 후회, 그리고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사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핑계로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듣기와 말하기는 유창하지만 어휘력은 다소 떨어진다. 영화와 오디오북만 보고 들었기 때문에 아는 단어의 수도 상당히 적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외국인과 대화하는 나를 보고 엄청나게 치켜세워 주었기 때문에 자만하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서 첫 번째 교훈인 ‘발음과 칭찬, 외국인과의 의사소통만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를 배우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어휘력이고 끊임 없는 공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강한 경우가 있었다. 사람을 대할 때 나이나 파워를 따지고 대하기도 했고, 아예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생님들께서 시키는 일도 하기 싫으면 계속 툴툴거리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님은 달랐다. 자신을 방문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던지, 어떤 일을 하던지 모두 친절하게 대했고 항상 좋은 매너를 보여주었다. 절대로 사람을 다르게 대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또 그는 언제나 맡은 일을 꼼꼼하게, 최선을 다해서 처리했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자신의 부하상사가 일을 잘못 처리해도 화를 내지 않았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편지에는 항상 자필로 서명을 했다. 이 내용에서는 두 번째 교훈인 ‘인간성 좋은, 그리고 사귐에 있어 조건이 없는 사람이 성공한다’를 얻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에서 그의 노력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는 정말 바보같이 공부만 파고들었고 그래서 지금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외교관이 된 후에도 춤을 배우고, 불어 등 다른 언어를 더 배우는 노력으로 지금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열정과 노력, 그것이 너무나 부럽다.
나도 반기문 총장님처럼 영어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진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지금, 나는 나의 최대 장점인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 언어 영역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언어들도 배우고 싶다. 특히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익히고 싶고, 영국식 영어발음을 연습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장래희망으로 교사, 교수, 외교관 그리고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반기문 총장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가장 적성에 맞고 흥미에 맞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려고 책을 3번이나 정독한 후에 가끔 혼자 생각하는 때가 있다.
‘혹시 모르지, 내가 한국인 제2대 UN사무총장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