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스톤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1
월키 콜린즈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2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에, 나는 그림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 졌다. 어떻게 보면 특이하고 웃긴 간단한 그림, 하지만 4명의 사나이들이 취하는 포즈와 그들의 표정을 본다면 그리 웃기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듯이, 그들의 눈은 부리부리하며 코는 날카롭고, 입술은 굳게 닫혀있으며 무언가 확고한 결심, 그리고 그 것을 숨기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힌두교 승려를 죽이고 문스톤을 손에 넣은 존 헌카슬은, 자신을 대하는 누이동생의 태도에 화가 나 세상을 떠나며 조카인 레이첼에게 문스톤을 선물로 남긴다. 그가 그녀에게 문스톤을 준 것은, 문스톤을 갖게 된 사람은 저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생일 당일, 프랭클린에게 전해 받은 문스톤을 보고 행복해하던 그녀는 보석을 거실의 서랍에 넣어놓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새벽, 하녀 퍼넬러피는 서랍장 앞에서 하얗게 질린 레이첼을 발견하는데...
로제너. 나는 정말 그녀에게 미안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녀가 범인인 줄 알았다. 사랑하는 프랭클린이 그녀에게 쏟는 애정이 너무 질투 나고 부러워서, 그렇게라도 그녀를 향한 나쁜 감정을 풀어버리려고 저지른 일인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틀렸다. 그녀가 교도소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그녀를 의심했고, 추한 외모와 바보 같은 행동만 보고 그녀를 판단했다.
며칠 전에 <댄스>라는 책을 읽고, 그 책의 서평에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써 놓았으면서, 편견어린 시선이 또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정작 그 사람들 때문에 가장 상처받고 가장 힘들 사람은 로제너인데, 나는 그녀를 의심했고 그녀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범행을 저지르는데(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냥 보고만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저지른 범행 때문에 상처받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뱉은 말 하나 때문에 죽도록 미워했는데도, 그녀는 그를 감싸 주었다. 오직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직 그를 위하기 때문에 말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범행을 보고도 눈감은 그녀를 감싸줄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보석하나 잃어버린 레이첼을 감싸주는 사람들은 많았다. 떳떳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그녀를 비웃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레이첼의 사랑을 보고 아름답다고 찬양하는 사람들은 더 많았다.
나는 이 책을 보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사랑보다 가슴 아픈 사랑으로 끝나는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다시 한 번, 편견어린 눈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는지 절실히 느꼈다. 로제너의 사랑이 Sad Ending으로 끝나 조금은 아쉽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마음의 소리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