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절판


아마도 그때 알아야 했으리라.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도 아주 오래도록, 사람들은 누구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막다른 골목에 몰릴 지경만 아니라면,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그렇다고 이미 생각해온 것, 혹은 이랬으면 하는 것만을 원한다는 것을. 제가 그린 지도를 가지고 길을 떠났을 때, 길이 이미 다른 방향으로 나 있다면, 아마 길을 제 지도에 그려진 대로 바꾸고 싶어하면 했지, 실제로 난 길을 따라 지도를 바꾸는 사람은 참으로 귀하다는 것을.-103~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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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정연 지음 / 청어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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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터넷 연애 소설같은 느낌. 심심할 때 한 번 읽기에는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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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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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들었을 때,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먼저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그 직업이 무엇일까, 라고 궁금하게 만드는 책의 제목. 그리고 이 책을 빌리게 된 결정적인 작은 글씨로 쓰인 표지의 글. ‘나, 열세 살 오니시 아오이는 중학교 2학년 1년 동안 두 사람을 죽였다.’

 냉정한 어머니와 다리를 다친 후 알코올 중독자가 된 새아버지를 둔 오니시 아오이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피곤하게 사는 중학생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시즈카라는 특이한 여자아이와 친해진 아오이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새아버지를 죽이게 되고, 얼마 후 시즈카를 죽이려 하는 고이치로를 도끼로 찍어 살해한다.

 중학생이 된 후로 나는 TV에 나오는 살인사건에 관한 미드를 열광적으로 시청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하고 미스테리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형사들을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살인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스트레스와 불만을 대리해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짓했다. 살인이라는 끔찍한 일을 내가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오이. 아오이가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로부터 어떤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항상 남의 눈치를 보는 것과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녀는 남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고 계속 곪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상처가 곪아 터지는 순간, 그녀는 고이치로를 향해 도끼를 찍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아오이처럼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라도 남들에게서 상처를 받지 않았던 날이 있었을까? 성격이 너무 털털하고 모든 면에서 쿨하다면 모를까, 우리들은 항상 상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상처를 받은 사람이 소심하거나 예민할 때,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어 하고 더 아파한다. 그렇게 상처가 하나 둘씩 쌓여 가면, 결국 참지 못하고 상처를 준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1급 범죄자들의 과거가 대부분 비참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시즈카는 어떨까? 솔직히 나는 그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녀가 아오이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한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에 그어져 있는 밑줄대로 그녀가 꾸며낸 그럴듯한 말인지, 아니면 그 것이 진짜 상황인지 아리송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오이보다 더 큰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적어도 아오이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즈카는 재산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 한 집에서 살고 있었고, 그 것은 그녀를 거의 미칠 지경까지 몰고 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시즈카의 침착함과 인내심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시즈카의 경우에서 나는 황금만능주의를 뼈저리게 느꼈다. 재산을 위해서라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 고이치로는, 유산 때문에 부모님을 죽였던 어떤 한국인 살인자를 연상시킨다. 최소한의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그 살인자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무엇이 그를 완전히 짐승처럼 만들어 부모를 살해하는 일까지 일어난걸까? 솔직히 그 원인을 나는 잘 모르겠다. 과시욕? 신용불량? 돈으로 살 우정? 이번 기회에 한 번 생각해 보자.

 다행히 우리들은 여러 가지 오락거리로 각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큰 범죄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과거보다 현재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버리도록 노력하자. 당신이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만큼, 그들도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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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 펠레 레인보우 북클럽 10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지음, 정해영 옮김, 최창훈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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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라세를 전지전능하게 여기던 8살의 펠레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덴마크로 넘어간다. 가장 가난한 아이들도 좋은 옷을 입고 고기 국물에 빵을 찍어 먹는다는 덴마크. 그러나 예전처럼 젊지 않은 라세와 너무 어린 펠레에게 콩스트루프의 스톤 농장은 그들의 환상을 깰 만큼 비참한 현실이였다. 하지만 그 농장에서 순수하지만 조금은 영악하게 자란 펠레는 어느 오월절에 스톤 농장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출발한다.

 처음 받았을 때 책의 두께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내게는 조금 버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읽고 나서의 느낌도 과히 다르지는 않았다. 시대배경이나 그 때의 사고방식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펠레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게 가장 다가왔던 부분을 위주로 이 책에 대해 쓰려고 한다.

