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를 읽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꽉찬, 1%도 부족함이 없는.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옆에 있음에 감사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던가?

아! 도를 들은 느낌이다. 지금 죽어도 괜찮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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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천지만물을 기록한 그 손을 향해 돌아섰다. 그 순간 그는 온 우주가 침묵속에 잠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절대 고요 속에 자신을 내맡겼다.

사랑의 격류가 가슴속에서 용솟음쳤다. 그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그것은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기도였다. 아무말도, 아무런 간구도 없는 기도였다.... 고요 속에서, 그는 사막과 바람과 해 역시 그 손이 기록해놓은 표지들을 찾고 있으며, 각자의 길을 좇아 단 하나의 에메랄드에 새겨진 그 무엇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지와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 존재 이유도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 표지들이 어떻게 이 세상에 생겨났는지 사막도 바람도 해도, 그리고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다만 그 손만이 그 모든 표지들의 유일한 이유이며, 오직 그 손만이 바다를 사막으로, 사람을 바람으로 변하게 하는 기적을 빚을 수 있었다. 천지창조가 이루어진 6일이 '위대한 업'으로 변할 때까지 우주를 움직인 지고의 섭리를 오직 그 손만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만물의 정기란 신의 정기의 일부이며, 신의 정기가 곧 그 자신의 영혼임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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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을 읽는데, 뜨거운 눈물이 훌렀다. 아마도 감기몸살로 여려진 감성에 읽어서 더 공감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비교적 체질적으로 약하게 태어나서 마음도 약하고, 여행하는 것도,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대목에 공감하고, 이런 황홀한 책을 읽었으니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나의 편견인지도 모르지만...글쎄, 여행을 좋아했다면, 이런 황홀한 광경을 보았으니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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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회에 친구랑 갔다. 시야가 좁은 나는, 초등학교 때 두명의 친구만 사귀었는데, 한 친구는 계속 가까이 지내고, 한 친구는 중학교를 달리 가면서 멀어졌다. 그 친구가 나를 보고싶어 한다기에 갔더랬는데, 막상 그 친구는 못오고, 삼십여명의 다른 친구들만 만났다.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내 마음을 읽으며 한명씩 만날때마다(우리가 젤 먼저 가서, 맞이 하는 입장이 되어서 더 편했던 듯), 전혀 어색함없이 자연스럽고 반갑고 즐거움을 느꼈다. 학교다닐때 말도 안 해봤던 친구들이 대부분인데도, 초면인 사람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중 한 친구는 지금 서예학원 겸 한자학원 원장을 하고 있는데, 친구들 사이에 '훈장선생'으로 통했다. 개량한복으로 된 마고자를 입고, 맑은 분위기의 친구다.  내 결혼식때 글씨 써서 선물했던 친구. 마음이 통할 것 같다.

열세살 이후로, 거의 삼십년만에 보는 친구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친구는 없어 보인다. 그런 사람은 이런 시골학교 초등 동창회엔 안오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엄마 치맛바람으로 잘나가던 친구들도 안보인다.(나만 빼고^^... 나도 처음 나간거지만)

어쨌든, 말띠다운 열정과 맑음들이 엿보였고, 어느 한 말띠 친구가 더 보고싶어졌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모임 끝나기 전에 먼저 나왔는데, 하늘에선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만남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의 만남을 축복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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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릴 지브란, 강은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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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대들 괴로워 태어남을 고통이라 부르고 육신으로 살아감을 그대들 이마에 씌어진 저주라 일컫는다면 내 감히 대답하리라, 그대들 이마에 흐르는 땀만이 그 저주를 씻어 줄 것이라고.

그대들은 또한 삶은 암흑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그리고 피로 속에서 그대들 또한 지친 자들의 그 말을 되풀이한다.

허나 내 말하노라, 강한 충동이 없을 때야말로 삶은 진실로 암흑이라고.

그리고 또한 모든 충동이란 깨달음이 없을 때엔 쓸모없는 것이라고,

그리고 또한 모든 깨달음은 노동이 없다면 헛된 것,

그리고 모든 노동은 사랑이 없다면 공허한 것임을.

그대들 사랑으로 일한다면 그대들은 스스로를 스스로에게로 귀속시키는 것이며, 그리고 서로서로, 마지막엔 신에게로  귀속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으로 일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대들 심장에서 뽑아낸 실로 옷을 짜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입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애정으로 집을 짓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살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자비로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거두어 들이는 것,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그 열매를 먹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또 그대들이 형상짓는 모든 것에 그대들만의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

그리하여 그대들 곁에는 언제나 모든 복받은 죽음들이 서서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나는 가끔 그대들이 잠꼬대인 양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대리석을 쪼으며 일하는 이, 그리하여 돌 속에서 제 영혼의 모습을 찾아내는 이는 흙을 가는 이보다 고상한 법. 또 무지개를 잡아 헝겊 위에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이는 신발을 만드는 이보다 고상한 법'이라고.

허나 내 잠속에서가 아니라 활짝 깨어 있는 한낮에 말하노라, 바람은 커다란 참나무에게라고 해서 하찮은 풀잎에게 보다 더 다정하게 속삭이지는 않는다고.

그러므로 바람소리를 자기만의 사랑으로 보다 부드러운 노래로 변화시키는 이, 그만이 홀로 위대하다고.

노동이란 보이게 된 사랑.

그대들 만일 사랑으로 일할 수 없고 다만 혐오로써 일할 수 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대들은 일을 버리고 신전 앞에 앉아 기쁨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구걸이나 하는 게 나으리라.

왜냐하면 그대들 만약 냉담하게 빵을 굽는다면, 인간의 긂주림을 반도 채우지 못할 쓴 빵을 구울 것이기 때문에.

또한 그대들 원한에 차서 포도를 짓이긴다면, 그대들의 원한은 포도주 속에 독을 뿜으리라.

또한 그대들 천사처럼 노래할지라도 노래함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낮의 소리 밤의 소리에 대하여 인간을 귀멀게 하는 것이 될 뿐.

.......................

노동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따끔한 죽비같은 글.

청소, 밥하기, 빨래 같은 노동에 가치를 부여 못하는 나. 맨날 똑같은 일 되풀이에, 주부는 시지프스의 저주에 걸린 자들이라고 불평하는 나.

 '만일 그대가 무관심 속에서 빵을 굽는다면 그대는 인간의 배고픔을 반밖에 채우지 못하는 맛없는 빵을 구울것이기에.'-찔린다.

순간순간 사랑으로, 성실하게, 깨어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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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야 센얀(일본 선승)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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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건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름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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