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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약 ㅣ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5
파올라 잔논네르 지음, 김효정 옮김, 노석미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밤, 시험기간이 끝나 행복해 하다가 무심코 본 서평 쓸 책들 중에서 눈에 띄는 책 하나가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못지않은 갈겨쓴 필기체, 엉성하지만 왠지 호감이 가는 운동화와 어렸을 적 신어본 적이 있는 토우슈즈를 보고 호기심이 일어난 나는 그 자리에 앉아 표지를 넘겼다.
자상한 할아버지와 키우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아빠,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봉사에 집착하는 엄마를 가진 소녀 로빈. 수영장만한 헐렁한 바지와 박스티를 입고 미친 듯이 힙합노래와 춤에 미쳐 살던 그녀는, 자꾸 귀찮게 구는 밀레나에 의해 댄스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예의바르고 잘생긴 귀도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아름답고 우아한 샹탈과도 친해지게 된다. 귀도를 만나고 조금은 여자다워진 로빈을 할아버지인 알도가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중, 갑자기 엄마 쉐인이 그녀을 찾아오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지 보고 같은 엄마의 편지가 싫어지고, 여성적인 매력을 꽁꽁 묶어버린 로빈. 그녀는 또래 여자아이들과는 다른 멋진 매력을 소유한다. 헐렁하고 요상한 힙합 옷, 힙합 노래, 힙합 춤을 사랑하는 그녀는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다른 BOYSH한 성격 때문에, 다른 옷차림 때문에, 다른 노래 때문에, 다른 춤 때문에 사람들의 편견어린, 경멸에 찬 눈빛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는 그저 다르기 때문에, 조금 다르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했다.
힙합 옷을 좋아하는 것이 죄인가? 힙합 노래를 듣고 힙합 춤을 추는 것이 죄인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 죄인가?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 할 줄 몰랐다. 그들은 스스로 만든 원 안에서 살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작 자유로웠던 것은 그녀였다. 아무런 편견없는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참았다. 편견을 버렸다는,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을 이해했고, 그들의 편견을 애써 무시했다. 자신이 피해를 볼 지라도 말이다.
이 책을 보고 나는 몇 편 보다 만 ‘고맙습니다’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그 드라마에는 피를 잘못 수혈 받아 8살에 에이즈에 걸린 봄이와, 19살에 봄이를 낳은 엄마 영신이가 나온다. 어느 날, 봄이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푸른도의 이웃들이 그녀의 집에 와 살림살이를 부수고 내쫓으려고 한다. 에이즈는 피가 섞여야 걸리는 병이거니와, 설사 섞인다 해도 걸릴 확률이 10%도 안 될 만큼 옮기기 어려운 병이다. 또 같은 식기를 사용하고 같은 물건을 사용하고 기침을 해 침이 튀더라도 감염되지 않는 병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편견어린 시선으로 보는, 그러면서 정작 에이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죽는 병이라고만 생각하는 한때는 친절했던 이웃들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 에이즈에 걸린 것이 죄도 아니고, 더구나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닌데, 그들은 무조건 그들이 죄인이라고만 생각한다. 또 무조건 죽는 고약한(?) 병이라는 고정관념만 가지고 편견을 가진다.
나도 지금까지 친구들의 외모로 친해지고, 친해지지 않음을 편견으로 결정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사람들의 외모보다는 성격을 더 중시하고, 내가 가진 고정관념으로 그들의 됨됨이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성장 소설로는 정말 특이한(물론 모든 성장 소설이 특이하지만)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내용들은 많은 가르침을 주어서 나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곳 생각해 왔던 친구의 외모에 대한 편견을 고칠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용기를 붇돋아 주었다. 앞으로 이 책을 기억하고, 이 책이 던져 준 결심을 기억 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성숙해진 내 모습도 기억할 수 있기를 가장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