 먼저 내가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펠레가 전지전능하다고 믿었던 아버지 라세가 다른 사람들의 일을 대신 해야 할 만큼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그것은 얼마나 큰 충격이고, 또 얼마나 큰 부끄러움이었을까. 내가 만약 펠레였다면 아버지가 부끄러워 피해 다니거나, 아니면 아버지를 무시했을 것 같다. 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펠레는 오히려 그런 점을 모르는 척 하고, 감싸주고, 또 아버지에 대한 모욕에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런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가끔 명품으로 휘감은 친구들의 어머니를 보면서 부러웠던 것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매일 친구와 쇼핑을 간다는 어머니들보다는, 열심히 교수로써 연구하시는 우리 어머니가 훨씬 좋은데 말이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콩스트루프 부인의 헌신적인 사랑이다. 물론 그녀는 콩스트루프를 지나치게 사랑했고, 그를 구속하려고 들었기 때문에 잘못된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계속되는 외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기다리고 믿었으며, 그가 자해를 해서 다쳤을 때에도 흠잡을 곳 없이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주었다. 그가 실제로 자해를 한 것인지 아니면 콩스트루프 부인의 연극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녀의 끊임없는 사랑과 노력으로 결국 콩스트루프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운 커플이 되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감동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나는 칼레라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든다. 칼레는 라세의 동생으로, 전에 콩스트루프가 아이를 배게 만들고 버린 마리아와 결혼하여 13명의 아이를 낳았다.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은 여자와 결혼한 것도 대단하지만, 그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운 것도 정말 훌륭한 것이다. 또 그는 자신의 장모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장모님을 진찰하러 온 의사가 말했듯이, 그는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착한 사람이었다. 남을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칼레를 보고, 나는 어느새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서평을 쓰다 보니 갑자기 어려웠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가슴 깊이 닿았던 부분들이 다른 책들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저자가 의도했던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조그만 곳에서 감동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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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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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시절, 춤을 좋아하고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기를 즐겨했던 ‘모리’는 ‘나’의 교수님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 맛보는 좌절감에 힘들어했고, 그 후 16년 동안 대학교 시절에 친했던 사람들과는 연락을 끊고 다른 직장인들처럼 일만 파고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게릭병에 걸린 ‘모리’가 TV쇼에 출연하는 것을 보고 다시 그를 찾은 ‘나’는 화요일마다 ‘모리’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잃었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 때와 죽어갈 때 외에도, 즉 그 중간 시기에도 사실 우린 누군가가 필요하네.” 이 구절이 나에게 얼마나 다가왔는지는 하나님만이 아실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우리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의식주와 더불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다른 인간들과의 애정을 나누는 것이고, 그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문제를 알게 되었고, 그 것 때문에 너무나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애정나누기를 거부하고 부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을 인간이 부정하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학교에서 우리 사회의 이기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사라지고 있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배웠지만, 예전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에게 끊임없는 애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애정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은 애정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애정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항하지만, 사실은 너무나 큰 애정이 결핍되어 애정 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데로 주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 것은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닌 일이다.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종종 눈을 감고 뒤로 넘어지면 다른 사람이 받아주는 게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모리’도 학생들에게 그 놀이를 하도록 시켰었나 보다. 그 놀이를 성공한 여학생이 나타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둠 속에 있을 때조차도 말입니다. 여러분이 뒤로 넘어지고 있을 때에도...”

 우리나라에는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에는 특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쉽게 가지 않는다. 사기, 보증, 성폭행에 관한 범죄들 중 많은 부분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작게는 경제적으로, 크게는 인간적으로 발전하려면 높은 신뢰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믿음이 있고, 또 그 믿음을 배신하거나 배신당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나는 “미치, 만일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고 애쓰는 중이라면 관두게. 어쨌든 그들은 자네를 멸시할 거야. 그리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뽐내려 한다면 그것도 관두게. 그들은 자네를 질투하기만 할 테니까. 어느 계층에 속하느냐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열린 마음만이 자네를 모든 사람 사이에서 동등하게 해줄 걸세.”라는 모리의 말을 여러분에게 던져주고 싶다. 이 문장에는 너무나 많은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전체적인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나에게 와 닿았던 부분을 소개했다. 이 책의 독자로는 40대의 과거를 조금 후회스럽게 살았던 사람들이 적당할 것 같다. 모리가 말하는 인생은 나의 17년 인생과는 조금 멀게 느껴졌고, 현실감과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다른 독자들에게도 각자의 시각으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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